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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입능가경
1.나바나왕권청품(羅婆那王勸請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큰 바닷가 마라야산(摩羅耶山)꼭대기 능가성(楞伽城)에 머무시며 대비구 대중 대보살
대중과 함께 계셨다.그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이미5법(法)1)ㆍ3성(性)2)ㆍ제식(諸識)ㆍ무아(無我)를 통달하였고,
경계(境界:감각의 대상)는 자기 마음의 뜻이 나타난 것임을 잘 알았다.한량없는 자재한 삼매와 신통을 유희(遊戱)
하면서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갖가지 모습을 나타내어 방편으로 조복(調伏)시키니 모든 부처님께서 손으로 정수리에 물을 뿌려 주셨다[灌頂].모든 불국토에서 이 모임에 왔으며,대혜(大慧)보살마하살이 그 상수(上首)가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바다의 용왕궁에서 법을 설하시고7일이 지나서 대해(大海)에서 나오시니,한량없는 억이나 되는
범천[梵]ㆍ제석ㆍ사천왕[護世]ㆍ모든 하늘ㆍ용 등이 부처님을 맞이하여 받들었다.그때 여래께서 눈을 들어
마라야산 능가대성을 보시고 곧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날 모든 여래ㆍ응공[應]ㆍ정등각(正等覺)께서는 다 이 성에서
스스로 증득하신 바른 지혜[聖智]의 법을 설하셨으니,모든 외도들의 억측과 삿된
1)명(名:사물의 가명)ㆍ
상(相:사물의 색상)ㆍ
망상(妄想:허망된 생각)ㆍ
정지(正智:정견의 지혜)ㆍ
여여(如如:불변의 진여)를 말한다.
2)변계소집성(邊計所執性)ㆍ
의타기성(依他起性)ㆍ
원성실성(圓成實性)을 말한다.
견해와2승(乘)이 수행하는 경계는 아니었다.내가 지금 또한 나바나왕(羅婆那王)을 위하여 이 법을 열어 보임이
마땅하리라.”그때 나바나야차왕(羅婆那夜叉王)이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멀리서 여래께서
용궁에서 나와 범ㆍ제석ㆍ사천왕ㆍ하늘ㆍ용 등에게 둘러싸여 계심을 알았다.바다의 파도를 보고 모인 대중의
아뢰야식[藏識]의 큰 바다에 바람이 불어 전식(轉識)의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환희심을 내어 그 성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부처님께서 이 성에 들어오시도록 청하여,나와 모든 하늘 세상 사람들이 긴 밤중에 큰 이익을 얻게 하리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곧 권속과 함께 꽃 궁전을 타고 세존 계신 곳에 나아갔다.그리고 궁전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온갖 악기를 연주하여 여래께 공양하였다.가진 악기는 모두 크고 푸른 인타라(因陀羅:帝釋天)와 보배로 유리 등의 보배를 사이사이에 섞었으며,값을 매길 수 없는 최상의 옷을 사용하여 감싸고 있었다.그 소리는 아름답고 미묘하여 음절이 서로 조화로운 가운데 게송(偈頌)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마음의 자성(自性)은 법의 창고
나[我]도 없고 견해의 더러움 떠나서
깨달은 지혜로 아는 것이니
원컨대 부처님께서 설하여 주소서.
선(善)한 법 이루어 몸으로 행하시고
깨달은 지혜로 항상 안락하시며
변화가 자재하신 분원컨대 능가성에 들어오소서.
과거 부처님과 보살모두 일찍이 이 성에 머무셨으며
이 모든 야차 무리일심으로 법을 듣기 원하옵니다.
그때 나바나능가왕이 기쁜 음성[都咤迦]으로 노래하여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다시 노랫소리로 게송을 읊었다.
세존께서7일 동안 마갈해(摩竭海)가운데 머무시고
그런 후 용궁에서 나오셔서 조용조용히 이 언덕에 오르셨네.
저와 모든 채녀(婇女) 야차와 권속수가사랄나(輸迦娑剌那)와
대중 가운데 총명하고 지혜로운 이들이모두 그 신통력으로
여래 계신 곳에 나아가 각각 꽃 궁전에서 내려 세존께 예경하였네.
