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배우다
비내골 텃밭 가꾸기가 하루 일과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먹고 자는 생활까지 여기서 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곤 한다. 또, 가끔 지인 분들도 찾아온다. 음식을 할 줄 알아야 대접을 할 수 있다. 음식 만들 줄 모르니. 산속 텃밭이라 먹거리 보관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필요한 음식을 집에서 가져온다. 나는 라면 끓이는 것과 밥은 할 줄 아는데 반찬은 숙맥이다. 양념과 소스 등 반찬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씩 느끼곤 했다. 요리 한 번 배우기로 마음먹는다. 찾아오는 손님 내가 내 손으로 대접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크게 작용했다.
경산 한식요리 학원이다. 집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다. 메뉴 종류가 53가지로 하루 5시간씩 2개월 중 40일 동안 하는 강좌다. 하필이면 7~8월 그 더운 여름철에 등록을 했다. 이 더운 날이라 한심함도 있었지만 오히려 독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 다니기로 한다. 집 사람과 같이다. 첫 시간은 원장님이 원생들의 소개와 지도 강사의 인사 순서로 시작되었다. 강의실에는 가스레 인지와 주방용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 정돈 잘 되어 있다. 그중 칼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선입적인 무서움으로 자연 보게 된다. 강의는 시작되고 강의 시간 중 냉방기가 고장 났다. 바로 수리도 하지 않는다. 불 앞에서 실습하는 시간 아니라도 긴장이 되어 힘들고 땀이 나는데 온몸이 땀이다. 주방용 칼, 처음으로 잡고 칼질하는 순간 긴장감이 배가되어 무서움도 같이 한 목 끼어들고 있다.
하루에 한가지 아니면 두 메뉴씩 강좌가 진행되었다. 등록한 이 요리 강좌는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는 강좌다. 재료를 준비하고 세척을 하면서 재단할 고기류 등을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용기에 분리하여 담는다. 기본양념을 컵에 담아 식탁 위에 정리하여 둔다. 파 마늘은 약방감초처럼 모든 조리에 기본으로 사용되고 있다. 요리 메뉴에 따라 재료의 양과 종류가 정해진다. 요구사항과 유의사항이 주워지고 거기에 맞는 조건의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강사의 재료 우선순위 종류별도 한 가지씩 시범을 보여주고 원생은 따라서하는 실습으로 진행되었다. 우둔한 손질이지만 천천히 따라 한다. 시간이 경과되면서 만들어지는 요리 메뉴는 완성으로 되어 간다.
자격증 위한 요리강좌는 정해진 시간 내에 완성해야 한다. 강의는 기준에 맞추어 한 메뉴를 가지고 진행한다. 메뉴들 마다 특징이 있다. 일주일이 지난다. 아직도 겁이 나는 칼질이다. 2mm 두께로 자를 때 온 집중을 해도 손가락만 크게 보이고 재료를 어떻게 쓸었는지. 금방 시간인 것 같았은데 긴 시간이 소요된다. 칼질이 문제다. 감자나 생강 껍질 다듬어야 할 때 칼날이 손으로 파고드는 기분 정말 불안하고 기분 더러워진다. 한 번 두 번 횟수가 쌓이니 손 익혀져 간다. 평소 집에서는 상상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주방 일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집사람 칼질 솜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 줄 이때야 크게 보였고 알게 되었다. 남자로서 주방의 무심함이 한 심이가 된 순간이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가장 먼저 기본양념을 알아야 한다. 소금, 간장, 식초, 식용유, 고춧가루, 설탕, 깨소금 후추 가루, 참기름, 마늘 파 등이다. 이 보다 더 많지만 10가지 이상을 기본으로 양념재료를 알아 두는 게 좋다. 양념이 요리에서 맛을 내어 주는 핵심이다. 요리에 따라 양념의 양이 조금씩 다르다. 요리 책자에는 양으로 또는 무게로 명시되어 있다. 실습 시간에는 조리에 사용되는 숟가락으로 량을 보면서 대중으로 추정한다. 물론 양이 정확 하지는 않지만 하다 보니 숙련된다. 개량하여 사용한다면 정확하지만 자격시험 시 시간 활용에 불리하다고 하니 편한 방식으로 배운다. 시간이란 제약에 긴장감으로 개량이라는 행동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실수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실제로 대충 개량한 방식이 별로 차이도 나지 않고 과정을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어 손에 익숙해지니 오히려 편하다.
재단을 하기 위해서 길이와 두께도 눈으로 가름치 잣대를 익혀 두면 좋다. 시험과정에서 요리의 모양 형태가 외관 평가로 배점에서 큰 영양을 준다 한다. 모양도 주어진 조건대로 재단한다. 두께는 조리 과정에서 맛과 모양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메뉴에 따라 주어지는 길이와 두께에 맞게 재단하는 것을 숙련해야 한다. 53가지 메뉴 과정에서 통상 적인 길이로 재단되는 수치 범위는 2~7cm 내외이다. 두께는 2~10mm다. 물론 메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아니 모두 이 범위에서 요구조건이 주어지고 있다. 요리 수강할 때는 시범을 보고 시키는 대로 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칼질도 숙련이 되어지면서 다른 수강생은 기능사 준비를 위한 실습 위주로 한다. 여기서 연습 실습은 못한다. 시간을 아예 주지 않는다. 응시하지 않을 나는 내 방식으로 다른 응용을 하면서 실습한다. 그중 완자탕과 화양적을 만들고 난 후 문장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같이 공부하는 원생은 시도하고 요리도 하고 붓글도 하고 선생은 뭐 하시는 분이에요 한다. 혼자 싱거이 웃으면서 먹 거리 배우고 있는데요 하고 답한다.
