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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조은신문/문화]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은 1670년(현종 11년)경에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궁체로 쓰인 필사본 조리서입니다. 이 음식디미방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이며,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이기도 하지요. 음식디미방은 예부터 전해오거나 장씨 부인이 스스로 개발한 음식 등, 양반가에서 먹는 각종 특별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했지요. 또 가루음식과 떡 종류의 조리법과 어육류, 각종 술담그기를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책 표지에는 '규곤시의방'이라고 쓰여 있고, 내용 첫머리에는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고
쓰여 있어서 어떤 것이 진짜 책 이름인지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음식디미방'은 지은이가 직접 쓴 것이지만 '규곤시의방'은 장씨 남편이나 후손이 품격을 높이기 위해
지어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진짜 이름은 ≪음식디미방)≫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서지 및 필사기 (筆寫記)
이 책의 표지서명은 ‘규곤시의방(閨?是議方)'이고, 권두 서명은 ‘음식디미방'으로 되어있어 두 명칭이 서로 다르다.
표지서명 ‘규곤시의방(閨?是議方)'은 가로 5.1cm, 세로 15.8cm 크기의 제첨(題簽)에 묵서(墨書)되어있다. 책의 크기는 26.5×18cm이며, 필사본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듯이 광곽(匡廓)이 없고 계선(界線)도 없다. 보통의 백지에 붓으로 쓴 것이다.
반엽(半葉)이 8-9행이며 한 행의 자수(字數)는 34-36자로 일정치 않다. 지질은 황색 저지(楮紙, 닥나무종이)이며 보존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표지를 뺀 28장중에는 6장의 백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어육뉴'가 끝난 부분에 3장의 백지가 있고,
‘쥬국방문'의 끝에도 백지 3장이 붙어 있다.
이렇게 백지를 남겨 둔 것은 나중에 추가해서 써 넣을 조리법을 위한 예비 조치로 판단된다.
권두의 본문이 시작되는 바로 앞면에 다음과 같은 한시(漢詩)가 유려한 필치로 쓰여 있다.
(시집온 지 삼일 만에 부엌에 들어, 손을 씻고 국을 끓이지만, 시어머니의 식성을 몰라서, 어린 소녀(젊은 아낙)를 보내어 먼저 맛보게 하네.) 이 작품은 중국 당나라 시대에 활동했던 王建이 지은 [신가랑사(新嫁娘詞)] 세 수 중 세 번째 작품으로, 청대(淸代)에 당시(唐詩)를 종합하여 간행한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전당시》에 실린 原典에는 4행의 ‘소부(少婦,젊은 아낙네)'가 ‘소고(小姑,시누이)'로 되어 있으며, ‘소고'의 ‘고' 뒤에 ‘일작랑(一作娘)'이라 부기(附記)되어 있다. 《음식디미방》에서 이것을 '소부'로 고친 이유는 3행에 쓰인 ‘고[姑,시어머니]' 때문일 것이다. ‘시어머니'를 뜻하는 ‘고'가 앞 행에 쓰였으므로 같은 글자를 피하기 위해 다른 글자로 바꾼 것이다.
《음식디미방》의 권말에는 다음과 같은 필사기(筆寫記)가 적혀 있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 어두운 눈으로 간신히 이 책을 쓴 뜻을 잘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책은 본가(本家)에 간수하여 오래 전하라고 당부한 내용이다. 이 당부가 후손들에 의해 그대로 시행되어 오늘날까지 온전한 모습 그대로 이 책이 전해져 학술적 가치를 빛내고 있으니, 후손을 위한 장씨 부인의 원려(遠慮)와 선조의 유훈(遺訓)을 받들어 지켜온 후손들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서로 수응(酬應)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 필사기는 장씨 부인이 직접 쓴 것이 분명하다. 이 필사기를 쓴 해가 이 책의 저술 연대가 되겠는데 정확하게 몇 년인지 알 수 없다. 장씨가 말년에 쓴 것으로 보인다. 장씨의 생몰년(1598-1680)을 고려할 때 이 ‘말년'은 1670년에서 1680년 사이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1670년과 1680년 사이에 《음식디미방》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해 둘 것은 위의 인용문 중 “딸자식들은 각각 벗겨 가오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을랑 절대로 말며”라는
대목을 음식사 연구자들이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구절에 대해 이성우(1982:19)는 “《음식디미방》에서 張氏夫人은
이 책을 시집갈 때 가지고 가지 말라 하여 자기 집의 調理 秘訣을 獨占?保存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比하여,
《규합총서》에서 憑虛閣 李氏는 序文을 통하여 오히려 널리 읽혀지기를 바라고 있으니, 이러한 調理書의 편찬 의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라고 풀이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풀이는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없다. 딸자식들에게 이 책을 베껴 가되 책을 가져갈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조리법의 독점'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원본을 종가(宗家)에 잘 보존함으로써 조리법을 대대손손 길이 전수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딸자식들이 베껴 간 책을 남에게는 절대로 보여주지 말라고 하였다면 이성우 교수의 풀이가 맞겠지만 그러한 뜻은 문면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 연구자의 잘못된 풀이가 본의 아니게 저술자의 뜻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여겨진다.