다시 부처님 위신력으로 부처님께 저의 이름 말씀드리면
저는 나찰왕 십수라바나(十首羅婆那:天仙)입니다. 이제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으니
원컨대 부처님께서 저와능가성의 모든 중생을거두어 주소서.
과거 한량없는 부처님 모두 보배산 정상에 오르셔서
능가성에 머무시며 스스로 깨치신 법 설하셨습니다.
세존 또한 그러하셔서 저 보배로 장엄한 산에 머무시며
보살 대중에 둘러싸여청정한 법 연설하소서.
우리들 오늘능가성에 머무르는 대중은한마음으로 함께
말을 떠난 깨달은 법 듣고자 합니다.제가 생각건대 과거 미래세에
한량없는 부처님께서보살들에 둘러싸여『능가경(楞伽經)』연설하셨으며,
이 입능가경전옛 부처님 칭찬하신 것이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도
과거 세존과 같이역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여 주옵소서.부처님께 청하오니
헤아릴 수 없는 야차 무리 불쌍히 여기시어저 보배로 장엄한 성에 드셔서
미묘한 법문 설하소서.
이 미묘한 능가성은갖가지 보배로 장식되었는데,담장 벽은 흙과 돌이 아니라
구슬과 옥으로 장식한 그물[羅網]로 모두 진귀한 보배이옵니다.
여기 모든 야차 무리예부터 일찍이 부처님께 공양하고
수행하여 모든 허물 떠나서깨달아 알아 항상 명료합니다.
야차의 남녀들이대승을 갈앙(渴仰)하여스스로 마하연(摩訶衍:大乘)을 믿고
또한 남도 머무르게 하기를 좋아합니다.오직 원컨대 무상존(無上尊)께서
모든 나찰 무리옹이(甕耳)등의 권속을 위하여능가성에 드시옵소서.
저는 과거ㆍ미래ㆍ현재에부지런히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스스로 깨달으신 법
구경의 대승도(大乘道)듣기를 원합니다.원컨대 부처님께서저와
모든 야차 무리 불쌍히 여기시어모든 불자들과 함께이 능가성에 드시옵소서.
저의 궁전과 채녀와모든 영락(瓔珞)과사랑스럽고
근심 없는 동산[無憂園]을원컨대 부처님이시여,불쌍히 여겨 받아 주소서.
저는 부처님과 보살들께베풀지 않는 물건이 없고
나아가 몸까지 바쳐 모시려 하니오직 원컨대 불쌍히 여겨 받아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나서 곧 그에게 말씀하셨다.
“야차왕이여,과거세에 모든 대도사들이 모두 너를 불쌍히 여겨
너의 권청을 받아 보산(寶山)에 나아가 스스로 깨달은 법을 설하셨고
,미래 모든 부처님께서도 이와 같으실 것이다.
이곳은 깊고 깊은 관행(觀行)을 수행하여 법락(法樂)을 얻은 이가 머무는 곳이다.
나와 모든 보살은 너를 불쌍히 여겨 너의 청을 받아들이리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묵묵히 계셨다.그때 나바나왕이 타고 있던 아름다운 꽃 궁전을
부처님께 받들어 보시하니 부처님께서 그 위에 앉으시고,왕과 모든 보살들은 앞뒤에서
인도하여 따랐으며,한량없는 채녀들은 노래로 찬탄하여 부처님께 공양하며 그 성으로 나아갔다.
그 성에 도착한 나바나왕과 모든 권속은 다시 갖가지 최상의 미묘한 것을 공양하였고,
야차 무리 가운데의 동남․동녀들은 보배그물을 부처님께 공양하였고,나바나왕은
보배 영락을 보시하여 부처님과 보살들께 받들어 올려 목에 거시게 하였다.
그때 세존과 모든 보살들은 공양을 받으신 후 각각 스스로 깨달은 경계인 깊고 깊은 법을
간략히 설하셨다.그때 나바나왕과 그 권속들은 다시 대혜(大慧)보살에게 공양하고 권청하여 말하였다.
저는 지금 대사(大士:보살)께 청하오니세존께 여쭈어 주소서.
일체 모든 여래께서스스로 깨치신 지혜의 경계를저와 야차 무리와
이곳의 모든 보살들은일심으로 듣기 원하여모두 권청합니다.
