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읽고 인용하는 구약성경은 <70인역 셉투어전트>란 책이고 그리스 말로 되었습니다. 프톨레미 이집트왕이 이집트에 사는 히브루어를 모르는 유태인들을 위해서 히브루 구약을 번역한 것. 프톨레미 왕조는 알렉산더왕의 부하 장군이 세운 왕조로 마지막 왕이 유명한 클레오파트라. 그녀는 이집트 사람이 아니고 그리스 사람입니다.
70인의 장로가 번역한 원본 히브루 구약성경은 소실되었고 <셉투어전트>는 결국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구약성경입니다. 현재의 Bible 구약성경은 10세기경에 완전한 모습을 갖춘 히브루 구약성경을 번역한 것입니다. 옛날 히브루어는 모음이 없고 필연적으로 번역은 원본과 약간 달라지게 됩니다. “번역은 반역이다. 번역은 옷입은 여자의 몸 더듬기다.”
스님이 새벽 제일 먼저 암송하는 <반야심경>은 고대 인도어를 한자어로 번역한 것인데 뜻과 발음에 가장 가까운 한자를 선택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가차’라고 하지요. 그 인도어 원본은 소실되었고 번역과정에서 필연적 변형이 왔고 뜻도 모호한 부분이 생겼습니다.
<반야심경>안에서 일반인들도 아는 유명한 말은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제 아제 바라아제' 입니다. 인도어에서 가차된 이런 말들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들을수록 아리까리한 모호함을 주고…아침에 암송하는 스님들도 먼 뜻인지 잘 몰라. 그럼 왜 암송해? 모르는 것을 자꾸 암송하는 것도 번뇌를 이겨나가는 수단이고 그 자체로서 수행의 과정이 된다.
가을 낙엽지는 저녁, 낮의 화려한 색갈이 밤의 회색으로 변해가는 깊은 존재의 순간. 집에 가지 않고 절 경내를 서성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스님을 지원하러 온 것. 위의 반야심경 암송에서 알 수 있듯이 모르는 것도 짜드리 외워야하고 알쏭달쏭한 것 공부해야하고 육체적으로 힘들고 해서 아무나 시켜주지도 않고 40이하로 나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10명이 지원하고 10년 뒤에도 스님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0. 옷을 벗는 가장 큰 이유는 여자. 그러니 아직도 스님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서도 대단한 성취. 등산을 가다가 잠시 길목으로 들리는 절, 거기에서 스님을 만나면 내공이 대단하다고 인정하고 지나야할 듯. “내보담 못 난 자 없다. 낙엽처럼 이끼처럼 낮은 곳으로 가라.”
내가 한국에 사는 이유는 한국의 산을 가기 위한 것. 미국에 와서 한국을 추억하면 거개가 묵묵하게 올랐던 산의 추억들. 산아래 막걸리집. 한국에 돌아가면 집 가까이 있는 영남 알프스를 자주 찾을 예정이고, 알라딘 인터넷 책방에 영남 알프스에 관한 책들을 담아두었다. 빨랑 돌아가서 책들을 끼고서 산을 찾고 싶다. 산들은 그 특정 산들을 자주 찾는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고 영남알프스 산정상에서 만난 막노동하다가 은퇴후 영남알프스 유투버하고 있다는 70세 아저씨의 산사랑은 긴 여운을 남겼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같았다. "행복을 추구하지 않을 때 비로서 행복해진다."
산의 명당자리 마다 자리한 산사들의 매력. 그 오지 산사들을 지키고 있는 스님들의 단순하고 고상한 삶. 오지들인 만큼 당국이 봤을 때 불온한 사람들이 숨어들 가능성이 높았고 일제시대에 스님들을 단속하려고 조직화한 것이 조계종.
한자어의 불경을 좀 쉬운 언어로 대처하기 위한 고심 후에 나온 것이 일본문자. 일본스님들의 업적인 일본문자는 한글보다 600년 앞선 것. 일본은 일본 문자로 축척된 문화가 엄청난 양이다. 한국 고대학자들의 한탄은 멀 연구하려고 해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 것. 삽들고 파기만 하면 모두 국보라는 이태리와 그리스를 한국의 고고학자, 역사학자들은 얼마나 부러워하는가.
16세기 세계의 주인은 스페인, 17세기는 네델란드. 스피노자의 선배들은 포르투갈에서 쫒겨나 종교적으로 관대한 네델란드로 이주. 향료 도매상을 하고 스피노자가 물려받고 말아먹는다. 재벌 2세 위험 증후군과 흡사. 철학자가 뛰어난 장사꾼이 되기는 힘들었을 듯. 네델란드는 엄격한 교리를 가진 칼뱅파-후에 장로교파가 됨-이어서 자기네 교리만 맞다고 보지만, 넘의 종교 믿는 것은 간섭 안하는 방침. 이런 열린 태도가 종교박해를 피해서 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었고 국부의 원천이 된다.
18세기 히틀러라고 불리는 루이14세의 신교도 탄압으로 많은 시계 기술자들이 스위스로 도망, 현재의 스위스 시계 산업을 일으킨 이유가 된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삭제, 검열, 탄압은 그 자체로서 자멸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검열은 검열 당하는 사람이 맞다는 것을 증거해주는 묘한 작용이 있다."
일본에 조총을 가져다 준 포르투갈은 선교적 의도가 강했고 일본 당국과 마칠, 그 후에 나타난 실용적인 네델란드팀은 종교보다는 통상에 주력해서 일본과 친해진다. 19세기 그들이 가져다 준 서양의 신문물 책들, 그들을 일본인들이 번역하면서 고심의 과정을 거친다.
