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은 간다』(작사 손로원, 작곡 박시춘)는 「백설희」가
1953년 한국전쟁 중, 대구 '유니버설 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그녀의 데뷔곡이자 대표적인 노래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곡은 작사가 손로원 선생이 부산에 피난 가서 판자촌에
살 때, 연분홍 치마를 입은 어머니 사진이 화재로 불에 타 없어진
것을 보고 가사를 지었다고 하는데요.
젊은 나이에 홀로 된 어머니가 장롱 속 깊이 간직한 연분홍 치마
한복을 아들 손로원의 결혼식에 입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사실을 6.25전쟁 시대 상황과 함께 떠올리며 지었다고 합니다.
『봄 날은 간다』는 당시 무명 가수였던 「백설희」 를 인기 가수로 만든
노래로서, 멜로디를 배제하고 읽으면 시(詩)로 여겨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가사가 특징인데, 사실 이 노래에는 화사한 봄 날의 이미지
와는 거리가 먼 슬픔 · 퇴폐 ·절망의 정서(情緖)가 뒤엉켜 있습니다.
하지만, 이만큼 한국 여인의 한(恨)을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슬퍼서 더욱 아름다운 노래이기도 합니다.
"알뜰한 맹세가 실없는 기약이 되고, 끝내 얄궂은 노래가 되듯,
봄 날의 끝자락에 발표한 이 노래는 슬픔과 종말(終末)의 감정을 거쳐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드는 곡" 입니다.
2009년 계간(季刊)《시인 세계》잡지에서는 현역 시인(詩人) 100명
에게 "시인 (詩人) 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 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러 시인(詩人) 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위에 오른
노래가 바로 「백설희」의 『봄 날은 간다』였습니다.
이 노래는 '이미자', '배 호', '조용필', '나훈아', '장사익', '한영애' 등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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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 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 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 날은 간다.
열 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 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