당신은 수행자고언론(言論)하는 이 중에 가장 훌륭하니존경심이 일어나
당신에게 법 여쭈어 주시기 권청하나이다.스스로 깨친 청정한 법
구경의 부처님 경지[佛地]에 들어외도와2승(乘)일체의 모든 과실 떠났네.
그때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그 산에서 다시 한량없는 보배산을 변화로 만들어
모든 하늘의 백천만억의 미묘한 보배로 장엄하셨다.
하나하나의 산 위에는 모두 부처님의 몸이 나타났고,하나하나의
부처님 앞에는 모두 나바나왕과 그 대중이 모여 있었으며,
시방에 있는 일체 국토가 모두 그 가운데 나타났다.
하나하나의 국토 가운데는 모두 여래가 계시고,
하나하나의 부처님 앞에는 나바나왕과 그 권속이 모두 있었으며,
능가대성의 아수가(阿輸迦)동산도 이와 같이 장엄하여 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나하나(나라)에는 모두 대혜보살이 있어 일어나 부처님께 청하여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깨달으신 지혜의 경계를 열어 보이시어 백천 가지
미묘한 음성으로 이 경을 설하고 나서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이 모두 공중에서 숨어 나타나지 않았다.
나바나왕은 오직 자신만이 이 궁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앞에 보이던 것은 누구며,누가 그 설법을 들었으며,
본 것은 어떤 물건[物]이며,누가 능히 보는가?
부처님과 나라의 성과 많은 보배산림 이와 같은 물건 등은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꿈속에서 만들어진 것인가,환(幻)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마치 건달바성(乾闥婆城:신기루)과 같은 것인가,눈병[翳:瞖]으로 본 것인가,
불꽃[炎]에 미혹된 것인가,꿈속에서 석녀(石女)가 자식을 낳은 것과 같은 것인가,
연기와 불꽃의 불 수레바퀴가 도는 것과 같은 것인가?’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일체 모든 법의 성품은 모두 이와 같아 오직 자기 마음으로 분별한 경계인데
범부는 미혹하여 능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능히 보지도 못하고,또한 보는 것도 없고,
능히 말하지도 못하고,또한 말하는 것도 없다.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는 것도 모두 분별이니,
앞에서 본 것과 같이 능히 부처님을 볼 수도 없다.분별을 일으키지 아니하면 이것이 능히 보는 것이다.’
그때 능가왕은 이윽고 곧 지혜를 얻어 온갖 번뇌를 떠나 오직 자기의 마음을 깨달아
분별함이 없는 경지에 머물렀으니 지난날 심은 선근의 힘 때문이었다.
모든 법에서 실다운 소견을 얻어 다른 이를 따라 깨닫지 않고 자기의 지혜로써 바르게 관찰하여
일체 억측으로 헤아리는 삿된 견해를 영원히 떠났다.
큰 수행에 머물렀으며 수행의 스승이 되어 갖가지 몸을 나타냈고 방편을 잘 통달하였다.
또한 모든 경지에서 증진(增進)하는 모양을 영민하게 알았으며,항상 즐거이
마음[心]과 뜻[意]과 의식(意識)을 멀리 떠나 세 가지 상속견(相續見)을 끊고
외도의 집착을 떠났으며 안으로 깨달아 여래장에 들어 불지(佛地)에 나아갔다.
그때 허공과 궁전 안에서 모두 소리가 들렸다.
“훌륭하다.대왕이여,그대가 배운 것과 같이 모든 수행자도 이와 같이 보고 배워야 하며,
일체 여래도 이와 같이 보아야 한다.만약 일체 제법을 보는 것이 다르면 그것은 단견(斷見)이다.
그대는 심ㆍ의ㆍ의식을 영원히 떠나야 하고,부지런히 일체 제법을 관찰하여야 한다.
안으로 수행을 닦아 밖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 2승(乘)과 외도가 닦는 구의(句義)와
보는 경계와 얻게 되는 모든 삼매법에 떨어지지 말라.
그대는 희론과 담소를 즐기지 말며,위타(圍陀:바라문교의 경전)의 모든 견해를 일으키지 말라.
