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성은 틈날 때마다, 아니 일부러 찾아가는 최애 산책로이다.
"차라리 고창에서 살지 그러세요" 라는 지인의 말을 들을 만큼.
집에서 나서면 자동차로 30~40분 만에 도착하는 곳
톨게이트비와 입장료를 생각한다면 제법 경비가 들어가는 산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곳에서 얻는 힐링의 값어치는 훨씬 크기에.
(입장료 3천원 중 2천원은 지역화폐로 지급, 고맙게도 23년부터는 전액 지역화폐로 돌려 준다.)
한 해의 끄트머리를 남겨두고 12월 30일 오후 나절 고창읍성을 다시 찾았다.
실비가 내려 성 안팎이 물기에 젖어 있다.
우리만의 루트로 향한다.
성문을 들어서면 약간의 경사로를 올라 장청이 있는 곳으로 푹신하게 쌓인 나뭇잎을 밟으며 간다.
그곳에는 늘 쉬어 가는 장청의 좁다란 툇마루가 있다.
시선을 건너편 멀리 성곽에 두면 성벽을 따라 걷는 사람의 모습이 소나무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인다.
그 모습이 액자틀 속 사진이다. 풍경도 인물도 작품이 된다.
봄에는 커다란 층층나무 하얀 꽃들이 한아름 피어나 친구가 되어 준다.
자연스레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힐링하는 공간이 된다.
장청 옆에 놓여 있는 작은 돌계단을 오르면 모양성 동헌과 내아가 누마루와 함께 당당히 버티고 있다.
날 좋을 때 잠시 누마루에 앉으면 내아의 안주인이 된 것 같다.
동헌 앞에 있는 커다란 모과나무는 퍽이나 인상적이다.
옆 길을 따라 소나무 숲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 든다.
작은 풀들이 깔린 숲길은 걷기가 참 좋다.
겨울에 접어들 때면 떨어진 소나무 잎들이 카펫이 된다.
객사를 곁에 두고 오르막길을 잠시 오르면 쉬어 가기 딱 좋은 벤치가 있다.
여기서 또 잠깐
힘들어서 쉬는 것이 아닌 풍경에 취해 머물러 간다.
간혹 산책하는 사람들과 만나 눈인사를 나누고 왼편으로 돌아 성벽 따라 난 오솔길을 계속 걷는다.
소나무 숲에서 풍겨 나오는 솔향이 은은하다.
잘 생긴 소나무들의 응원을 받으며 걷는다. 북문에 가까워질 때 쯤 성곽으로 올라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한다.
한파가 심하긴 했나 보다.
새로 단장한 성곽길이 부서지고 파여져 있다.
계단 끝머리는 너덜너덜 상태가 심각하다.
가팔랐던 돌계단이 반듯하게 빚어진 황톳길 계단으로 바뀌어 좀 더 걷기 편해졌는데 아쉬움 가득이다.
추위쯤이야 충분히 예상했을텐데..
이것 저것 꼼꼼히 따지며 멀리 내다보고 복원하는 현명함이 필요하지 싶다.
북문까지 성 둘레를 한 바퀴 휘 돌고 나면 어느새 한 시간여 흘러가 있다.
이렇게 성 안으로 한 바퀴, 성곽따라 한 바퀴 도는 것이 우리들의 산책 루틴이다.
성안을 돌 때는 소나무와 숲향을 가득 품고 걷는다면, 성곽을 돌 때면 360도 고창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전원주택, 아파트 스포츠 시설 등 참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더 많은 군민들을 유치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이 보이지만 내겐 예전의 여유로웠던 고창읍의 모습이 더 그립다.
산책이 끝나면 참새 방앗간처럼 꼭 가는 곳이 있다.
모양성 순두부 찌개 식당
오늘도 변함없이 저녁식사를 위해 들렀다.
소고기 육전 반판과 순두부 찌개 2인분
주메뉴도 맛있지만 밑반찬으로 나오는 6가지 반찬이 정말 맛있다.
최소 두 번은 늘 리필해서 먹는다.
배가 빵빵해지면 다시 또 읍성 안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가로등이 밝혀져 있는 주로를 따라 걷는다.
간접 조명을 받고 있는 성곽과 건물들이 제법 은은하니 이쁘다.
토요일 7시부터 맹종죽림에서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는 포스터가 보인다.
맹종죽림을 향해 오르니 나뭇가지에 반딧불이들이 놀고 있는 것처럼 불빛이 반짝인다.
맹종죽림 안에는 화려한 불빛 춤사위가 펼쳐지고 있다. 작은 탄성이 흘러 나온다.
추위에 애쓰는 젊은 직원이 보인다.
은하수처럼 느껴지게 하는 반짝이는 불빛이 되질 않는다며 더 아름다운 모습 보여 드리지 못해 아쉽단다.
찾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음에도 10시까지 남아 불빛을 밝히는 젊은 직원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고창읍성의 화려한 날은 벚꽃 피는 4월 초와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5월이다.
고창읍성 안팎에 꽃물결이 인다.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난다.
모양성 축제를 하는 10월이면 고창 군민들과 더불어 읍성 전체가 들썩인다.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돌을 머리에 인 여인네들의 답성놀이는 축제의 절정이다.
읍성을 한 바퀴를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를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를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전설 때문에 매년 답성놀이가 계속된단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이 오면 모양성제에 꼭 한 번 참여해 볼 일이다.
첫댓글 사진으로 본 고창읍성,,,춘하추동 밤과 낮의 느낌이 모두 다르게 변하여 까미노님을 부르나 봐요.
언젠가 한번 가보고픈 생각이 들었어요.
남도에 오실 때 한 번 들러도 좋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