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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겨울 바다에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파도는 대양으로 향한 거대한 열망에 온몸을 뒤척였다.
나는 비에 젖은 겨울새처럼 그 바닷가를 정신없이 걸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에 발을 적시다가 그대로 바다로 걸어들어가고도 싶었다.
비내리는 겨울 바다는 세월을 뒤집어 탁 털어버릴 만큼 걷잡을 수 없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정동진 해변
산위에 바닷길 …
그날 강릉에서 이순원 선생님을 따라 걸은 <산 우에 바닷길>은 신갈나무, 참나무, 금강송들이 우거져 있는 산 위의 숲길이기도 했다.
겨울비는 소리도 없이 부슬 부슬 내리는데, 바람 소리 사이로 파도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왔다.
어디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경계도 알지 못하는데 동해바다 파도소리는 산 위까지 들려왔다.
앞을 보아도, 뒤를 돌아보아도, 어디에나 바다였다. 넘칠듯이 풍성한 그 바다가 잿빛 거대한 공간에서 하얀 거품을 물고 있었다.
<산위에 바닷길> 괘방산 오르는 길
산 위에서 마른 나뭇잎을 밟고 있는 나를 둘러싼 것은 온통 비안개였고, 그속에서 바다가 말을 건네었다.
비는 걷기에 딱 알맞을 만큼 뿌렸다. 산에도 뿌리고 바다에도 뿌리고 내 머리위에도 뿌렸다.
비옷으로 무장한 몸은 젖지 않았는데 마음이 비에 젖고, 파도소리에 젖어들었다. 괘방산 나뭇잎처럼 온통 젖어버렸다.
그 산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그렇게 오래 오래 머물고 싶었다.
나는 없고,
비 내리는 겨울 바다로 가는 길
파도 넘실대는 바닷길은 정말 산 우에 있었다.
<산우에 바닷길>은 <강원도 바우길> 트레킹 코스 10개중 8번째 코스로 안인해변에서 정동진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이었다.
산 위에서 젖은 나뭇잎을 밟는데, 구름 한옹큼이 손바닥에 내려 앉았다.
옆사람이 밀면 정말 저 바다에 풍덩 빠질까? 산 위의 길은 바다에 그토록 가까이 있었다.
높은 곳에서 더 잘 들리는 파도소리 때문에 바다는 바로 내 발 아래에 있는 것 같았다.
원래 '안보 등산로'라고 불려지던 길을 <산 우에 바닷길>이라고 이순원 선생님이 멋진 문학적인 이름을 붙였다.
까페 <그섬에 가고싶다>와 옥섭씨
강릉에 도착한 것은 11월 27일 오후였다.
터미널에서 이순원선생님과 소녀같지만 고전적인 아름다운 강릉여인 민정씨를 만나, 서 시인이 운영하는 <그섬에 가고싶다> 카페로 갔다.
안목 해안에 위치한 카페의 바깥 풍경은 나처럼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원히 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자명씨 부부의 초대를 받아 속초로 가는 길에 밤의 경포대를 들렀다.
선생님은 경포대에 뜨는 다섯 개의 달 이야기를 하셨다.
....하늘에, 호수에, 바다에, 술잔에 뜨는 달...그리고, 그대 눈동자에 뜨는 달...
우와~ 경포대의 운치에 탄성을 지르며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감탄을 했다.
산위에 바닷길에서
다음날 이기호 대장을 따라 안보등산로라고 일컫는 <산위에 바닷길>로 향했다.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키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맑은 날이면 눈이 시도록 푸르다고 하지만
잿빛 바다는 마음이 시도록 푸르렀다.
산우에 바닷길
산우에 바닷길
비 내리는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미끄러질까봐 수북이 쌓인 마른 나뭇잎들을 깊숙이 밟았지만 낙엽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저만큼 발밑에 놓인 바다가 부르는 파도소리만 들려왔다.
키 큰 나무들이 양옆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강릉 괘방산의 산길.
비와 비안개 속에서 동쪽 바다는 하늘과 한 공간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점심을 준비를 하지 못했던 관계로 이기호 대장과 강릉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가 선생님의 커피잔이다. 우리들은 그 잔으로 커피를 마셨고, 산행이 끝난 다음엔 소주도 마셨고 막걸리도 마셨다.