음식디미방의 명칭문제
이 책을 자세히 소개하기에 앞서서 그 명칭에 대해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명칭에 약간의 혼동과 불분명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명칭은 두 가지이다. 본문의 첫머리에 나타난 권두(卷頭) 서명(書名)은 ‘음식디미방'으로 되어있고, 장정(裝幀)한 겉표지에 쓰인 표지(表紙) 서명(書名)은 ‘규곤시의방(閨?是議方)' 으로 되어있다. 김사엽(1960:671)은 전자가 필사자가
직접 쓴 원명이고, 표지서명은 장씨의 부군 또는 자손들이 격식을 갖추기 위해 새로 지어 붙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음식디미방'이라는 이름은 이 책의 내용에 썩 잘 어울리는 사실적 명명(命名)임에 비해, ‘규곤시의방(閨?是議方)'이라는 이름은 윤색(潤色)을 가하여 외형상의 격식(格式)을 갖추려 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책을 저술한 당사자인 장씨 부인의 것이라기보다 그의 부군이나 자손이 이 책의 품격을 더 높이려고 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서지학 혹은 목록학에서 어떤 문헌의 정식명칭을 정할 때 표지(表紙) 서명(書名)보다 권두(卷頭) 서명(書名)을 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이유는 표지(表紙) 서명(書名)이 대체로 권두서명을 줄인 것이 많은데 비해 권두서명은 온이름(full name)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 표지서명 ‘규곤시의방(閨?是議方)'과 권두서명 ‘음식디미방'이 서로 판이한 것이어서 문제가 된다.
그런데 본문의 첫머리 즉 권두서명 ‘음식디미방'은 이 책의 저술한 당사자가 붙인 이름임이 분명하므로 저술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저술자의 의도를 존중하고 책의 내용이 명칭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함에는 ‘음식디미방'이 더
적합하다. 그러므로 권두서명을 目錄에 올리는 정식서명으로 간주하는 일반적 관례를 따르고, 위에서 지적한 취지를 살려 이 책의 이름은 ‘음식디미방'이라고 확정하려 한다. 그러나 표지서명으로 번듯하게 쓰인 ‘규곤시의방(閨?是議方)'이라는 이름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필자는 ‘음식디미방'을 이 책의 원명(또는 1차적 명칭)으로 삼고,
‘규곤시의방(閨?是議方)'을 별칭(別稱, 또는 2차적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권두서명인 ‘음식디미방'의 ‘디미'가 어떤 한자어의 음을 적은 것 인지에도 문제가 있다. 김사엽(1960:671)은 ‘음식지미방(飮食地味方)'으로 적어‘디미'가 ‘지미(知味)'를 표기한 것으로 보았으나, 황혜성(黃慧性)(1980 : 5)은 ‘음식지미방(飮食地味方)'으로
적어 ‘디미'가 ‘지미(地味)'를 표기한 것일 가능성은 없다. ‘디미'가 ‘지미(至味,아주 좋은 맛 또는 그런 음식)',
또는 ‘지미(至美, 아주아름답다)', 혹은‘지미(旨美, 맛이 좋다)'와 같은 한자어를 표기한 것일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至)'와 ‘지(旨)'의 고음(古音)이 ‘디'여서 음상으로 보면 ‘디미'에는 ‘지미(知味)'가 가장 정합하다.
‘지미(知味)'의 뜻은 다음 두 가지로 쓰인다.
1. 미각이 예민하여 맛을 잘 앎.
