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이었다. 법조스님 너무나 기쁘고 환희스러워서 밤이 깊도록 도량에 다니며 거닐고 계셨다.
그런데 행각(行脚)중에 저 멀리 북쪽 산 아래로부터 한줄기 밝은 광선이 뻗치어 오더니 법조스님의 몸을
아주 찬란하게 비추었다.
이를 본 법조스님은 놀라서 황급히 방안으로 들어가 대중스님들께 이것이 어떠한 징조인 것인가를 물어보셨다.
그때 어떤 스님 한 분이 대답해주기를
"이는 대성인의 부사의한 광명으로 만날 인연이 있음을 알려 줌이로다."라고 하였다.
이에 그 말을 들은 법조스님은 그 말이 옳은 것으로 믿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날이 밝은 후 위의(威儀)를 갖추고 광명이 비추던 곳을 향하여 혼자서 길을 떠나셨다는 것이다. 불광사에서 동북간으로 약 50리 쯤 가니 과연 산이 하나 있어 그 산 밑에 맑은 시냇물이 흘러가고 있는데
그 아름다운 풍경은 속세를 떠난 선경(仙境)같은 것이었으며 흐르는 물소리는 아름답고 신비스럽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그 시냇물 북쪽을 바라보니 조그마한 석문이 하나 있는데 과연 발우에 나타났던 것과 조금도 틀림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석문옆에 파란 옷을 입은 동자아이 둘이 서있는데 나이는 8, 9세 정도되어 보이는 천동처럼 아주 귀엽게 잘 생겼더라는 것이다.
이 깊은 심심산곡에 저 어린 동자들이 어찌하여 와 있는 것일까 참으로 이상하기만 하였다. 그래서 법조스님은
그 동자들이 서있는 곳으로 가서 물어보셨다.
"너희들은 어디에 살고 있으며 성명은 무어라고 하느냐." 고 하니,
동자가 대답해 말하기를
"우리들은 대성죽림사에 살고 있으며 하나는 '선재'라 부르며 하나는 '난타'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그 음성이 청아하고 아름다워 세상 사람 같지 않았다.
그리하여 또 묻기를,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와서 서 있느냐."고 하니,
말하기를,
"스님께서 오실 것을 알고 스님에게 길을 인도해 드리고자 이곳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법조스님은 또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 두 명의 동자를 따라서 북쪽으로 약 5리(五里)쯤 걸어서 들어가니 커다란 누각이 보이는데,
이는 순금으로 장엄되어 있는데 아주 황홀하게 빛나고 있었다. 점점 문전에 가까이 당도해 보니 그 누각 안으로 커다란 사찰이 하나 있는데 그 절 앞에다 커다란 현판을 하나 매달아 놓았는데 순금으로 '대성죽림사'라고
큰 글씨로 쓰여있더라는 것이다. 그 역시도 발우에서 본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그 절의 넓이는 두루 20리 정도나 되는 아주 광대한 도량이었다. 그 안에 들어가 보니 백이십 채나 되는 많은 당우들이 널려져 있으며 탑이 있는데 순금과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되어있어 아주 호화찬란하며 땅은 순황금으로 되어있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또한 여러 가지의 예쁜 꽃나무들이 줄줄이 서있는데
그 모두가 꽃이 피어 만발했는데
그 아름다움은 인간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참으로 훌륭한 풍경으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안에 아주 큰 강당이 둘이 있는데
하나는 서쪽에 서있으며 또 하나는 동쪽에 있어서
서쪽 강당에는 문수보살께서 만여명이나 되는 많은 보살대중을 거느리시고 설법을하고 계시며 동쪽 강당에는 보현보살께서 또한 만여명이나 되는 많은 보살대중을 거느리시고 설법을 하고 계시는데 그 음성이 청아하며 또한 웅장한 것으로 분명하게 역력히 들려왔다.
이윽고 설법이 끝난 후 두 보살에게 차례로 예배를 드리고는 평소에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바를 문의해 보셨다는 것이다.