귤과 술이 담긴 초코렛을 후식으로 먹었다.
모두들 배불리 점심을 해결했다. 흡사 성경의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락가사 가는길
트레킹코스 <산위에 바닷길>은 정동진역에서 끝나지만 거의 4시간(?) 산행 끝에
앞으로 두 시간을 더 가야 된다는 말에 빗길이 무서워 낙오된 씁쓸한 기분으로 등명 락가사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그섬에 가고싶다>의 옥섭씨가 동행해 주어 우리는 연인처럼 우산을 쓰고 바다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잘 닦인 길로 천천히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비안개가 몽글몽글 피어올라 온 세상을 회색공간에 가두는데,
진달래가 11월의 찬바람에도 빗방울을 매달고 아프게 피어 있더니,
내려오는 길엔 앙증맞은 감이 감나무에 하나 가득 조랑조랑 매달려 있었다. 아무도 따가는 사람이 없었나 보았다.
등명 락가사
락가사로 내려오는 길도 낙오된 자의 처량한 마음을 달래줄 만큼은 아름다웠다.
멀리 바다가 보였다. 보아도 보아도 반가운 동해바다였다.
락가사 안에서 약수를 마시고 돌아본 풍경, 어디를 봐도 풍경 속엔 바다가 있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은 시작되듯이
이대로 낙오된 채 바다에서 혼자 물러설 수는 없었다.
나는 옥섭씨에게 부탁해서 택시를 불렀다. 친절한 기사의 도움으로 가는 도중 아름다운 바다를 편하게 구경 하면서 정동진으로 향했다.
정동진의 상징처럼 보이는 크루저는 내 시선을 끌지 못했지만 해안으로 가기 위해선 썬크루저 티켓을 끊어야 했다.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정동진 해변을 모래에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묻으며 끝까지 해내지 못한 산행에 한풀이라도 하듯 미친듯이 해안을 걸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었지만 추운 줄 몰랐다.
바다는 이어지지만 우리는 정동진 역으로 나와야 했다.
시인 옥섭씨가 따끈한 국물이 있는 어묵을 사 주었다. 아이처럼 어묵을 입에 물고 아쉬운 작별을 위하여 파도가 올라오는 바닷가로 다시 나갔다.
이쯤 바다를 즐기고 난 후에, 조금전 산행을 마치지 못한 낙오의 쓴맛은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바다와 열애를 즐긴 나머지 오히려 그들을 배반한 느낌이 들어서 혼자 클클 웃었다.
정동진 해변
겨울비 내리는 동해 바다에 가면
사무치게 서러워 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 안에서 부서지며 뭍으로 달려드는 파도를 알기 때문일까
내 스무 몇 살적 그 바다도 어디쯤에서 밀려 오기 때문일까
사랑이, 사람이, 인연이, 또는 희망이
부서지고, 부서지며 흘러갔다가 비에 젖어 이렇게 밀려와서 내 발목을 시리게 만들기 때문일까
가난만큼 쓸쓸하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비에 젖은 겨울바다에 가면
이루지 못한 열망들이,
버리지 못한 절망들이 또 그렇게 파도에 휩쓸려 흘러가 버린 인연들이
작은새 몇 마리의 맨살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며 모래 위에 가난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정동진 역
정동진역은 가장 바다 가까이 있는 간이역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고 기억한다.
무심코 스쳐지나가던 초라한 간이역이던 정동진 역
지금의 주변상황은 서울의 유원지를 방불케하지만 그러나 그 바다는 변하지 않고, 흘러가버린 기억 속의 시간들을 불러주었다.
우리는 다시 안목 해안 <그섬에 가고싶다> 까페로 돌아왔다.
까페의 창밖 풍경이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바다는 그렇게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다.
까페 <그 섬에 가고싶다>
카페 안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비오는 바다를 보기 위해선 이 까페 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옥섭씨는 돌아오자 마자 따끈하고 맛있는 수제 돈까스와 이디오피아산 커피를 만들어 주었다.
내가 이런 푼푼한 대접을 받는 것은 오직 이순원선생님과 함께 온 덕분이었다.
그들, 강릉사람들은 강릉이 배출한 소설가 이순원을 참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지극히도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산행을 마치고 이순원 선생님이 사주신 도루묵탕과 문어는 어디에서도 먹어 본 적 없는 맛과 향기를 지녔다.