2.‘음식 맛을 봄'의 궁중말.
결국 이 책의 내용과 저술 취지로 보아
‘음식디미방'은 ‘좋은 음식 맛을 내는 방문(方文)'이라는 뜻으로 풀이 할 수 있다.
‘규곤시의방(閨?是議方)'의 ‘규곤(閨?)'은 여성들이 거처하는 공간인 ‘안방과 안뜰'을 뜻하고, ‘시의방(時議方)‘은 '올바르게 풀이한 방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규곤시의방(閨?是議方)'에 함축된 의미는 ‘부녀자에게 필요한 것을 올바르게 풀이한 방문'이라 할 수 있다.
300년전 요리책/규곤시의방(閨壺是議方)
책을 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책이 영원히 보관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책을 잘 보관하라는 말을 책 속에 구구절절이 써놓는 경우는 드물다. 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하라는 말을 거듭해서 당부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이리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 잘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가오되,
가져갈 생각일랑 하지말고.
부디 상치말게 간수하여,
수이 떨어 버리지 말아라
책을 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책이 영원히 보관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책을 잘 보관하라는 말을 책 속에 구구절절이 써놓는 경우는 드물다.
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하라는 말을 거듭해서 당부하고 있는 것일까?
책의 이름은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이다.
앞에 음식이라는 말이 있어 음식에 관련된 책이라는 건 짐작이 가능한데,
'디미방'이라는 말이 낯설 것이다. '디미'는 한자어다. 알지(知)에 맛미(味).
그리고 방법방(方). 고어에서는 '지' 발음을 '디'로 했기 때문에 지미방이 디미방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음식디미방은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의미로, 요리책이다.
요즘의 생각으로는 요리책이 뭐가 그리 대단한가 할 텐데, 이 책이 쓰여진 건
지금으로부터 330년 전인 1670년경. 당시에는 요리책이란 것이 흔한 책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 책은 안동에 살던 양반집 마나님인 정부인 장씨에 의해 쓰여진 책으로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여성이 쓴 최초의 요리책이다.
내용도 한글로 되어있어 쉽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음식을 했던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기록해놓은 것이기에 330년 전 조선시대
양반가에서 즐겨 먹던 음식과 그 문화를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조선의 양반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우선 이 책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300년 전의 요리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나? |
규곤시의방(음식디미방)은 장씨 부인의 아들인 존재(存齋) 이휘일의 종택에 있다가 1958년에 경북대학교 도서관에 기증되었다. 그래서 그 기증된 책을 당시 경북대 국문과 김사엽 박사가 60년도에 논문을 써 발표를 하게 되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저자가 직접 쓴 '음식디미방'이라는 책이름은 책의 첫머리에 한글로 쓰여져 있다. 책에는 음식과 그 조리방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글씨체다. 종이 가득 써내려 간 글씨가 반듯해 책을 쓴 이의 정성과 성품이 느껴진다. 또한 책 내용을 보면 각각의 음식에 대한 조리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종류별로 나눠서 체계적으로 정리해놓고 있다. 국수와 만두를 포함한 면병류 · 어육류, 채소와 과자를 모아놓은 소과류, 그리고 주류까지 그 종류가 모두 146가지다.
백두현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 : 오늘날에 이 자료를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로 봐서는, 당시 사람들이 무슨 재료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가를 그대로 알 수 있는 생활문화사적 가치가 큰 자료다. |
궁중요리연구가인 황혜성씨는 음식디미방을 처음으로 현대말로 풀이했다. 최근에는 음식디미방에 나온 음식 중,
46가지를 직접 만들어 슬라이드 촬영을 해 당시의 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만두와 국수도 재료나 모양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석류모양의 만두인 석류탕.
지금의 찐빵과 같은 상화.
그리고 숭어로 만두피를 만든 숭어만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앵두와 설탕을 조려 응고시킨 지금의 젤리와 같은 음식도 있다.
이외에 반찬도 다양하게 소개되어있는데,
특히 육류 중에는 개고기와 생치.
즉 꿩고기 요리가 많다.
농사에 소가 귀하게 쓰이던 시절,
흔한 개와 꿩이 육류음식을 대신했다.
이렇게 음식디미방에는 재료별로 다채로운 요리들이 담겨져 있다.
