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배기' 로드(road)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천일염에 간을 한 저장식품이다.
주로 경상도지역에서 명절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리는 제사음식으로 예전에는 제사음식을 음복하게 되면 제일 먼저 맛에 대한 평가를 했던 제수용 음식이 돔배기였다. 영천, 대구, 포항, 경주, 안동, 영주, 청송, 의성, 부산, 울산, 경북을 접한 강원남부 동해안지역에서 제사음식으로 사용되었으며, 제사상에 반드시 사용하는 지역과 사용하지 않는 지역이 명확히 구분되는 지역색이 강한 음식이었다.
(지금은 인구이동 등의 영향으로 같은 지역사회내에서도 돔배기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집안이 제법 생겨 필수 제수용 음식으로써의 지위는 많이 약해졌다.)
돔배기는 청상아리, 참상어, 귀상어, 악상어로 만들어지며, 대부분 참상어로 돔배기가 만들어진다. 그 중 귀상어는 '양지'라 하여 돔배기 중 제일 맛있는 상어고기라 한다. 지금도 영천시장에 가서 '양지'를 달라고 하면 구입할 수 있다. 과거 경북지역 3대장 시절 영천시장은 돔배기 산업의 중심으로 영천시장을 통하여 경북 내륙지역으로 유통되었으며, 예전에는 포항사람도 돔배기만큼은 포항 죽도시장이 아닌 영천시장에서 직접 공수할 정도였다. 돔배기는 살아있는 음식문화이며 영천시장은 여전히 돔배기산업의 중심지로 돔배기 제조와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참조1) 돔배기 구입 후 겨울에는 3~4일, 여름에는 1~2일 정도 실온에서 숙성시킨 후 씻어서 하루 정도 말리면 돔배기 손질이 완료된다고 한다. 현지주민의 표현에 따르면 '물에 씻어 하루정도 꾸덕(?)하게 말려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참조2) 소금간을 해서 그런지 짭짤하고 육질은 쫄깃한 편이다. 숙성된 생선에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다소 호불호가 나누어 질 수 있을 것 같지만 홍어처럼 강한 암모니아향은 없다. 개인적으로 술안주로는 좋았다.
참조3)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토막토막 베어먹는다고 돔배기라 했다고 여기저기 적혀있던데 신뢰하지 않는다. 명칭의 유래는 알지 못한다가 정답인 듯 하다.
참조4) 앞서 귀상어 돔배기를 '양지'라 한다 했는데 돔배기 구입할때는 '양재기'라 불렀다. 귀상어 외 다른 돔배기는 '모노'라 하던데 귀상어(양지)가 한 줄에 3만원 모노는 15000원이었다. 왜냐하면 양지는 소고기 모노는 돼지고기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라한다.
2020년 (재)한빛문화재연구원에서 '학술조사보고 제79책 사적 516호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 내 경산 임당 1호분 고찰 및 부록'이라는 고고학 보고서가 출판된다. 다음은 그 보고서 내용의 일부이다.
'임당 1호분 출토 어류 유체의 분석'(p.171)에 따르면 임당1호분에는 흉상어류, 악상어류, 담발상어과와 같은 연골어류가 제사그릇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그릇에 담긴채 부장된 사실이 확인된다고 한다. 특히 발굴된 상어류는 연골어류의 특성상 석회화된 상태의 척추뼈가 유물로 출토되는 반면 상어이빨은 전혀 출토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보고서 작성자는 상어가 손질된 상태, 즉 돔배기상태로 부장된 것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구 불로동 고분군 발굴조사 보고서 91호, 93호' (2004 경상북도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불로동 91호분과 불로동 乙호분에서, '대가야고분발굴보고서 (1979, 고령군)에 따르면 고령 지산동 44호분에서도 상어척추뼈가 발굴되었다고 한다. 이 당시에는 발굴된 상어뼈 유물의 사례가 많지 않아 발굴조사 보고서에 상어뼈 발굴이라는 사실만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
참고1) '대구 불로동 고분군'은 삼국사기 지리지에 나오는 지명 '해안현'에 상응하여 이해되고 있으며, 금호강 이북에 위치하고 있다.
참고2)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압독국'으로 비정하고 있으며, 금호강 이남에 위치하고 있다.
참고3) 두 고분 유적은 금호강을 사이로 마주보는 형태로 입지하고 있으며, 크게 4번 국도의 영향권에 있다.
이들 지역의 고분군은 4~6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지역 고분에서 상어척추뼈가 공통적으로 출토되었다는 점은 글쓴이에게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충격적이었다.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그저 오랜 전통음식이라고만 인식되었던 돔배기가 1500년 이상의 세월을 이어져 내려온 음식문화임이 물리적 증거로 나타난 것이다.
대구와 경주를 잇는 주요도로로 경부고속도로와 4번국도가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4번국도는 이 지역의 주요 도로였으며, 고속도로가 개통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주요 도로로써 기능을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는 산업화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잠시 제외하여 논의해보자.)
대구 불로동 고분군과 경산 임당동/조영동 고분군, 오늘날 영천시장은 모두 금호강 중상류지역 4번국도의 영향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마 상어고기 역시 4번국도를 통하여 유통되었을 것이다.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돔배기 물류망이 4번국도로 확인되는 이상 이에 글쓴이는 4~6세기 고분군이 축조되던 시기 대구 영천간 4번국도를 돔배기로드라 이름해본다.
(사실 지금 소개한 내용은 금호강 유역의 고고학 유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철기덩어리 유물까지 고려한다면 4번국의 유통망은 기원전까지 올라가나, 지금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