따끈한 국물맛과 선생님이 건져주신 도루묵...아마 앞으로도 잊지 못할 강릉의 맛으로 남을 것 같았다.
선생님과 민정씨와 옥섭씨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터미널로 갔다.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혹시 저 바다가 내 뒤를 따라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바다가 따라온 것이 아니라 터미널엔 그 사이 작별이 아쉬워 정 많으신 이순원선생님과 민정씨가 나타났다.
오랜 이별을 앞둔 사람들처럼 순간의 만남을 반가워하고, 짧은 이별을 아쉬워 하고...
산위의 바닷길-안인해안에서 정동진까지
<강원도 바우길>
강원도 바우길은 강릉출신의 소설가 이순원 선생이 강릉출신 산악인 이기호 대장과 함께 개척한 트레킹 코스다.
이순원 선생은 《수색, 그 물빛 무늬》, 《은비령》,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 영원한 고향을 그리는 분으로 따뜻하고 순박하며 강릉의 자연을 닮았다.
장편소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십여 년 전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대관령 길을 걸어 강릉 할아버지 집까지 걸었던 길 위의 이야기다.
이순원 선생은 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혼자 걷기 너무 아까운 이 아름다운 자연속의 길을 <강원도 바우길>이라고 명명하고 트레킹 코스를 개척했다.
<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경포와 정동진을 잇고, 주문진과 소금강으로 나가는 길로 산맥과 바다와 호수와 소나무 숲길로 이어 지는
총구간 150km의 환상의 트레킹 코스다.
이 길들은 백두대간의 등을 밟으며 걷는 길도 있고,
산에서 바다로 나가는 길, 바다에서 산으로 가는 길, 산 위를 걷는데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또는 구름 위의 바닷길도 있다.
경포호의 허균, 허난설헌 생가, 솔숲공원의 솔향 짙은 길도 있고,
신사임당이 어린 아들 손을 잡고 어머니를 그리며 걸은 대관령 옛길도 있다.
이 길을 넘던 김홍도는 경치에 흠뻑 빠져 그림을 그렸고,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을 남겼다.
이순원선생은 코스를 개척하며 우리 역사도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시간이 멎는 듯 깊고 아늑한 마을을 발견했는데, 그곳은 조선말 병인교난(1866년) 때 심스테파노라는 인물이 천주를 믿다가 순교한 곳이었다.
강릉 경포대에서 그곳에 이르는 길을 <심 스테파노의 길>로 이름 짓기도 했다.
<바우>는 든든한 반석의 뜻을 가지고 있듯이
영어로 표현되는 <바우(Bau)> 또한 바빌로니아 신화에 나오는 건강의 여신이다.
이순원 선생은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 여신의 축복처럼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질 것을 믿었다.
또 이 길들을 억지로 만들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시간의 흐름에 의해 만들어 진 길을 자연 그대로 길에서 길로 이어나가게 트레킹 코스를 조성했다.
<길은 자연이고, 역사이고, 삶이며, 생각이며 휴식이다.
지난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는 바우 길에 열 개의 코스를 개척했다. 1번은 대관령 등길이고, 7번은 심스테파노의 길이다.
길 안내 표시를 달고, 갈림길 표시도 하고, 앞으로 보완할 게 많지만 지금이라도 오면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친절한 안내(전화 010-9244-5995)도 항상 준비되어 있다. - 이순원(소설가) >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것
박노해 (1958 - )
올 곳게 뻗은 나무 보다는
휘어 자라는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 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요
삶은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 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것입니다
강원도 바우길의 특징
1) 다양한 코스
강원도 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경포와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함께 걷는 총연장 150km, 10개의 코스로 이어진 길입니다.
O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산맥꼭대기의 등줄기만을 밟고 걷는 길도 있고,
O 산맥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길도 있으며,
O 바다에서 바다를 따라 걷는 길도 있고,
O 바다에서 산맥으로 올라가는 길과
O 산위에서 구름 아래의 바다를 밟듯 걷는 길과
O바다와 숲길을 번갈아가며 걷는 길이 있습니다.
산맥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해서 경사가 높지 않습니다.
어느 길도 주말이면 어린 아이들을 앞세우고 온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는 솔향기 길입니다.
