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골 가실 / 출품작
불어닥친 서슬 시퍼런 코로나 19의 광풍을 댄 통 맞았다. 경산시장에서 작은 횟집을 하면서 줄곧 손님 바라기만 한다. 언제까지 갈지 출입문 풍경소리 나기를 기다린다. 한 달 두 달이 지난다. 기다림은 참 힘들다. 카톡으로 방역 준칙 문자는 계속 울리고. 하루 다섯 번 열 번까지도 한다. 거리 두기, 모임 자제, 확정자 몇 명 등 등의 문자다. 손님이 와야 가게 운영이 되는데 속앓이 문자에 울화만 치민다. 내 잘못이 아닌데 왜? 라는 질문으로 화풀이 아닌 화풀이가 벌써 가을맞이 계절이다.
잘 다니던 직장이 폐쇄되었다. 쉰 세대로 졸지에 직장 잃고 앞날이 막막할 때 찾아 든 곳이 비내골 텃밭이었다. 밭에다 속앓이 화풀이 쇠스랑으로 땅을 일궈 채소 키운다. 주변에 꽃도 심는다. 화가 나면 산에도 오른다. 소주 일 잔도 한다. 산나물로 산채 비빔밥 먹는다. 시간 놀이 마음 다스린 곳이다. 코로나 19. 육순 넘어 먹거리를 위해서 시작한 가게, 아직 자리도 잡지 못했는데 너무나 힘든 고비를 맞았다. 정부의 지원금 조금 받기는 하지만, 입가심도 아니 된다. 가겟세는 아예 주지도 못한다. 그나마 전세금이 있어서 그걸 믿고 견디고 있다. 언제 해결될지 앞도 보이지 않고 원망한다고 도움도 되지 않아 다시 찾은 텃밭이다.
봄날에 가을걷이를 위해 뭘 심어 둔 것 별로 없다. 작물로는 고추와 가지, 오이가 전부다. 지난해 심어 둔 파옥초와 삼미채 있지만 방치수준이다. 망나니 같은 들깨가 있다. 씨 뿌리지도 않았는데 온 밭 곳곳에 잘 자랐다. 잎으로 가게에서 유용하게 사용도 했다. 11월 초인 지금 밭 광경은 어지럽게 늘 부러져 엉망이다. 일구던 밭을 방치하였으니 당연하다. 고사리밭도 들깨와 잡풀로 뒤엉켰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 밭이 아니라 산기슭 한 부분으로 되어 있다.
고추가 달려 있지 않다. 며칠 전 집사람이 다 서리했다. 반찬용으로 손가락 한 마디도 되지 않는 것들마저 몽땅 이다. 영양분 공급은 해주지 않으면서 고추만 싹 훑어간다. 아직 고추꽃이 핀다. 거름 주면 기운 낼까? 버려지는 과일 챙겨서 만들어 둔 천연 유기농 거름 시원하게 뿌려준다. 처진 가지 대를 받침대로 받쳐 준다. 햇빛 가리든 키가 더 큰 들깨 전지해 준다. 밭 모양새로 다시 일군다. 앞으로 일용할 수 있는 건 고추뿐이다. 철 지난 10월 말경이지만 뿌듯하다. 언제 수확할지는 생각 않는다. 꽃이 필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만 있다. 아랫동네에서는 이미 고춧대를 뽑아내곤 하는 때인데도.
대붕 감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한 나무는 열 개 정도의 감이 달려 있다. 이 감나무는 옆의 참나무 그늘 밑이라서 성장조건이 좋지 않다. 코로나에 덥힌 가게랑 비슷한 환경이다. 지난해는 두 개 열리 드니 올해는 열 개 열렸다. 집사람이 새들이 먹기 전에 딴다기에 만류했다. 첫서리 맞을 때까지는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 감은 다 따 버린다. 새들이 쫓기 전에 챙긴다며 고집부린 것이다. 남은 감나무 한 그루에는 50여 개의 감이 누렇게 이제는 붉은빛으로 변한다. 답답함이 가득하던 다랑이 밭이 환하다. 지난해에 외손녀 준다고 아끼다가 몽땅 서리 맞은 감나무다. 생글생글 웃으며 맛나게 먹을 외손녀 얼굴이랑 홍시가 아롱거린다. 이 감 따는 날 비내골은 가실 풍년이 될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짓는다. 뭔가 일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속 풀이용이기도 하다. 건설가설재료로 옆 벽 받침을 세우고 비빌 하우스용 파이프를 걸치고 힘을 받게 비계 파이프로 보강도 해준다. 비닐을 쉬 울 수 있는 틀을 만든다. 불안하여 울타리용 철망을 지붕틀에 더 보강하고 밧줄로 묶어 준다. 경험에 의하면 빗물은 견뎌내는데 폭설 눈은 버티지 못했다. 보강작업도 끝났다. 비닐을 쉬 우고 모서리에 가설재 덮 되어 고정한다. 바람 견딜 수 있게 밧줄로 가로질러서 묶어도 준다. 올겨울 눈비 바람 잘 견디어 주길 바라면서.
