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수필 창작의 자료 삼아 올립니다.
서태수(전 부산수필문학협회장, 수필가, 시조시인, 부산대국문학과 졸업 후 고교 교사로 은퇴)
[창작 노트]
*제재 치환
*창작 의도
피천득의 <수필>이 지닌 오류 탈피를 위한 대체 작품
창작적 미감에 의거한 수필 작법 제시 - 3단계 층위層位
수필 창작론의 교술적 내용을 비유적으로 형상화
*내용 전개 : 수필 성격 → 창작 기법 → 수필의 미감
*표현 : 강물에 일어나는 물결의 다양한 변주를 비유
[윗글의 개요]
주제 : 수필은 순행하는 삶의 물줄기에 역동적逆動的 변주를 일으킨 미적 감각의 창작물
1문단 : 수필의 미감美感
인생은 순리로 흐르는 강물, 수필은 역동逆動의 힘이 가미된 물결
순행의 물줄기는 신변잡기
수필이 되기 위한 역동逆動의 변주變奏는 수필 창작의 씨앗
2문단 : 수필이 되기 위한 미학적 기법 3 단계
(1) 제재 윤색潤色의 변주 = 긴밀 구성과 문예적 표현
최소한의 미학적 장치
밋밋한 물줄기에 아롱무늬를 새김
<각 단계 표현의 공통 요소>
물머리에서부터 꼬리까지 긴장감 있게 장악하는 긴밀 구성
윤슬 한 잎 한 잎에 어울리는 개성적 표현
물굽이의 완급에 상응하는 호흡의 장단
물결의 진폭에 걸맞은 어조語調
(2) 제재 각색脚色의 변주 = 제재의 비유, 체험의 재해석
거칠어진 물줄기에 격랑이 일고 튀어 오르는 물방울
이야기도 되고 시도 되는 다층적 흐름
(3) 제재 치환置換의 변주= 시적 경지로 승화된 수필
현장에서 유추되어 다양한 상관물로 형상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찬란한 무지개
3문단 : 물거품과 분수는 수필이 아님
물거품 : 삶의 허상
분수 : 삶의 순리 역행
4문단 : 수필의 형식과 미감
(1)형식 : 제재에 맞는 최상의 디자인
물줄기의 파란만장한 내용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모양
(2)미감 :내용에 탄력적으로 호응하는 개성적 형식
내용과 형식에 어우러진 문예적 표현
미적 창조의 극대화는 작가의 창의적 몫
5문단 : 수필적 미감
일상의 물줄기 속에 미완의 물결로 출렁이며 작가 능력을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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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서태수
(출처- [창작문예수필] 2017.봄호)
인생이 강물이라면 수필은 물결이다. 강물은 순리로 흐르고 물결은 윤슬로 반짝인다. 순리로 흐르는 물줄기에는 역동逆動의 힘이 가미되어야 물결이 일어난다. 이 역동의 힘이 미학적 변주의 원동력이다. 이 변주는 작게는 반짝이는 잔물결에서부터 영롱한 물방울을 거쳐 찬란한 물보라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형성된다.
물살이 세든 약하든, 흙탕물이든 청정수든, 살얼음이 잡혔든 너테가 엉켰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순행의 몸짓은 수필이 아니다. 계절의 아름다운 채색을 담아 아무리 우아하게 굽이지더라도 물줄기는 한 가닥 삶의 일상일 뿐이다. 또한 아무리 특별한 경험이 물줄기에 얹혔더라도 그 토막은 일상의 한 조각일 뿐 수필은 아니다. 흐르는 그대로의 물길 토막은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신변잡기에 불과하다. 순행의 물줄기가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역동逆動의 변주變奏를 일으켜야 한다. 이 변주가 미적 감각을 발아發芽시키는 수필 창작의 씨앗이다.
시간을 묵히고 공간을 누비며 인류 발자취의 도도한 흐름으로 굽이지는 강. 그 강물에는 다양한 물줄기들이 섞여 뒹굴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엮어낸다. 역사의 강물은 수평을 지향하고, 인생의 물줄기는 행복을 추구하고, 수필의 물결은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무릇 모든 문학작품이 다 그렇듯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물줄기 한 토막도 수필의 재료가 될 수는 있다. 다만 범속한 물줄기가 삶의 보편성과 흥미성을 확보하여 한편의 수필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미학적 장치가 얹혀야 한다. 그 장치의 출발은 밋밋한 물줄기에 아롱무늬를 새기는 제재 윤색潤色의 변주다. 이야기 한 토막을 두고 치켜 올렸다 꺾어 내렸다, 궁글렸다 뒤집으며 시김새로 희롱하는 판소리 명창의 소리 기법은 굴곡의 파랑波浪이다. 휘도는 물굽이로 물살을 조절하면서 잔잔한 물거울로 비추다가, 때로는 살여울로 몰아치는 변주를 가미하면 비로소 윤슬로 반짝이는 수필의 물결이 인다. 이 물결에다 문예적 요소를 가미하면 드디어 수필이 탄생된다. 그 작업은 물머리에서부터 꼬리까지 관절 하나하나를 긴장감 있게 장악하는 긴밀 구성, 반짝이는 윤슬 한 잎 한 잎에 어울리는 살아 있는 표현, 물굽이의 완급에 상응하는 호흡의 장단, 물결의 진폭에 걸맞은 어조語調를 싣는 일이다. 이러한 문예적 요소는 모든 수필 창작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기본이다. 그때야 관중도 눈앞에 펼쳐지는 범속한 제재의 변주에 어깨를 들썩이는 추임새로 화답하는 수필이 된다.
