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 소월백일장 심사기
언어의 함축과 주제의 투영
서울 성동구의 왕십리를 널리 알렸던 민족시인 김소월의 시정신을 기리고 한국 시문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개최된 제1회 전국 소월백일장 대회는 우선 전국 규모의 행사로서 손색없이 마무리 되었다. 당일 3백 여명이 참가하여 시제(詩題) ‘가을바람’과 ‘길’을 놓고 기량을 겨루었다. 심사는 몇 가지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 기준은 원고지 사용법과 시문장 작성에서 철자법을 이해하면서 글씨 쓰기에 정성이 깃들었는가. 글 제목을 이해하고 자신의 진솔한 정감과 느낌을 통해서 자신만의 건전한 표현으로 주제를 투영하고 있는가. 표현 언어가 천박하지 않는가. 등이었다. 먼저 심사위원들은 일차로 우수작품을 선별하여 윤독(輪讀)을 통해 다시 입상권내의 작품을 놓고 장시간 논의와 재독(再讀), 삼독(三讀)을 거쳐 입상작품을 확정했다. 장원을 차지한 민 구의 「가을바람」은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라는 평가다. 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물들과의 대입에서 마치 생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접맥시키는 시법(詩法)이 일정한 습작기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바지랑대’와 ‘널린 옷가지’들이 ‘바람’과 조화하면서 ‘바람’은 다시 의인화하여 ‘가을’이라는 시간성과 융합을 이루는 시적 구도가 돋보인다. 특히 ‘잘 익은 벼 몇 포기가 / 그의 신발을 문지르고 있다’는 은유적 처리의 문장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차상 이은희의 「길」은 ‘어무이 치맛자락엔 길이 있다’는 등의 사투리를 요소마다 구사하여 시의 멋을 살리고 있다. ‘아부지’와 ‘어무이’와 ‘동백치마’의 상관성이 곧 ‘길을 잃어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와 ‘방에 노을이 한 가닥 들어왔는데 안 오시’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길’로 묘사한 점이 돋보인다. 차하 신지혜의 「길」은 시문장으로는 약간 길다는 감이 있으나 ‘이 길 위에 고개 숙인 건 나 뿐이’라는 자신의 체험이 형상화하는 과정이 평가의 대상이다. 시에서 문장이 길어지면 더러는 너무 할말이 많다는 것이다. 언어의 함축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장려상의 최오선의 「가을바람」에서는 시적 대상물인 ‘청상의 어머니’에 대한 형상화가 ‘섬돌 위 나란히 놓인 흰 고무신’과의 조화가 돋보였고 최분임의 「길」은 시적 화자 ‘네’와 ‘내’와의 연결 메시지가 돋보이지만, 임의대로 행가름을 너무 많이 했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가작으로 임창선의 「길」, 이진순의 「가을바람」그리고 조영순의 「길」이 선정되는 데는 우선 그들이 시 창작의 기법을 다소 이해하면서 주제에 접근하려는 열정을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다수의 작품들이 마지막까지 입상 논의 대상이었음을 밝혀둔다. 더구나 장원 작품은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 당선작과 동일한 예우를 하여 시인 등단의 기회를 열어놓고 있어서 이번 백일장의 의의는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심사위원 : 박곤걸 김송배(글) 김천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