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면 한진리 한진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대진(大津)이라고 표기되어 있어「큰 나루」를 의미해 서역항을 가는 주요 교통로요,
당진군내에서는 제일가는 어항이었다.
전설에 이토정과 관련한 한진 터진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고 한진 앞바다에 있는 영웅바위는 임진왜란시 왜군을 물리친
이야기와 함께 많은 전설들이 전해 오는 곳이다.
풍어제가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고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육상교통이 발달하기 전까지 똑 대기선이 다니던 주항로였다.
지금은 당진항과 황해안경제자유구역(취소)으로 지정되어 급변한 변화가 일고 있는 곳이다.-
영 웅 바 위
송악면 한진리 나루머리(津頭)에는 옛날부터 서천, 홍성, 비인, 당진 사람들이 중국과 한양을 오가던 커다란 한나루가 있다.
한때는 준치가 많이 잡혀서 “썩어도 한진 준치”라는 당진 고유의 속담을 만들어 내기도 한 곳으로 일제치하에는 아산군 선장,
당진시 부리포, 공포리, 맷돌포, 한진, 인천 등을 오가는 증기선이 기항해서 공출미를 실어 나르던 큰 항구였으나
지금은 한적한 어촌포구로 변해 버렸다. 현재는 아산만 건너 경기도 평택군 포승면 만호리와 조그만 연락선이 오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 통통배를 타고 건너다보면 아산만 한가운데 선바위처럼 우뚝 서있는 바위를 만나게 된다.
이 바위가 「영웅바위」로 일명 「영웅암」 혹은 「장사바위」라고 불리는데 물이 빠질 때 상륙해 보면 중앙의 큰 바위를 중심으로
주위에는 작은 여러 개의 바위가 같이 있다.
원래 이곳은 육지였는데 조선 선조 임금 때 토정비결로 유명한 지암 토정선생이 아산 현감으로 있을 때
천지개벽으로 인해서 바다로 변했다 한다.
토정은 축지법을 하며 앞날을 내다보는 현인으로 유명한데 하루는 저녁식사를 물리고 뜰을 거닐다가 문득 밤하늘을 쳐다보더니
“아하, 이거 큰일 났군!”
하고 한탄을 하였다 한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오늘 밤 자정쯤 큰 비가 내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죽겠어. 그리고 이곳에 큰 나루가 생길 텐데 어떡하지.”
라고 근심 어린 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이 모두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구름 한 점 없었다.
그런데 내일 큰 비가 내린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은 토정의 말을 믿지 않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토정선생은 그 길로 집집마다 다니면서 내일 큰 비가 내려 홍수가 져서 물귀신이 될지도 모르니 모두 피난을 가라고 외쳐댔다.
그러나 주민들은 코웃음을 치며 밤하늘의 별이 저처럼 총총한데 무슨 놈의 홍수가 난다고 야단이냐고 투덜대기까지 했다.
그래도 토정선생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홍수가 날 것을 알렸다.
어느덧 자정이 지나서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참에 한쪽에서 덥수룩한 잔주름이 가득한 지게꾼 하나가 다가오더니
혼잣말로 하는 말이
“제기랄! 제 발등에 떨어진 불도 못 끄는 주제에 남의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고 다니다니….”
하고는 코웃음을 치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토정선생은 지게꾼이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여보시오, 저를 잠깐 보십시다.”
하고 불렀으나 그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멀리 걸어가는 것이었다.
토정선생은 축지법을 써서 얼른 그를 쫓아가며
“여보시오, 내게 한 말이요? 다시 한번 말해보시오.”
라고 애원하면서 불렀으나 그는 귀찮은 듯이 퉁명스럽게 아무 대꾸도 없이 더욱 빠르게 앞만 보고 걸어가는 것이었다.
토정선생이 축지법을 썼는데도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무슨 말씀인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지요.”
라고 토정 선생은 숨을 몰아쉬며 재차 요청을 했다.
“정 그렇다면 당신 몸이나 빨리 피하시오.”
라고 대꾸 하는 것이었다. 토정선생이
“그게 정말입니까?”
라고 묻자 그 지게꾼은
“지금 당장 당신의 목숨이 위태롭단 말이오. 남의 걱정은 그만하고 어서 빨리 언덕 위로 올라가시오.”
하는 것이었다. 토정선생이 화가 나서
“원 별놈 다 보겠네, 네깟 놈이 앞날에 일어날 일을 어떻게 알아?”
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랬더니 지게꾼이
“참 별놈 다 보겠네. 토굴 속에서 수십 년 동안 비결을 연구하던 토정이 그것도 몰라 땅덩어리가 지금 네 발밑에서 갈라지고 있잖아.”
하고는 토정선생을 버려둔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토정선생이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처럼 요란한 천둥이 치더니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땅이 자꾸만 흔들리고 북쪽 산들이 아물아물 거리 더니 순식간에 마을과 논밭이 바다로 변해서 평택평야가 두 동강이 나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밀어닥쳐서 커다란 아산만이 생겨버렸다.
그러고 보니 지게꾼이 금방 얘기한 대로 토정선생이 서 있던 바로 그 아래에는 큰 나루가 생겼는데
이것이 「커다란 나루」라 하여 한 나루 한자지명으로 「한진(漢津)」이라 불렀다 한다.
그리고 천지개벽 시 아산만 바다 한가운데 커다란 바위가 하나 우뚝 솟아오르고 동시에 주변에 조그마한 바위들이 솟아올랐다.
그 뒤 얼마 안 있어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왜군들이 배를 타고 밤에 아산만에 상륙하려고 이 바위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바다 위에 떠 있는 바위의 생김새가 마치 군함과 용감한 장군이 서 있는 것인 줄 알고 달아났다고 한다.
달빛 아래 희미하게 보이는 이 바위의 형상이 마치 군함과 군사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왜적들은 이곳으로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킨 바위라 해서 이 바위를 영웅바위 혹은 영웅암이라 하였다.
그 후 조정에서는 이 영웅바위에 옥관자라는 벼슬을 하사하였다 한다.
경기도 경계에 있어서 한때는 경기도지사와 충남도지사가 서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움했다는 이 바위는
오늘도 아산만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데, 서해안고속도로 수호신으로 영원히 버티고 서 있을 것이다.
이인화 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