비닐하우스를 짓는 이유는 만들기 위한 시간 놀이도 있지만, 겨울철에 동 초를 얻기 위해서다. 하 수상한 시절의 겨울에 먹을 채소를 키우면서 즐거움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실이라고 해 본다. 모종 배추 늦어 막 10월 중순에야 심었다. 상추씨도 넣었다. 겨울철 먹거리 시기에 맞추고 싶어서 맞춘 게 아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철 장사랍시고 우물쭈물하다 늦어졌다.
비닐하우스에서 잘 자라고 있다. 일찍 올라와서 늦어도 11시 되면 가게 장사를 위해서 내려가야 한다. 11월이라 물주는 시간 맞추기가 참 쉽지 않다. 아침에 물주면 너무 차서 오리려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난감이다. 지금 같이 찬 기온이면 물을 주지 못한다. 포근한 아침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도 가실의 하나다. 가을 가실과 겨울 가실 비내골 텃밭에 다 만든다. 마음은 이미 풍요로 가득하다.
2020. 11. 4.
어름문학 8호 출품작 (21. 09. 27.)
비내골 가실 초고 작
올 경자년은 2월에 불어닥친 서슬 시퍼런 코로나 19의 광풍을 댄 통 맞았다. 경산시장에서 작은 횟집을 하면서 줄곧 손님 바라기만 한다. 언제까지 이어질까 출입문 풍경소리 나기를 기다린다. 한 달 두 달 지난다. 기다림은 참 힘들다. 그래도 카톡에서 방역 준칙 문자가 계속 울리고 있다. 하루에 다섯 번에서 열 번까지도 온다. 거리 두기, 모임 자제 등 등의 문자다. 손님이 찾아와야 장사가 되는데 속앓이로 읽어지는 문자에 못난 울화가 치민다. 내 잘못이 아닌데 왜? 라는 질문으로 화풀이 아닌 화풀이를 하면서 가을맞이 계절이 되었다.
잘 다니던 직장이 폐쇄되었다. 쉰 세대로 졸지에 직장 잃고 앞날이 막막할 때 찾아 든 곳이 비내골 텃밭이었다. 속앓이 화풀이로 밭에서 쇠스랑 찍기 채소 키운다. 주변에 꽃도 심는다. 화가 오르면 산에 오른다. 소주 일 잔도 한다. 산나물로 산채비빔밥도 해 먹는다. 시간 놀이로 마음 치유한 곳이다. 코로나 19. 육순 넘어 뗏거리로 시작한 가게 아직 자리도 잡지 못했는데 너무나 힘든 고비 맞았다. 정부의 지원금 조금 받기는 했지만, 입가심도 아니 된다. 가겟세는 아예 주지 못한다. 그나마 전세금이 있어서 그걸 믿고 견디고 있다. 언제 해결될지 앞도 보이지 않고 원망한다고 도움도 되지 않아 다시 찾아 본 텃밭이다.
가게 한답시고 봄날에 가을걷이를 위해 뭘 심어 둔 것 별로 없다. 고추와 가지, 오이가 있다. 지난해 심어 둔 파옥초와 삼미채도 있지만, 방치수준이다. 망나니 들깨가 있다. 씨 뿌리 지도 않았는데 온 밭 곳곳에서 잘 자랐다. 이 깻잎 가게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도 했다.