강사는 나랑 갑장인 여성분이시다. 영천에서 출퇴근하면서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신다. 우리 반 강좌를 위해서 초빙하신 분이다. 수강생이 우리 부부를 포함해 부부 두 가족과 여자 한분이다. 모두 5분. 여자 한 분은 1주일 만에 그만두고, 한 달 후에 한 부부마저 그만둔다. 울 부부만 남았다. 다른 수강생반인 대학생 6명이랑 합반이 되었다. 한 달간 같이한다. 수강기간 동안 열정적인 강사님이다. 특히 우리 부부를 보고 너무 좋은 인연이라며 알뜰히 챙겨 주신다. 집에서 먹 거리를 가져와 먹어보라고 주시고 점식식사 요리를 직접 만들어 주신다. 집사람 영천 집까지 델고 가 구경도 시켜 주신다. 너무 고마우신 분이시다. 중식은 강사님이 도와주어 학원에서 해결하였다. 종강 후에도 경산에 오신다. 오래 동안 연락 하면서 부부같이 자주 만나자고 한다. 우리의 인연이 요리라는 매개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나만 잘하면 인복이 지속되리라 독백해 본다.
실제로는 작은 식당을 해 볼까 염두에 두고 집사람을 유혹해서 같이 배우게 되었다. 배우는 메뉴가 한식요리라 식당 메뉴에 적합도 했다. 언제 식당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사항이 잠재되어 있다. 텃밭에서 손님 접대용 요리로도 유용하려 한다. 메뉴 개발 연습도 가능할 것 같고 집 사람 기본 손맛도 좋은 편이니 실습으로는 아주 좋은 조건의 장소가 기다리고 있다. 개업 생각은 일단 미루면서 수강을 계속한다. 한데 한 메뉴씩 수강할 때는 알 것 같은데 하루 이틀 지나니 긴가 민가 헷갈린다. 두 번의 반복 실습은 여기서는 없다. 53가지 메뉴를 40일간 종결해야 하니 당연하다. 집에서 계속 공부해야 하는 한 가지 일이 주워졌다. 놀면 뭐 해. 강좌 끝나면 밭에 올라가 맛나게 만들어 취식 호사를 하면 얼마나 좋은 횡재인가. 실습은 밭에서 하자 해본다.
직장 끈 떨어진 나는 쉬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뭐 거리 조건 제약이 많은지. 특히 나이는 오랏줄 같았다. 빈 둥 놀기 수년이다. 조금씩 생활비로 지출되는 통장 숫자가 확대경으로 보는 것처럼 커져 간다. 답답한 시간, 천라지망에 갇힌 왜 도망자 신세 같은지. 지금 우리 집 생활이 좋지 않는 형편이다. 집사람은 스스로 뭘 해 보려 하지 않는다. 집 사람 끌어 드린 것도 창업이든 취직이든 식당일이 쉽지 않을까 하고 나혼자 판단하고 진행한 것이다. 솔직히 돈벌이 일터 구하기가 여자가 더 쉬울 것같다가 맞다. 물론 텃밭 놀이 취사가 광고 형식으로 작용했지만. 여기에 한 번씩 집에서 놀고 있는 아들까지 창업 유혹을 하곤 한다. 분위기를 잡아가기는 하는데 아직은 나의 일방적 생각뿐이다. 하지만 먹거리 문제가 당면 과제가 되어간다. 생활비가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경산시장에서 오래 동안 배달 중심으로 영업이 잘되고 있는 식당을 하는 친구가 있다. 너무 오래 식당일을 해서 금년 말에 식당을 그만두겠다며 이 식당을 해보겠느냐 제안을 한다. 금상첨화 같은 절묘한 타임이다. 그래 할게 했는데 좀 기다리란다. 건물주 문제가 걸린다고 한다. 하필이면 금년에 이 건물 구입한 새 주인이 재건축 계획이 있기 때문이란다. 확인한 결과 내년 초에 재건축한다는 통지를 받는다. 다른 분 새 사업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한다. 좋아하다 말았다. 친구랑 얼굴 마주 보면서 웃었다. 하다고 포기는 아니다. 집사람만 마음 다 잡는다면 계속 추진하려 한다.
요리 배우기 전까지 식사 준비하는 동안 주방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얼굴을 내밀어 보곤 한다. 한 번씩 칼을 잡고 뭐 할 것 없나 질적 거리기도 해 본다. 집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리 내어 주진 않는 성격이다. 괜히 영역 침범이 되는 것 같아 그만둔다. 이참에 비내골 가서 식사 자립을 한번 해봐? 생각도 해 본다. 그래도 요리라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갔다는 것으로 기특하게 머리에 저장한다. 하얀 두건 두르는 그림도 그려 보면서 주방이라는 단어를 일상 동선 안으로 당겨 놓은 계기가 되었다.
17. 10.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