한복려 (궁중음식 연구원장) 선생 : 이 책에 나와 있는 음식들은 일상적으로 먹는 게 아니고, 별미가 나온다. 밥이라든가 이런 흔한 반찬종류는 별로 없고, 국수를 해먹어도 오미자국에 띄운다든지 석이가루를 썼다든지, 이런 귀한 재료를 많이 썼기 때문에, 특별한 날 맛있게 해먹는 게 많다. |
복숭아 간수법: 독에 소금과 밀가루죽을 넣고 복숭아를 넣어 봉하면, 겨울에도 제철에 딴것 같으니라. |
뿐만 아니라 음식디미방에는 음식을 보관하는 지혜도 있다.
복숭아를 밀가루죽에 넣어 두면 겨울에도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고 적고있는데,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노완섭 (동국대 식품공학과) 교수 : 복숭아를 밀가루풀에 넣는 건 아주 좋은 방법이다. 복숭아도 호흡을 하면 영양이 소모되고 수분이 날라 간다. 그러니까 이걸 밀가루풀에 집어넣으면 빠져나가는 수분을 막아 주고 또 설사 수분이 빠져나가더라도 흡수가 된다. 그 다음에 어차피 호흡하면 영양소가 소모되니까 밀가루풀에서 탄수화물이라는 영양소가 복숭아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왜냐하면 복숭아속에 있는 것도 주로 탄수화물이기 때문. 그러니까 그게 빠져나가더라도 풀에 있는 영양소가 들어가게 된다. 말하자면 복숭아와 밀가루풀 사이에 영양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현명한 방법이다. |
가지 간수법 : 서리 내리기 전에 가지를 따 꼭지를 뽕나무 재에 묻어 두면, 변치 않고 새것 같으니라. 생포(전복) 간수법 : 생전복을 참기름 단지 속에 넣으면 오래 두어도 새것 같으니라. |
가지를 보관할 때에는 뽕나무재에 넣어 두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재의 살균력을 이용한 것이며, 생전복을 참기름에 넣는 건 공기를 차단시켜 전복을 싱싱하게 보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금의 비닐하우스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겨울철에 채소를 길러 먹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겨울에도 야채와 과일을 즐기기 위한 지혜가 발달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글은 KBS 역사 스폐셜'300년전 여성군자가 쓴 요리백과-음식디미방' 1999.12.18 방송분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남조은신문/문화]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은 1670년(현종 11년)경에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궁체로 쓰인 필사본 조리서입니다. 이 음식디미방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이며,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이기도 하지요. 음식디미방은 예부터 전해오거나 장씨 부인이 스스로 개발한 음식 등, 양반가에서 먹는 각종 특별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했지요. 또 가루음식과 떡 종류의 조리법과 어육류, 각종 술담그기를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책 표지에는 '규곤시의방'이라고 쓰여 있고,
내용 첫머리에는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고 쓰여 있어서 어떤 것이 진짜 책 이름인지 혼란스럽습니다.하지만, 학계에서는
'음식디미방'은 지은이가 직접 쓴 것이지만 '규곤시의방'은 장씨 남편이나 후손이 품격을 높이기 위해 지어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진짜 이름은 ≪음식디미방)≫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백두현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 : 이 책의 표지는 '규곤시의방(閨壺是議方)'이다. 규곤은 여자들이 거처하는 안뜰로 규방이라는 뜻이다. 시의방은 옳은 뜻을 풀이해서 쓴 방법이다. 표지에는 이렇게 규곤시의방이라 되어있는데, 한 장을 넘겨서 안을 보면 책이름이 다시 '음식디미방'이라 나온다. 음식디미방은 장씨부인이 직접 손으로 써놓은 기록이고, 표지에 있는 규곤시의방은 장씨부인의 남편인 이시명(李時明 1590~1674) 어른께서 이 책의 외형적인 품격을 갖추느라고 나중에 써서 종이에 붙인 것이다. 책의 맨 앞에 장씨부인의 남편이 쓰신 한시로, 새색시가 시집 와서 시부모님의 입맛을 몰라서 망설이고 있다는 내용이 소개가 된다. 본문에서는 만두법이라든지 여러 가지 탁면법 상화법 요리법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고 맨 끝에 장씨 부인이 흘린체로 직접 쓰신 발문이 있다. 발문의 내용은 "이 책이 이렇게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잘 알아서 쓰인대로 시행을 하고 딸자식들은 이 책을 배껴갈 수는 있지만 가져갈 생각은 절대 하지말라. 잘 간수해서 떨어지지 않게하라."는 당부의 말을 적고 있다. |
규곤시의방(음식디미방)은 장씨 부인의 아들인 존재(存齋) 이휘일의 종택에 있다가 1958년에 경북대학교 도서관에 기증되었다. 그래서 그 기증된 책을 당시 경북대 국문과 김사엽 박사가 60년도에 논문을 써 발표를 하게 되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저자가 직접 쓴 '음식디미방'이라는 책이름은 책의 첫머리에 한글로 쓰여져 있다. 책에는 음식과 그 조리방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글씨체다. 종이 가득 써내려 간 글씨가 반듯해 책을 쓴 이의 정성과 성품이 느껴진다. 또한 책 내용을 보면 각각의 음식에 대한 조리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종류별로 나눠서 체계적으로 정리해놓고 있다. 국수와 만두를 포함한 면병류 · 어육류, 채소와 과자를 모아놓은 소과류, 그리고 주류까지 그 종류가 모두 146가지다.