11월 초인 지금 밭 광경이 너무 어지럽게 엉망이다. 일구던 밭 방치되어 있었으니 당연하다. 고사리밭은 들깨와 잡풀이 뒤엉켜 있다. 가는 세월에 퇴색하여 힘없이 쓰러진 초목 난장판이다. 천년초 무덩이는 잡풀이 덮어서 가끔 하나씩 붉은 열매만 보인다. 파옥초는 몇 줄기만이 살펴 주지 않으매 서러운 듯 땅에 기대있고 삼미채인지 정구지 인지는 개망초에 포위되어 보이지 않는다. 온통 잡풀이 우겨져서 산기슭 꼴이다. 옆으로 고추밭 가는 길만 열려 있다.
고추가 달려 있지 않다. 며칠 전 넘버 하나가 같이 올라와서 몽땅 서리했으니. 손가락 한 마디도 되지 않는 것들마저 땄다. 영양분 공급은 해주지 않으면서 열매만 다 훑어간다. 아직 고추꽃이 핀다. 희망있다. 버려지는 과일 챙겨 와 만들어 둔 천연 유기농 거름 시원하게 뿌려준다. 축 처진 가지 대 세워 받쳐 준다. 키가 더 큰 들깨는 짜 른다. 다시 밭 모양새로 일군다. 철이 지나 때맞지 않는 도움이지만 뿌듯하다. 언제 수확할지는 생각 않는다. 꽃 필수만 있다면 좋다. 아랫동네 밭에서는 이미 고춧대를 뽑아 내는데. 나는 거름을 준다.
대붕 감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한 나무는 열 개 정도의 감이 달려 있다. 이 감나무는 옆의 큰 참나무 영양인 그늘에서 있어 성장 조건이 좋지 않다. 지금 내 가게랑 비슷한 환경처럼. 감이 지난 해는 두 개, 올해는 열 개 정도가 열렸다. 넘버 하나 불쑥 새들 먹기 전에 감 딴다며 나서기에 만류했다. 첫서리 맞을 때까지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감은 다 따 버린다. 올 첫 가실걷이다. 광주리에 누렇게 담겨 있는 모습에서 밑 둥의 퇴색된 꼭지가 유별나게 애처롭게 눈에 띈다. 세월의 포로가 된 것처럼 살짝 내 모습이 지나간다. 남은 감 한 나무에는 50여 개의 감이 누렇게 이제는 붉은빛으로 변하면서 그늘지는 다랑이 밭 환하게 해준다. 지난해 몽땅 서리 맞은 감나무다. 외손녀가 감에 겹친다. 생글생글 웃으며 맛나게 먹는 얼굴이랑 홍시가 아롱거린다. 이 감 따는 날 비내골 가실은 풍년이 될 것이다. 첫서리 기다려 본다.
비닐하우스를 짓는다. 가실 거리라기보다는 뭔가 일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속 풀이용이기도 하다. 건설가설재료로 옆 벽 받침을 세우고 비빌 하우스용 파이프를 걸치고 힘 받게 비계 파이프 기둥 보강도 해준다. 비닐 쉬 울 수 있는 틀 다 만들었다. 그래도 불안하여 울타리용 철망 지붕에 더 보강하고 밧줄로 묶어 주었다. 경험에 의하면 빗물은 견디는데 폭설은 버티지 못했다. 보강작업도 끝났다. 비닐 쉬 우고 모서리에 가설나무로 덮대어 고정한다. 바람에도 견딜 수 있게 밧줄로 가로 걸쳐서 묶었다. 올겨울 디ㅢ비다.
비닐하우스 짓는 이유는 만들기 위한 시간 놀이도 있지만, 겨울철 동초 얻기 위해서다. 하 수상한 시절의 잊음으로 겨울에 먹을 채소 키우기다. 또 다른 즐거움 찾아보려 한다. 또 다른 가실아니 겨울 걷이 인가. 모종 배추 심었다. 상추씨도 넣었다. 겨울철 먹거리에 맞추고 싶어서 맞춘 게 아니라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철이라 우물쭈물하다가 늦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잘 자라는 꿈을 꾼다. 아침 일찍 올라와서 늦어도 11시 되면 내려가야 한다. 11월이라 물주는 시간 맞추기가 참 어렵다. 아침에 물주면 너무 차가워서 오리려 성장에 지장 줄 수 있다. 난감이다. 지금 같은 기온이면 물 줄 수가 없다. 아침 포근한 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도 가실의 하나다. 가을걷이하는 가실과 겨울 맞이하는 가실 비내골에서 만든다. 기다림의 가실이 마음의 풍요로 올 것이다.
2020.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