또한 왕위의 자재함에 집착하지 말고, 6정(定)등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이 하면 곧 실답게 수행하는 자의 행이라서 반드시 다른 논을 꺾고
악견(惡見)을 깨뜨리며,일체 아견의 집착을 버리고 미묘한 지혜로 의지하고 있는 식(識)을
바꾸며,보살 대승의 도를 닦고 여래께서 스스로 깨친 경지에 들어갈 것이다.
그대는 이와 같이 부지런히 닦고 배워 얻은 법이 더욱더 청정해져서 삼매와 삼마발저(三摩鉢底)를
잘 닦을 것이며, 2승과 외도의 경계에 집착하여 최상의 즐거움[勝樂]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무릇 수행자가 분별하는 것과 같이 외도는 아견(我見)에 집착하여 아상(我相)이 있고,
또 실(實:物)과 구나(求那:作者ㆍ德)가 있다고 집착하는 마음을 낸다.
2승은 무명(無明)이 행을 인연함이 있다고 보아 성품이 공한 가운데 어지러운 생각으로 분별한다.
능가왕이여,이 법은 특별히 훌륭한 대승의 도 이므로 스스로
증득한 바른 지혜[自證聖智]를 성취하게 하고 모든 존재 가운데서
최상의 미묘한 생을 받게 한다.능가왕이여,이 대승행은 무명의 어둠을 깨고
식(識)의 파랑(波浪)을 멸하여 외도의 모든 삿된 행에 떨어지지 않게 한다.
능가왕이여,외도의 수행자는 자신에 집착하여 모든
이론(異論)을 만들며집착을 여의고 식성(識性)을 보는 두 가지 뜻을 연설하지 못한다.
훌륭하구나,능가왕이여.
그대는 먼저 부처님을 보고 이 뜻을 사유하라.
이와 같이 사유하면 부처님을 볼 것이다.”
그때 나바나왕이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다시 여래를 뵙기 원합니다.여래 세존께서는 보는 데 자재하시고
외도의 법을 떠나 능히 자증성지(自證聖智)의 경계를 설하시고
모든 교화에 응하며,
짓는 일을 초월하여 여래정(如來定)에 머무시고 삼매락(三昧樂)에 드신다.
이런 까닭으로 대관행의 스승[大觀行師]이라 하고,
크게 불쌍히 여기시는 이라 이름한다
.능히 번뇌 분별의 나무를 태워 없애고
모든 불자의 무리에 함께 둘러싸여
널리 일체 중생의 마음 가운데 드신다.
모든 곳에 두루하며 일체지를 갖추시어 모든 분별하는 모양을 영원히 떠나셨으니,
나는 지금 거듭 여래의 대신통력을 보기 원합니다.신통력을 봄으로써 얻지 못한 이는 얻고,
이미 얻은 이는 물러나지 않으며,모든 분별을 떠나 삼매락에 머물러 여래지지(如來智地)를
증장하여 만족하게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 능가왕이 곧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은 것을 아시고 가엾이 여기시어
곧 그 몸을 나타내시고 변화하셨던 일을 도로 다시 본래와 같이 하셨다.
이때 십두왕(十頭王:나바나야차왕)은 이전에 보았던 것을 보았는데,한량없는
산성은 다 보배로 장엄하였고,하나하나의 성 가운데는 모두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계시고
32상(相)으로 그 몸을 장엄하였으며,자신의 몸이 모든 부처님 앞에 두루 있는 것을 보았다.
모두 큰 지혜를 갖춘 야차(夜叉)가 둘러싸고 그들이 증득한 지혜로 행하는 법을 설하였는데,
시방의 모든 불국토에서도 이와 같은 일들은 모두 차별 없이 동일하게 펼쳐졌다.
그때 세존께서 널리 대중이 모인 것을 관찰하셨으니 지혜의 눈[慧眼]으로 보신 것이요,
육안으로 보신 것이 아니었다.사자왕과 같이 날쌔게 돌며 신속하게 돌아보시고 기쁘게 웃으시며,
미간ㆍ다리ㆍ겨드랑이ㆍ허리ㆍ목ㆍ어깨ㆍ팔ㆍ덕자(德字:卍자)가운데 하나하나의 모공(毛孔)에서
모두 한량없는 미묘한 빛의 광명을 놓으시니,무지개가 빛나는 것 같고 태양이 펼치는 빛 같았으며
겁(劫)의 불이 맹렬하게 타는 것 같았다.