물결이 거칠어지면 물줄기에는 격랑이 일고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생긴다. 물줄기가 여울목을 휘돌고 바윗등에 부딪혀 부서지는 영롱한 물방울은 일상에서 변주된 훌륭한 수필의 동력이다. 아롱무늬로 여울지던 물굽이가 소쿠라지고 용솟음쳐 삶의 화소話素들이 방울방울 쪼개지는 제재 각색脚色의 변주다. 이 물방울은 기나긴 물길 인생에서 작가가 채택한 체험의 가치 있는 재해석의 결실이다. 윤슬로 반짝이는 물결에다 생동하는 물방울 구슬을 교직하여 엮어내는 이 수필은 이야기도 되고 시도 될 것 같은 다층적 흐름이다. 반짝이는 윤슬에 추임새로 화답하던 관중도 어느덧 글의 품으로 들어와 그 물방울에 촉촉이 젖어들기도 하는 그런 수필이다.
영롱한 물방울의 몸짓이 더 격렬해지면 찬란한 물보라가 번져난다. 이 변주가 이루어지는 길목은 물줄기가 온몸을 던져 뛰어내리는 폭포다. 삶의 현장에서 변주된 유추가 현실이 아니듯 이때의 물방울은 이미 물줄기의 형체가 아니다. 인생이 낙엽이 되고, 마라톤이 되고, 항해로 은유되듯, 찬란한 물보라는 다양한 상관물로 형상화된 제재 치환置換의 변주다. 흐르던 물줄기가 흩어져 윤슬도 사라지고 영롱한 물방울도 산산조각이다. 수직의 절벽에서 흩날리는 물보라는 시적 경지로 승화된 최상의 수필 기교이다. 아련하게 흩날리는 물보라는 일상의 강물에서는 볼 수 없는 찬란한 무지개를 그려낸다. 이때는 글의 품으로 들어와 그 물방울에 촉촉이 젖어들었던 관중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물보라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두 팔을 벌리고 서서 시각, 촉각, 청각이 어우러진 환상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수필이다.
그러나 수필이 물줄기의 변주를 이룩한 물결이라고 해서 물거품이나 분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수필은 물줄기의 윤색이든, 각색이든, 치환이든 순행하는 흐름에서 일으킨 미적 변주일 뿐이다. 아무리 개성 발랄한 물길도 시공을 역행하거나 거품으로는 흐를 수 없다. 거품의 고백이 진실일 리 없고, 인생을 거꾸로 산 행적이 문학일 수 없듯이, 수필의 변주란 흐르는 물길의 순리를 거역하거나 허황되지 않은 물줄기라야 한다. 깊디깊은 흐름 위에 반짝이는 윤슬, 굽이치는 소용돌이를 딛고 튀어 오르는 물방울, 천길 벼랑에서 혼신의 힘으로 부서지는 물보라도 결국은 시간을 묵고 공간을 누비면서 순리의 물길을 여는 물줄기의 한 부분일 뿐이다. 수필은 그 진폭이 크든 작든, 시공을 굽이져 내린 경륜의 물줄기가 그려내는 사색과 고백의 결실로 이루어진 아롱무늬이기 때문이다.
강물에는 비바람에 부대끼는 강둑 풀잎보다 더 많은 희로애락이 엮여 흐르지만, 그 흥미진진함도 오로지 바다를 향해 아래로만 흐르는 순행의 일상일 뿐이다. 그러기에 관중은 물줄기의 파란만장한 내용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모양에서 환호한다. 수필가는 일상의 물줄기에다 반짝이는 채색을 빚어내는 디자이너다. 수필의 형식은 제재의 빛깔에 맞는 최상의 디자인이라야 한다. 소설은 허구적 구성미로, 시는 상상적 운율미로 형상화하지만, 수필의 형식은 물줄기의 다채로운 변주만큼이나 그 구성법이 다양하다.
수필의 미감은 내용에 탄력적으로 호응하는 개성적 형식과 이에 어우러진 문예적 표현에서 비롯된다. 수필의 품격이 반짝이는 물결이든, 영롱한 물방울이든, 찬란한 물보라든 물머리에서부터 꼬리까지 관절 하나하나를 긴장감 있게 장악하는 긴밀 구성, 반짝이는 윤슬 한 잎 한 잎에 어울리는 살아 있는 표현, 물굽이의 완급에 상응하는 호흡의 장단, 물결의 진폭에 걸맞은 어조를 실어야 한다. 싱거운 물줄기가 길게 이어지면 밋밋하고 지루하다. 미적 창조의 극대화를 위한 이 물결무늬 생동감은 오롯이 미감에서 우러나는 작가의 창의적 몫이다.
오늘도 강물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싣고 변함없이 굽이진다. 강둑에 올라 눈을 감고 바라보노라면, 온갖 변주로 반짝이던 수필적 미감은 일상의 물줄기 속에 무르녹아 작가의 손길을 기대하며 미완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화면 읽기를 위해 문단 행간을 띄웠음)
******(다른 용례도 많이 있음-필요하면 더 탑재 가능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