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회전력의 숨은 원리 '코리올리의 힘' [고두현의 문화살롱]
고두현2021. 9. 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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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자전 효과
태풍, 북반구선 반시계방향 회전
오른쪽 지역이 더 큰 피해 입어
"편서풍 때 한국선 마스크를 쓰고
유럽 대륙에서는 우산을 쓴다"
적도에선 코리올리 효과 無
우주선 발사 장소로 가장 유리
고두현 논설위원
“정말 신기해! 우리 집은 정확하게 적도의 양쪽에 걸쳐 세워져 있다네. 부엌은 남반구에 있어서 개수대 물이 빠질 때는 시계 방향으로 돌지. 반대로 욕실은 북반구에 있어서 세면대 물이 빠질 때 그 반대 방향으로 도는 거야.”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아프리카 가봉에 사는 친구의 초대를 받으면서 들은 얘기다. 적도 지역에 있는 가봉은 남·북반구에 걸쳐 있다. 그래서 이런 신기한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남미 에콰도르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로 ‘적도’라는 뜻이다. 수도 키토에 있는 적도박물관에서 물이 반대 방향으로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발을 남·북반구에 하나씩 딛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곤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물체가 그 힘을 받게 된다. 이것을 ‘코리올리의 힘’ 또는 전향력(轉向力)이라고 한다. ‘코리올리 효과’라고도 한다. 프랑스 과학자 가스파르-귀스타브 코리올리가 1835년 제창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코리올리 효과 때문에 지표면에서 운동하는 물체가 북반구에서는 오른쪽,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움직인다.
태풍에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 회전력의 오른쪽이 더 강하고 피해 규모도 크다.
태풍의 소용돌이에도 코리올리의 힘이 작용한다. 태풍은 북반구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이동한다. 태풍 중심의 강력한 저기압으로 주변 공기가 빨려 들어갈 때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공기 흐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태풍의 오른쪽 회전력은 더 강해지고 왼쪽은 약해진다. 태풍 회전속도가 시속 100㎞이고 진행속도가 시속 30㎞일 경우 태풍의 오른쪽 바람은 시속 130㎞로 강력해지고 왼쪽은 시속 70㎞로 약해진다. 그만큼 태풍 오른쪽 지역의 피해가 크다. 17일 제주도와 남해안을 강타한 제14호 태풍 ‘찬투’도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 더 큰 피해를 입혔다.
편서풍 역시 코리올리 효과로 발생한다. 편서풍은 북위·남위 30~60도인 중위도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을 말한다. 북반구에서는 남서쪽에서, 남반구에서는 북서쪽에서 동으로 분다. 적도에 가까운 북·남위 0~30도의 저위도에서 동쪽으로 부는 것은 무역풍이라고 한다.
한반도는 북반구 중위도에 속하므로 편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고기압이나 저기압 등의 기압계가 이 바람을 타고 서에서 동으로 이동한다. 중국의 미세먼지와 황사가 한국으로 오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 쪽으로 가는 게 이 때문이다. 중국으로 향하던 태풍이 한국이나 일본으로 휘어지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동아시아와 달리 북대서양 난류가 지나는 유럽대륙 서안에서는 편서풍이 많은 비를 뿌리며 음습한 날씨를 몰고 온다. 그래서 ‘편서풍이 불 때 동아시아 사람들은 황사마스크를 쓰지만, 유럽인들은 우산을 쓴다’는 말이 나왔다.
그렇다면 적도선(赤道線)이 지나가는 적도 한가운데에서는 어떨까? 코리올리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중력의 영향도 극지방보다 작아서 대부분의 우주 로켓 발사대를 적도 가까운 곳에 세운다. 적도 지역은 지구 자전에 따른 원운동 속도도 크다. 이를 이용해 로켓의 가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장도 국토 최남단에 가까운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있다.
여기서 퀴즈 하나. 적도의 가봉이나 에콰도르에서 개수대와 세면대 물이 반대 방향으로 빠진다는 건 정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게 작은 규모’에선 코리올리의 힘을 눈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훨씬 더 큰 규모에서 매우 정교한 과학 실험을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미셸 투르니에의 친구가 사는 가봉의 가정집이나 에콰도르의 적도박물관 내부는 ‘작은 규모’다. 이곳에서 물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은 코리올리의 힘보다 용기 표면의 미세한 불균형이나 디자인의 경사도 차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관광객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이래저래 거대한 자연의 원리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고 미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지구 자전 증명한 첫 실험 '푸코의 진자'
움베르토 에코 소설에도 차용
‘푸코의 진자’는 프랑스 과학자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해낸 실험 장치다. 그는 1851년 파리의 팡테옹 돔 천장에 길이 67m의 실을 내려뜨려 28㎏짜리 진자(추)를 매달고 흔들었다.