2) 모든 코스가 금강소나무 숲길
강원도 바우길은 어느 길도 강원도의 자랑과도 같은 금강소나무의 솔향기 길이 70%이상 펼쳐져 있습니다.
파도가 밀려드는 해변조차도 소나무 숲길 사이로 길이 나 있습니다.
소나무 숲길은 그곳에서 휴식하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길을 걷는 것은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 자체로 우리 건강을 지킵니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삼림욕장 모두 소나무숲속에 있고 실제로 바우길이 있는 대관령에 우리나라 최고의 삼림욕장이 있습니다.
바우길을 걷는 것은 트레킹과 삼림욕을 동시에 하는 일입니다.
3) 어떤 길도 70%는 숲속의 그늘길
봄에서 가을까지 그늘 없는 길을 걷는 것처럼 따분한 트레킹코스도 없습니다. 한 여름의 직사광선은 때로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강원도 바우길은 파도를 밟고 걷는 기분의 해변길조차 끝없는 소나무 숲길 사이로 이어집니다.
대관령 계곡길을 걸을 때면 그윽한 솔향기가 우리의 온몸을 감쌉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금강소나무 숲과 우리나라 최대의 참나무숲이 여러분의 발길을 기다립니다.
4) 역사와 문화와 함께 걷는 길
대관령 길은 일찍이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을 앞세우고 어머니를 그리며 걸은 길입니다.
김홍도도 이 길을 걷는 중 대관령의 절경에 반해 대관령 그림을 남겼으며, 송강 정철도 이 길을 넘어 관동별곡을 남겼습니다.
그 외에도 참으로 많은 시인묵객이 이 길을 걸으며 시와 그림을 남겼습니다.
신라향가 중 헌화가의 무대인 정동진의 붉은 해안단구길 등 한 코스 한 코스마다 옛선인들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함께 합니다.
5) 새롭게 찾아낸 <심스테파노의 길>
우리나라 전국 어디를 가나 조선시대 말의 천주교 성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와 횡성 동쪽엔 성지와 성지길이 없었던 것은 태백산맥 동쪽으로 천주교의 전파가 그만큼 더뎠다는 뜻입니다.
조선말 병인교난(1866-1878년) 때 심스테파노라는 천주학자가 강릉 굴아위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지방관아의 포졸들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아주 드물게 서울에서 직접 내려온 포도청 포졸들에게 잡혀가 목숨을 잃은 기록과 그 마을을 찾아냈습니다.
심스테파노의 본명과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곳에서 믿음 깊은 한 신자가 자신의 기둥 같은 믿음 아래 순교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강릉 경포대에서 그곳까지 이르는 길을 <심스테파노의 길>로 이름지었습니다.
바우길을 개척하는 사람들
이순원(소설가)
대관령 동쪽 아래에서 태어난 강릉 출신의 소설가로 절반에 가까운 작품이 고향 강원도와 강릉을 무대로 하고 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숙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남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1997년에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은비령>은 은비령이라는 가상의 무대를 현실 속에 그려내 나중에 강원도 인제군에 은비령이라는
실제의 지명이 생겼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런 예가 드물게 소설 작품 때문에 길이 생긴 것이다.
또 199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역시 대관령 꼭대기에서부터 강릉 할아버지 집까지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걸었던
길 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기호 (바우길 개척대장)
강릉대학교 산악회 창립멤버로 지금은 한국산악회 강원지부 산악인이다. 젊을 때부터 줄곧 산과 함께 살아왔다.
산과 살기 위해 생업으로 강릉시 옥천동에 우리나라에서 김치두루치기가 제일 맛있는 <왕숯불갈비>를 운영하고 있다.
돈을 벌면 늘 히말라야로 달아나곤 했다. 그러다 이번 바우길 개척대장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대관령과 동해바닷가의 온 마을을 샅샅이 뒤졌다.
