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인간은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을 글로 쓸 줄 아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배워서 지식을 얻고 그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지식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컴퓨터를 통해서도 얻고 신문을 통해서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지혜는 배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는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 경험한 일이 많을수록 지혜가 많을 것입니다. 그 지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빛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 속담에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모셔 와서 물어보라.’라고 합니다. 국가지도자도 어려움에 부닥치면 원로를 찾아 조언 받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사마소(司馬所) 또는 유향소(留鄕所)를 두어 지방관의 통치를 돕는 자문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 쥐들이 살았습니다. 쥐야 가난한 집에도 있었겠지만 부잣집에는 아무래도 먹을 게 많으니 더 많았겠지요. 부잣집 쥐들이 가마니를 뚫고 먹이를 훔쳐 먹곤 했는데 어느 날 쥐들이 드나드는 곳을 모두 밤송이로 막아버렸습니다. 쥐들이 먹이를 찾아 도착하니 수천 개의 창이 앞을 막고 있어 낙담하고 있을 때 늙은 쥐가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서 따개비를 물고 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누룽지 긁을 때 사용하는 큰 조개껍데기였습니다. 젊은 쥐들이 따개비를 머리에 쓰고 일제히 밀어붙여 밤송이를 밀어내고 먹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먹이 앞에서 젊은 쥐들이 힘으로 늙은 쥐를 밀어내며 홀대하다가 늙은 쥐에게 제대로 한 수를 배운 셈입니다. 늙은 쥐의 경험이 빛이 난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내 살아온 얘기를 책으로 엮으면 다섯 권은 쓴다느니 열권을 쓴다느니 합니다. 어르신들에게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자서전은 특별한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만이 쓰는 전유물은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 살아온 삶 속에는 눈물겨웠던 일도 있었고, 기뻤던 일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질곡의 세월을 반추해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치유도 되고 보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기록과 관한 한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멀리는 신라의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있고 고려 시대에 조성한 팔만대장경이 있고, 조선 시대 승정원일기가 그러합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있었기에 임진왜란의 실체를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류성룡의 징비록이 있었기에 옛일을 알고 지금의 나아갈 지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서전은 유명인 이거나 소위 성공한 사람만이 쓰는 전유물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 삶의 애환이 있고 고난 끝에 이루어 낸 일에는 성취감도 있을 것입니다. 맘속에 쟁여두었던 것을 끄집어내서 기록하게 하면 그 글을 쓰는 이도 보람된 일이며 그 글을 읽는 독자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허투루 쓴 글 속에서 후인들의 귀감이 될 내용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방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