프랑스 파리의 팡테옹에 전시된 ‘푸코의 진자’ 복제품.
이때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실의 장력뿐이어서 추는 일정한 방향으로 흔들린다. 하지만 지구 자전에 의해 지표면이 움직이므로, 바닥에 서 있는 사람의 눈에는 추가 마치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수학적 계산을 통해 파리의 위도에서 지구의 자전 주기가 얼마나 되는지 추론했고, 이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증명해 보인 인류 최초의 실험이었다. 그는 이 업적으로 당시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코플리상을 받았다. 그때 실험에 쓰인 진자는 1855년에 파리 국립과학연구원으로 옮겨졌다가 줄이 끊어져 파손됐다. 지금 팡테옹에 있는 것은 복제품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1988년)에서는 진자가 두 개의 상반된 의미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다. 진자의 한 면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의 사고를 보여준다. 다른 한 면은 인간의 탐구 대상인 지구의 움직임이 과학으로는 다 풀 수 없는 신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비춰준다.
[생활속과학] 북반구와 남반구의 변기 물은 반대로 흐른다?
김승준 기자2022. 1.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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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전의 관성 효과로 나타나는 코리올리 효과·전향력
변기·세면대는 다른 변수 작용할 가능성 높아
태풍 비바 위치 위성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지구는 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구와 함께 돌고 있는 우리는 지구가 도는 것을 쉽게 느끼기 어렵다.
지구가 돌면서 발생하는 현상 중 하나는 '코리올리 효과' 또는 '코리올리 힘'(전향력)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코리올리 힘은 물체가 자신의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의 효과로 나타난다.
달리는 버스에서 위로 점프하면 차 안에서는 위로 뛰는 것으로 보이지만, 차 밖에서는 가로로는 차를 따라 움직이며 세로로는 위로 움직이는, 즉 비스듬하게 뛰는 것처럼 보인다. 관성 때문이다.
코리올리 효과에서는 지구가 '달리는 버스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구와 함께 돌아가는 입장에서는 정북쪽을 향해 직선으로 물체를 빠르게 던졌지만 실제로는 지구가 돌고 있었기 때문에 비스듬하게 휘어 날아간다.
이런 전향력은 북반구에서는 진행 방향의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태풍이나 물 소용돌이는 전향력의 영향을 받으면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흘러간다.
과거 일부 교과서와 과학 교양 서적에서는 전향력의 효과로 북반구와 남반구의 변기나 세면대의 물이 전향력의 영향으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절반만 맞다. 흘러가는 물은 유체이기 때문에 전향력의 효과를 받을 수 있지만, 회전 반경이 매우 작아 전향력의 효과가 미미하다. 실제 실험을 해보면 초기 물이 흘러오는 방향, 세면대나 변기의 굴곡 등 표면 구성 등에 따라 회전 방향이 쉽게 바뀔 수 있다. 굴곡이나 물의 흘러오는 방향의 편향성 등 변수를 최소화하면 전향력의 효과를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세면대나 변기에서는 쉽게 보기 어렵다. 실제 북반구에서도 시계방향으로 도는 변기 물을 볼 수도 있다.
거대한 소용돌이인 태풍의 경우에는 전향력의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 북반구에서 촬영한 태풍사진은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다. 저기압과 태풍의 중심기압은 외부보다 낮아 외부에서 내부로 공기가 빨려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진행 방향 오른쪽의 힘을 받아 반시계방향의 소용돌이를 형성한다. 반대로 고기압은 중앙에서 바깥으로 공기가 빠져나오게 되므로 시계방향으로 돌게 된다. 남반구에서는 이와 정확히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자연현상뿐 아니라 장거리를 이동하는 미사일이나 비행기도 전향력의 효과를 받는다.