출처 : 강원도 바우길 http://cafe.daum.net/baugil
< 길에 관한 예쁘고 고운 말들>
산의 뜻이 들어 있는 말
산길, 나뭇길, 자드락길(나지막한 산기슭에 경사 지게 있는 좁은 길),
안돌이(험한 벼랑길에서 바위같은 것을 안고 겨우 돌아 가게 된 곳)/지돌이(바위같은 것에 등을 대고 겨우 돌아 가게 되는 길), 오솔길, 숲길
언덕의 뜻이 들어 있는 말
언덕길, 고개티(고개를 넘어 가는 가파른 길), 고갯길(고개를 넘어 오르내리는 길), 잿길(높은 산의 고갯길), 오르막(길), 돌너덜(돌이 많은 비탈)
벼랑의 뜻이 들어 있는 말
된비알(매우 험한 비탈길)/돌비알(깍아 세운 듯한 돌의 언덕), 비탈길, 벼랑길, 낭길(낭떠러지를 끼고 난 길), 벼룻길(강가나 바닷가로 통한 벼랑길)
평지의 길들
골목(길), 샛길, 고샅(길) - 촌락의 좁은 골목길이나 좁은 골짜기의 사이
큰길/대로(大路), 한길/행길/행로(行路)
논길, 논틀길, 논틀밭틀, 두렁길, 둑길, 들길, 오솔길, 꽃길, 덤불길, 시골길, 비단길, 황톳길
생김새에 따라
굽은 길 : 꼬부랑길, 돌길, 두름길(질러 가지 않고 빙 돌아 가는 길)/에움길/엔길, 곱길
바른길, 곧은길, 지름길, 곬
갈림길/기로(岐路), 곁길, 세거리/삼사미
외갈래(길), 외딴길
추상적인 의미의 길
눈길(시선), 입길, 고생길, 손길, 불길, 물길, 뒤안길, 황천길
기타
눈길, 눈석잇길(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길)돌길, 자갈길, 모랫길, 얼음길,
이슬받이(양 옆에 이슬이 맺혀 있는 작은 길), 앞길, 옆길, 뒷길, 윗길, 아랫길
갓길, 달림길(달리기 경기를 위해서 특별히 만든 길), 혼행길/신행
뱃길/물길, 바닷길, 찻길, 기찻길
어둠길, 숫눈길(눈이 와서 덮인 후에 아무도 아직 지나지 않은 눈길)
'길'에서 파생된 말들
길동무, 길벗, 길손, 길라잡이/길앞잡이, 길목, 길처(가는 길의 근처 지방), 길섶(길 가장자리)
한자어로 된 말들
초로(樵路) - 나무하러 다니는 작은 길.
세로(世路) - 세상을 살아가는 길.
행로(行路).세로(細路) - 작은 길. 좁은 길
탄탄대로(坦坦大路) - 높낮이가 없이 넓고 평평하게 죽 뻗친 큰 길.
등산로(登山路) - 등산하는 길.
항로(航路) - 해로(海路)와 항공로.
협로(夾路) - 큰길에서 갈라진 좁은 길.
협로(峽路) - 산속의 길. 협로(狹路) - 좁은 길.
소로(小路) - 좁은 길.
대로(大路) - 큰길.
험로(險路) - 험한 길.
설경(雪徑) - 눈이 쌓인 길.
설로(雪路) - 눈길.
해로(海路) - 바닷길.
우로(迂路) - 멀리 돌아가게 된 길.
구로(舊路) - 이전부터 있던 길
신작로(新作路) - 차가 다닐 수 있는 새로운 길.
가로(街路) - 도시의 큰 도로.
기로(岐路) - 갈림길.
지로(支路) - 큰길에서 갈라져 나간 작은 길.
미로(迷路) - 한 번 들어가면 드나드는 곳이나 방향을 알 수 없게 된 길.
산복도로(山腹道路) - 산허리에 난 길. 산중턱에 난 꼬부랑길.
갱도(坑道) - 땅속으로 뚫은 길.
지도(地道) - 땅속으로 뚫은 길.
지하도(地下道) - 땅 밑으로 낸 길.
하도(河道) - 하천이 흐르는 길.
수도(隧道) - 굴길.
가도(街道) - 도시의 큰 도로. 도시와 도시를 잇는 큰 도로.
초경(樵逕) - 나뭇길.
첩경(捷徑), 첩로(捷路) - 지름길.
구절양장(九折洋腸) - 아홉 번 꼬부라진 양의 창자처럼 꼬불꼬불한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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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노해님의 詩가 참으로 와닿은 아침입니다.. 인생은 그런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겠지요.. 바우길과의 인연으로 더 많은 것을 , 더 커다란 것을 배우는 요즘입니다..
저도 길을 걸으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바우길에서, 박노해님의 시에서 또 하나의 길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