이때 허공에 있던 제석과 사천왕은 여래께서 아득히 먼 수미산처럼 높은 능가산 꼭대기에 앉아서
기쁘게 크게 웃으시는 것을 보았다.그때 모든 보살과 모든 하늘 대중은 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법에 자재하신데 어떤 인연으로 기쁘게 크게 웃으시고 몸으로 광명을 놓으시며,
잠자코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깨달으신 경계에 머물러 삼매의 즐거움에 드시며,사자왕이 주위를
돌아보듯이 나바나를 보시고 실다운 법을 생각하시는가.’
그때 대혜보살마하살은 먼저 나바나왕의 청을 받고 다시 보살 대중의 마음을 알고
미래 일체 중생을 살펴보니 다 언어와 문자를 즐겨 말을 따라 뜻을 취하므로 미혹이
생기고2승과 외도의 행을 집착하여 행하였다.한편 생각하기를, ‘세존께서는 이미
모든 식(識)의 경계를 떠났는데 어떤 인연으로 기쁘게 크게 웃으시는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의심을 끊기 위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대혜여,그대는 세간을 관하여 모든 중생이3세에 걸쳐 나쁜 견해에 얽힌 것을
불쌍히 여기고 깨달음을 주기 위해 나에게 묻는구나.모든 지혜 있는 사람은 나와 남을 이롭게 하기
위해 반드시 이렇게 물을 것이다.
대혜여,이 능가왕은 일찍이 과거 일체 여래ㆍ응공ㆍ정등각에게 두 가지 뜻을 물었고,지금 또 묻고자 하고,
미래에도 또 그럴 것이다.이 두 가지 뜻의 차별의 모양은 일체2승(乘)과 모든 외도가 잘 헤아리지 못한다.”
그때 여래께서 능가왕이 이 뜻을 묻고자 함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능가왕이여,그대가 나에게 묻고자 하니 반드시 빨리 묻는 것이 좋다.내가 분별하고 해석하여 그대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고 환희하게 하리라.반드시 지혜로써 사유하고 관찰하여 모든 분별을 떠나 모든 경지를 잘 알아 닦고 익히어 대치(對治)하여 진실한 뜻을 깨달아 삼매락(三味樂)에 들며,모든 여래께서 거두어 주시는 바가 될 것이다.
사마타(奢摩他:삼매)의 즐거움에 머물러2승 삼매의 과실을 멀리 떠나
부동지(不動地)ㆍ
선혜지(善慧地)ㆍ
법운지(法雲地)의 보살의 경지에 머물러 반드시 실답게
모든 법이 내가 없음[諸法無我]을 마땅히 큰 보배의 연꽃 궁전에서
삼매의 물로 정수리에 뿌려줄 것이다.다시 한량없는 연꽃이 나타나
에워싸고 무수한 보살 가운데 머물러 모든 대중과 더불어 번갈아
쳐다볼 것이다.이와 같은 경계는 불가사의하다.
능가왕이여,그대가 하나의 방편 행을 일으켜 수행하는 경지에 머물러 다시 한량없는
방편 행을 일으키면 반드시 위에서 설한 바와 같은 불가사의한 일[不思議事]을 얻어
여래의 지위에 있으면서 형상에 따라 사물[物]에 응할 것이니,그대가 얻은 바는
일체2승과 모든 외도ㆍ범천ㆍ제석천 등은 일찍이 보지 못한 것이다.”
그때 능가왕이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곧 청정한 광명이 큰 연꽃 같은 보배산 정상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채녀들이 둘러싼 곳에서 한량없는 갖가지 색의 꽃ㆍ갖가지 색의 향ㆍ가루 향ㆍ바르는 향ㆍ
당(幢)과 번(幡)ㆍ헌개(幰蓋:휘장)ㆍ관(冠)ㆍ패옥ㆍ영락과 세간에서 일찍이 보고 듣지도 못한 갖가지
훌륭하고 미묘한 장엄도구를 신통변화로 만들었다.다시 욕계에 있는 갖가지 한량없는 모든 소리의 악기를
변화하여 만들었는데,모든 하늘ㆍ용ㆍ건달바 등 일체 세간에 있는 것보다도 뛰어난 것이었다.
