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생명의 어머니
3월 11일은 흙의 날이다. 흙은 생명의 어머니이다.
한 해 농사의 풍요와 흙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치를 공유해야 하는 이때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생명들이 위협받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미생물에 대한 정보와 존재를 알지 못하고 살아 온 것이다.
이번 기회로 농업의 근본인 흙 속에 수많은 미생물과 생명체들이 공존하고 생태계를 구성하며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바라본 흙의 존재와 가치, 인식이 얼마만큼 깊이가 있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흙을 소중히 하지 않고 무시하고 생명의 숨을 못 쉬게 만든 대가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와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혹독한 대가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성경의 말씀처럼, ‘흙에 숨을 불어 넣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모든 생명은 인간은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런 순환의 원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날뛰다가 다가온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흙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이자 인간과 공존, 순환의 연결고리에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다. 그러나 이 흙을 위협하고 가치를 훼손하는 부류가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최근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큰 상을 받았다. 우리 인간은 흙에 기생해서 사는 생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원래 우리 인류의 시작은 흙과 물의 문명에서 시작했다. 이러한 우리 사회에 무위도식하는 기생충들이 곳곳에 버티고 있으면서 우리 인간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인간들이 내가 흙의 기생충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흙의 소중함과 생명력을 느낄 때 이 위기는 해결될 것이다.
흙의 날 서로 모여 농사 시작도 알리고 흙의 생명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할 시기에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들과 전쟁을 치루고 있어 안타깝다.
흙에게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옛 어른들은 뜨거운 물을 마당에 뿌리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 이유는 뜨거운 물에 의해 흙 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우리는 지금 다시 이런 마음으로 흙을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은 모든 생명과 흙의 위기이다. 흙에 기생해 사는 우리 인간들이 흙의 소중함과 더불어 산다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이다. 서로 공존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진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이 우리를 가르치고 있다.
흙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며, 미래로 물려주어야 하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대오각성하며, 흙과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갖는 흙의 날이 되길 바란다.
글 이태근 흙살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