국립대구과학관 1층 로비홀에 설치된 '푸코의 진자' (국립과천과학관 블로그 갈무리) 2022.01.28 /뉴스1
그렇다면 큰 규모의 운동이 아니면, 코리올리 효과를 볼 수 없는 걸까.
프랑스의 과학자 레옹 푸코는 1851년 진자를 이용해 코리올리 효과를 이용한 지구의 자전을 증명했다. 실험은 간단했다. 외부 변수를 줄이기 위해 가볍고 긴 줄에 무거운 추를 달아 진동 운동을 하게 만들었다. 실험 결과 초기에 추는 앞뒤로 움직이게 힘을 줬지만, 추의 진동면이 코리올리 효과에 의해 비스듬히 움직이며 32.7시간마다 원을 만들면서 회전했다.
집에서도 진자가 매달린 축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면 같은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다만 적도에서는 코리올리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이러한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작은 규모로 만들면 여러 변수로 현상을 쉽게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푸코의 진자는 국립대구과학관에 진자 길이 18.4m, 추 무게 98㎞로 제작되어있다. 방역정책에 따라 바뀌는 관람 정보는 대구과학관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직접 관람을 하기 어렵다면 국립대구 과학관 유튜브 채널로도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seungjun241@news1.kr
[조영재의 '골프 물리학'] (8) 북반구에선 똑바로 쳐도 슬라이스
2011. 2. 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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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코리올리 효과지구 자전 영향…볼 오른쪽으로300m 드라이버샷 10cm 휘어
현대 골프 스윙의 초석을 다진 벤 호건은 인생에서도 엄격하고 치열하게 살았다. 한번은 호건이 퍼트 라인을 유심히 보다가 캐디에게 물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때?" "좌우 경사가 전혀 없는데 그냥 똑바로 치면 될 것 같아." "세상에 그런 퍼트는 없다네.완벽한 평지라면 볼은 조금이라도 오른쪽으로 휠 거야."
호건은 '코리올리(coriolis) 효과'를 언급한 것이다. '코리올리의 힘'(전향력)이라고도 하는 이 힘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기는 관성력이다. 북반구에서는 진행 방향의 오른쪽으로 작용하고,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작용한다. 태양이 동쪽에서 뜨는 것은 지구가 동쪽을 향해 자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본을 해 뜨는 방향으로 돌리면서 북극에 서 있다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즉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는 원판 위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는 원판 위에서 볼을 굴리면 오른쪽으로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 때문에 볼의 경로가 오른쪽으로 휘는데 이것이 코리올리 효과다(그림).남극에 서 있다고 가정하면 지구본은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남반구에서 코리올리의 힘은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 작용한다.
북반구에서 코리올리의 힘은 태풍의 경로에도 영향을 주어 반시계 방향으로 소용돌이치게 한다.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의 공기 흐름이 오른쪽으로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에 의해 소용돌이를 형성하는 것이다.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의 소용돌이가 형성된다. 흔히 싱크대의 물이 배수구로 빠져 나갈 때 이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잘못된 상식이다. 지구는 하루에 한 번 자전하기 때문에 싱크대 물에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은 극히 미약해서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싱크대 물이 빠져나가면서 회전하는 방향은 용기의 모양과 평형 상태에 따라 좌우된다. 이를 확인한 실험은 1908년 미국에서 1.8m 높이의 물탱크에 1100ℓ의 물을 담아 하루 동안 안정시키고 마개를 뽑은 결과 15분 정도 후부터 반시계방향 소용돌이 현상이 생겼다고 한다.
코리올리의 힘은 위도가 높은 곳일수록 더 강해진다. 적도에서는 이 힘이 사라진다. 위도 37.6도인 서울에서 코리올리의 힘을 골프 볼에 적용시켜 공기 저항을 무시한 채 계산하면 300m 드라이버샷을 똑바로 했을 때 10㎝ 우측으로 휘어서 떨어진다. 대략 이런 비례로 3m 퍼트를 생각하면 우측으로 1㎜ 휜다는 것이다.
호건은 과연 코리올리의 힘을 느끼면서 골프를 했을까. 지름 108㎜의 컵에서 1㎜ 때문에 들어갈 퍼트와 안 들어갈 퍼트로 갈릴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역사상 볼을 가장 잘 쳤고 누구보다도 정확성을 중시했던 호건의 위대함은 바로 이 1㎜ 차이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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