사방 불국토에 옛날 일찍이 보았던 모든 소리의 악기를 변화하여 만들고,큰 보배 그물을 변화하여 만들어 일체 불보살 위에 두루 덮고 다시 여러 가지 최상의 미묘한 의복을 나타내어 당번을 세우고 공양하였다.이런 일을 하고 나서 곧 허공에 오르니 높이가7다라수였다.허공에서 다시 여러 가지 공양의 구름을 비같이 내리며 온갖 음악을 연주하며 공중에서 내려왔다.해와 번개의 광명이 큰 연꽃 같은 보배산 정상에 앉아 환희하고 공경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여래께 두 가지 뜻을 여쭙고자 합니다.이와 같은 두 가지 뜻을 제가 이미 일찍이
과거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 여쭈었고,그 부처님께서는 이미 저를 위하여 설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또 이 뜻을 여쭙고자 합니다.
오직 원컨대 여래께서는 저를 위하여 베풀어 설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변화하신 여래는 이 두 가지 뜻을 설하셨으나 근본 부처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근본 부처님은 삼매락의 경계는 설하셨으나 허망분별의 행은 설하지 않으셨습니다.
거룩하신 세존께서는 법에 자재하시니 불쌍히 여기시고 이 두 가지 뜻을 말씀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불자들이 마음에 즐겨 들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물어라.내가 그대를 위하여 설하리라.”
그때 야차왕이 다시 갖가지 보관 영락과 여러 가지 장식하는 도구를 가지고 몸을 장엄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항상 설하기를‘법도 오히려 버려야 하거늘 어찌 하물며 법 아닌 것이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 두 가지 법을 버리옵니까?
무엇이 법이며,
무엇이 법이 아니옵니까?
만약 법을 버린다면 어떻게 둘이 있습니까?
둘이 있으면 곧 분별상(分別相)에 떨어지며,
유체(有體)ㆍ
무체(無體)ㆍ
시실(是實)ㆍ
비실(非實)과 같이 일체가 모두 분별이므로
아뢰야식(阿賴耶識)은 무차별 상(相)임을 알지 못하니,
마치 털바퀴[毛輪]가 머묾과 같아 청정한 지혜의 경계는 아닙니다.
법성(法性)이 이와 같은데 어떻게 버릴 수 있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능가왕에게 말씀하셨다.
“능가왕이여,그대는 어찌 병(甁:보물이 나오는 병)등이 무상하게 파괴되는 법을 보지 못하였는가
범부는 그 가운데서 망령되게 분별하는 마음을 낸다.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이와 같이법과 법 아닌 차별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가?
이것이 범부가 분별하는 것이요,
깨달은 지혜로 보는 것이 아니다.범부는 갖가지 모양 가운데 떨어지지만 모든 깨달은 이는 그렇지 않다.
능가왕이여,궁전과 동산ㆍ숲이 탈 때 갖가지 불꽃을 보지만 불의 성품은 하나이다.
그러나 나오는 불꽃은 땔나무의 힘을 따라 불꽃이 길고 짧고 크고 작고 각각 차별이 있듯이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이와 같이법과 법 아닌 차별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가?
능가왕이여,한 개의 종자에서
싹과 줄기,가지와 잎,꽃과 열매가 생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차별이 있는 것과 같다.
밖의 법이 이와 같으니 안의 법도 또한 그와 같다.말하자면 무명(無明)이 연이 되어 온(蘊)ㆍ계(界)ㆍ처(處)의
모든 법이 생기며,삼계에서 모든 세계[趣]에 생을 받아 괴로움ㆍ즐거움ㆍ좋고 추함ㆍ말하거나 잠잠하거나
가거나 멈추며 각각 차별이 있다.또 모든 식(識)의 상(相)은 비록 이것이 하나이나 경계를 따라
상ㆍ중ㆍ하,염(染)ㆍ정(淨),선(善)ㆍ악(惡)의 갖가지 차별이 있다.