‘민주’, ‘사회’ 이런 단어는 중국 문화권에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개념. 그래서 이들을 번역하는데 새로운 단어가 필요했고 현재 우리가 빌려다가 사용하고 있는 두자로 된 한자어는 모두 이때 번역이 되었다. ‘학교’ ‘선생’ ‘물리’ ‘화학’ ‘자주’ ‘주체’ 모두 일본에서 네델란드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어들. “민족의 자주성을 드높여서 일본의 영향을 배제하자” 라고 말하면 사용한 단어가 모두 일본말이다.
네델란드 해부학 책도 번역했다. 중국의학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갑상선 같은 호르몬을 조정하는 기관들. 번역가들은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갑상선 (甲状腺)에서 선은 몸을 나타내는 육달월 변에 샘 천을 써서 몸 자체에서 샘처럼 솟는 무엇을 만드는 개념의 ‘선’이라는 한자를 만들어냈다. 이것을 화제한자라고 하는데 이것을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한다.
일본이 중국한의학을 포기하고 서양의학으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역할이 네델란드 해부학 책이다. 췌장의 개념도 한의학에서는 없었고 해서 그래서 세종대왕이 죽었던 당뇨병의 개념도 없었다.
전립선의 ‘선’자의 의미 파악을 위해서 이렇게 번역이라는 영혼의 등대가 되는 인류의 엄청난 업적에 대해서 잠시 얘기했습니다. 딴 이야기를 많이했지만 궁극적으로 막판에 전립선을 등장시킴으로서 여전히 나는 전립선과 동행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영남알프스 이야기를 들으니 로렌스님이 생각납니다. 평생을 그곳에 갈 꿈을 꾸다가 암의 말기에야 그곳에 간 그 분의 심정을 잠깐 생각해봅니다. 스피노자가 그런 실패한 비즈니스 전력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님의 글을 읽다가 보면 참 엄청난 정보를 짧은 행간에 담고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추천 자꾸 눌러도 한 번만 기록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짧은 길이에 많은 것을 담자가 모토입니다.
15년전 미국에 가족을 내버려두고? 3년간 기러기아빠로 혼자 한국에서 직장생활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말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영남 알프스에 많이도 갔습니다. 1000메타 이상되는 7개의 산군이 있는곳으로 각각의 산아래는 천년 고찰이 있어서 많은분들이 완등하는것을 목표로 하지요..저도 한국에 가면 다시 한번더 완등 도전 계획 입니다.
저는 완등은 당연한 것이고, 모든 계곡과 모든 등산로와 막걸리집을 방문한다...그래서 일생동안 지속될 과업으로 접근중입니다. 완등 목표는 쨉도 안돼...집이 가까이 있슴다. 그래서 그런 생각도 했죠. 아름다운 산이 즐비한 한국, 그곳을 꿈에들 잊힐리야!
각종 지식의 보고네요. 몰랐던 사실이 많아요. 영남 알프스 다녀오시고 후기도 올려 주세요
예, 2월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때까지 전립선이 끝나지 않을 듯하지만, 영남 알프스 후기 올리겠습니다. 일생을 찾을 것입니다.
옷 입은 여자의 몸 더듬기도 사랑이 충만하면 벗은 몸보다 더 예술적 이라는 전설^^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쓴 글을 보면 그사람의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의 행간을 잘 못 이해하고 오해를 해버리면 참 답이 없지요
글맛도 음식맛도 너무 정제하다 보면 맛은 있으나 영양가가 흩어지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구요..
역이민 공동체에는 시고 달콤한 사과맛도 있고, 싱거운 배맛, 겉과 속이 다른 복수맛인 수박맛도 존재할 것이고
다양해서 참말로 좋습니다 참고로 저는 복숭아맛을 좋아합니다^^
진부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당신이 스스로 진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난, 많은 글을 읽었다. 그래서 내 나름의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뭐, 그 정도입니다.
전립선은 어디갔지? 하면서 끝까지 읽어내려갔네요.
과연 스피노자십니다
예수믿는다는 제가 팬데믹 한창일때 반야심경 외우며 잠깐 끄적거려 봤는데 많은 부분이 성경이 하는 말의 다른 버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대승이냐 소승이냐 수레바퀴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함께'가 화두였던...
작년 가을 한국방문시 영남알프스 등산할 시간은 안돼서 얼음골 케이블카로 휘리릭 한자락 눈에 담아서 내려왔네요. 살다보면 스피노자님과 함께 그곳에 오를 날이 올수도 있겠다입니다. 그때 막걸리값은 제가 계산하지요. ㅎㅎ
두루두루 섭렵하면서 전립선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열심히 지식을 쌓으셨으니 펼쳐보일만한 자격도 충분하다고 보니까요
그 방대한 지식이 머리속에 다 저장,기억하신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막걸리 값 감사하고요, 그런 날이 와야 할텐데요.
@비나리 그 비결을 만나서 막걸리 한잔 하면서 갈켜 드릴께요
Spinoza44님! 정말 박학다식하십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여러가지로 말씀해 주셨는데도 하나 하나 이해가 쏙쏙되네요. 점점 Spinoza44 님의 글에 매료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지는 글 열심히 구독 하겠습니다.
감사하고요, 그런 칭찬, 금으로 은으로 만들어진 비단을 휘감아서 또 글 하나 올렸습니다.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제 글의 목표는 아는 인문학 지식의 전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