“말세 범부중생들은 성인이 가신지 때가 오래되어 지식은 점점 열등해져 가고 업장은 점점 깊어져가서 불성이 드러남이 없나니 이러한 때에 어떤 법을 수행함이 가장 요긴할 것인지 원컨대 대성께서 지시해 주셔서 저의 의문을 풀어주옵소서” 하고 말씀을 드리니
문수보살께서 답하여 말씀하시기를,
『내가 현재 수행하여 닦고 있는 염불법문이 지금 때에 가장 합당하고 정당한 수행이니라. 모든 수행문이 있는 것이나 염불수행에 더 지나는 것은 없느니라. 삼보전에 항상 공양올리며 복과 지혜를 갖추어 닦는 것이 가장 요긴함이 되며 첩경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됨이니라.
그러한 소이(所以)는 내가 과거 겁(劫)중에 부처님을 관(觀)하며 부처님을 염(念)하며 항상 공양을 올림으로 인(因)하여 이제의 일체종지(一切宗旨)를 얻어 성취하게 된 것이니라. 이러한 까닭으로 모든 반야바라밀과
심심 선정과 모든 부처님이 모두다 염불로부터 나게 되는 연고이니라. 그러한 까닭으로 알아야 함이라. 염불은 모든 법의 왕이니 너는 마땅히 항상 무상법왕을 생각하여 쉼이 없게 할지어다』
라고 문수보살께서 대답해주었다.
그리하여 법조스님이 또 다시 물어보기를
“마땅히 어느 부처님을 염하여야만 합니까” 하니
다시 말씀해 주시기를,
『이 세계로부터 서방에 아미타불이 계시오니
그 부처님의 원력이 불가사의한지라 네가 만일 이에 그 아미타부처님을 염(念)하되 생각을 이어 간단(間斷)함이 없이 계속한다면 수명을 마친 뒤에 이에 그 세계 서방정토극락세계에 결정코 왕생하게 되어 길이 보리도에서 퇴전하지 않게 될 것이니라』
라고 말씀해 주시고는 두 대성께서 각기 손을 펴시사 법조스님의 이마를 만지며 수기를 주어 말씀하시길
『네가 염불을 하는 연고로 오래지 않아서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증득할 것이니라. 만일 모든 선남자 선녀인이 속히 성불함을 원할진대 염불함에 더 지나감이 없음이니 곧 무상정각을 증득하게 될 것이니라.』하시고는
두 대성께서 게송을 읊어주셨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문을 들으신 법조스님께서는
모든 의심이 풀리는 동시에 기쁨과 환희함으로 무엇이라 말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며
오직 염불수행에 전력을 다할 것을 굳게 결심하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대성에게 공손히 예배를 드리고는 서 있으니 문수보살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보살원(菩薩院)에 찾아가서 모든 보살들을 찾아뵙지 않겠느냐’고 하시었다.
그리하여 법조스님은 모든 보살원에 찾아가서 모든 보살들을 뵙고는 가르침을 받으시고 물러나와서 칠보 과수나무가 있는 곳에 당도하셨다.
많은 과일들이 무르익어 주렁주렁 달려있는데 그 크기는 사발만큼이나 컸다.
그 과일 하나를 따서 드셔보니 향기가 풍기며
그 맛과 아름다움이 세상에 없는 선미함으로써 먹고 나니 심신이 상쾌하며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런 뒤에 두 대성에게 작별의 예를 드리고는 문전에 나오니 두 동자가 또 나타나서 길을 인도해주었다. 그리하여 석문이 있는 곳까지 이르렸다. 그 곳에서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는 머리를 들어보니 동자들이며 석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법조스님은 공연히 마음이 쓸쓸해지며 비감한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 자리에다 커다란 돌을 하나 세워 표시를 해놓고는 돌아오셨는데 그 돌이 현재까지도 그곳에 그냥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