백두현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 : 오늘날에 이 자료를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로 봐서는, 당시 사람들이 무슨 재료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가를 그대로 알 수 있는 생활문화사적 가치가 큰 자료다. |
궁중요리연구가인 황혜성씨는 음식디미방을 처음으로 현대말로 풀이했다. 최근에는 음식디미방에 나온 음식 중, 46가지를 직접 만들어 슬라이드 촬영을 해 당시의 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만두와 국수도 재료나 모양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석류모양의 만두인 석류탕. 지금의 찐빵과 같은 상화. 그리고 숭어로 만두피를 만든 숭어만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앵두와 설탕을 조려 응고시킨 지금의 젤리와 같은 음식도 있다. 이외에 반찬도 다양하게 소개되어있는데, 특히 육류 중에는 개고기와 생치. 즉 꿩고기 요리가 많다. 농사에 소가 귀하게 쓰이던 시절, 흔한 개와 꿩이 육류음식을 대신했다. 이렇게 음식디미방에는 재료별로 다채로운 요리들이 담겨져 있다.
한복려 (궁중음식 연구원장) 선생 : 이 책에 나와 있는 음식들은 일상적으로 먹는 게 아니고, 별미가 나온다. 밥이라든가 이런 흔한 반찬종류는 별로 없고, 국수를 해먹어도 오미자국에 띄운다든지 석이가루를 썼다든지, 이런 귀한 재료를 많이 썼기 때문에, 특별한 날 맛있게 해먹는 게 많다. |
복숭아 간수법: 독에 소금과 밀가루죽을 넣고 복숭아를 넣어 봉하면, 겨울에도 제철에 딴것 같으니라. |
뿐만 아니라 음식디미방에는 음식을 보관하는 지혜도 있다. 복숭아를 밀가루죽에 넣어 두면 겨울에도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고 적고있는데,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노완섭 (동국대 식품공학과) 교수 : 복숭아를 밀가루풀에 넣는 건 아주 좋은 방법이다. 복숭아도 호흡을 하면 영양이 소모되고 수분이 날라 간다. 그러니까 이걸 밀가루풀에 집어넣으면 빠져나가는 수분을 막아 주고 또 설사 수분이 빠져나가더라도 흡수가 된다. 그 다음에 어차피 호흡하면 영양소가 소모되니까 밀가루풀에서 탄수화물이라는 영양소가 복숭아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왜냐하면 복숭아속에 있는 것도 주로 탄수화물이기 때문. 그러니까 그게 빠져나가더라도 풀에 있는 영양소가 들어가게 된다. 말하자면 복숭아와 밀가루풀 사이에 영양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현명한 방법이다. |
가지 간수법 : 서리 내리기 전에 가지를 따 꼭지를 뽕나무 재에 묻어 두면, 변치 않고 새것 같으니라. 생포(전복) 간수법 : 생전복을 참기름 단지 속에 넣으면 오래 두어도 새것 같으니라. |
가지를 보관할 때에는 뽕나무재에 넣어 두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재의 살균력을 이용한 것이며, 생전복을 참기름에 넣는 건 공기를 차단시켜 전복을 싱싱하게 보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금의 비닐하우스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겨울철에 채소를 길러 먹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겨울에도 야채와 과일을 즐기기 위한 지혜가 발달되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