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페를 들어온 지 만 십 년이 되었다.
십이삼 년이 된 불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다. 카페의 분위기가 눌러놓은 풍선이 터지듯 소란하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회원들이 어떤 신선한 변화나 바람이 불기를 원하는 느낌이다.
누군가 운영진도 임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두 번 정도 들었는데 그 말이 며칠째 마음에 꽃혀 있다.
운영진이라는 것이 실권은 거의 없고 새회원들의 등업을 안내하고 문제가 되는 댓글을 경고하는 것 말고는 그리 힘든 일은 없다.
오히려 좋은 공동체에서 큰 말썽 없이 운영자라는 타이틀을 일종의 자랑으로 여겼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운영진의 임무 중 하나는 카페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참여하고 카페에 내재한 갈등을 감지하며 그것을 푸는데 지기님을 도와서 지기님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데 일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회원들이 원하는 카페의 방향과 불만을 지기님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지금 나는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온라인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내어놓고 매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올린 글이 누군가의 댓글로 비판을 받을 때는 상당한 내상을 입는다.
사람들 앞에 벌거벗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 면에서 듀크님은 대단한 용기의 소유자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카페에서 쫓겨나지 않는 한 남아있을 생각이다.
그러나 운영진은 보다 능력있고 지혜롭고 통찰력이 있는 새 회원이 맡으면 좋겠다.
단지 그동안 수집한 회원들의 연락망은 내가 회원 자격으로 카페의 영속성과 비상에 대비한 성격이니 지기님의 양해아래 계속 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몇 년 동안 부족한 저를 운영자로 뽑아 주시고 인정해주신 지기님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2월 31일부로 운영진에서 물러납니다.
1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