능가왕이여,다만 위와 같은 법에만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행자가 관행(觀行)을 닦을 때
스스로 지혜로 행하는 것에서도 또한 차별의 모습을 보는데 하물며
법과 법 아닌 것에 갖가지 차별과 분별이 없겠느냐?
능가왕이여,법과 법이 아닌 차별상은 모두 상(相)을 분별하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능가왕이여,무엇이 법인가?
말하자면2승(乘)과 모든 외도는 허망하게분별하여 실체가 있어 제법의 인이 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법은 마땅히 버리고 떠나서 그 가운데서 분별하여 상을 취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기 마음의 법의 성품[自心法性]을 보면 곧 집착할 것이 없다.병 등의 모든 물건은 범부가
어리석게 취하는 것으로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모든 관행(觀行)하는 사람이 비발사
나(毘鉢舍那:觀)로써 여실히 관찰하는 것을 이름하여 모든 법을 버린다고 한다.
능가왕이여,무엇이 법이 아닌가?
말하자면 모든 법은 성품도 없고 모양도 없다.영원히 분별을 떠났으므로
실답게 보는 이는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경계가 모두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을 법 아닌 것을 버린다고 한다.
다시 법 아닌 것이 있다.말하자면 토끼 뿔과 석녀의 아이 등은 모두 성품이나 모양이 없어
분별하지도 못하는데 다만 세속을 따라 이름만 있을 뿐이다.병 등과 같아서 취하여 집착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식(識)이 취할 바가 아니다.이와 같이 분별하는 것도 반드시 버리고 떠나야 하는데
이를 법을 버림[捨法]과 법 아닌 것을 버림[捨非法]이라 한다.
능가왕이여,그대가 앞에서 물은 것을 내가 이미 설하여 마쳤다.
능가왕이여,그대가 말하기를‘나는 과거 모든 여래께 이미 이 뜻을 여쭈었고
모든 여래께서는 이미 저를 위하여 설하셨다’라고 하였다.
능가왕이여,그대가 말한 과거는 단지 분별일 뿐이요,미래도 또한 그러하며 나도 또한 그와 같다.
능가왕이여,모든 부처님 법은 분별을 떠났고 이미 일체 분별의 희론에서 벗어나
색상(色相)과 같지 아니하며,
오직 지혜로 깨달을 뿐이며,중생에게 안락을 얻게 하기 위하여 법을 설하는 것이다.
무상지(無相智)로써
설하기 때문에 여래라고 이름하고
여래는 지혜로써 체(體)를 삼고
지혜가 몸[身]이 됨으로 분별할 수 없고
분별의 대상도 될 수가 없다.
아상ㆍ인상ㆍ중생상으로도 분별할 수 없다.
무슨 까닭으로 분별하지 못하는가?
의식은 경계를 인(因)하여 일어나 색(色)과 형상을 취하기 때문에
분별을 떠났고 또한 분별할 대상도 떠났다.
능가왕이여,비유하면 벽 위에 채색으로 그려진 그림 속의 중생은 알지[覺知]못하듯이
세간의 중생도 또한 이와 같아 업도 없고 보(報)도 없다.
모든 법도 또한 그러하여 들을 것도 없고 설할 것도 없다.
능가왕이여,세간의 중생과 범부와 외도는 능히 알지 못한다.
능가왕이여,이와 같이 보는 것을 바른 견해[正見]라 하고 만약 다르게 보면
분별견(分別見)이라 하며 분별하기 때문에 두 가지에 집착한다.
능가왕이여,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물과 거울 속에서 스스로 그 모습을 보고,
등불과 달빛 속에서 스스로 그 그림자를 보며,
산골짜기에서 스스로 그 메아리를 듣고 분별하는 마음을 내어 집착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이것도 또한 그와 같아서 법과 법이 아닌 것은 오직 분별일 뿐이다.
분별하기 때문에 능히 버리지도 여의지도 못하고 오직 일체의 허망함만 증장할 뿐
적멸을 얻지 못한다.
적멸이란 말하자면 한 가지 인연[一緣]이다.
한 가지 인연이란 가장 훌륭한 삼매다.
이것으로부터 능히 스스로 깨달은
바른 지혜[自證聖智]가 생기니
여래장(如來藏)으로 경계를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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