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쭐대며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본질을 알아야 아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내막을 들추어 보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인다.
프랑스군과 프로이센군이 격돌했을 때 프로이센 지휘관은 큰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군이 넓은 들판에 흩어져서 공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전투 처음이야! 나폴레옹 시절 프랑스군에는 산병이 있었는데 흩어져서 각자 엄폐물 뒤에 숨어서 쏜다. 줄을 맞추고 서서 일제하격하는 방식과 다르다.
프로이센군은 산개하면 모두 도망친다. 저게 가능하다고? 프랑스군이 훈련을 엄청 빡세게 했나보다. 아니다. 사병의 주적은 간부다. 이게 본질이다. 프랑스군은 사병이 간부라는 점이 다르다. 귀족 출신 장교와 사병 출신 장교는 차이가 있다. 훈련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신분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왕자였고, 나폴레옹은 하급 귀족이었고, 징기스칸은 카불칸의 증손자였고, 곽거병은 황제의 조카였다. 항우도 귀족의 자제인데 나라가 망해서 평민이 된 경우다. 신분문제는 훈련만 가지고 안 된다. 신분은 타고 나야 하는 것이다. 프로이센군은 장교와 병사가 수평적인 대화를 못한다. 열심히 소통을 시도하면 되지 않을까? 천만에. 간부는 주적인데 무슨 대화? 언론은 걸핏하면 소통이 어쩌고 하며 강조하지만 개소리다. 대화는 원래 안 된다. 한동훈과 이재명이 대화한다고? 인간과 비인간은 원래 대화하는게 아니다.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되는게 있다. 봉건제도가 만들어지는게 이유가 있다.
정복왕 윌리엄은 불과 1만의 적은 병사로 쉽게 영국을 먹었다. 헤이스팅스 전투를 살펴보면 사슬갑옷을 입고 도끼를 휘두르는 바이킹 출신 영국군이 단연 우세하다. 윌리엄의 노르만군도 바이킹 출신이지만 기독교로 개종하고 프랑스화 되어 약해졌다.
그리스군의 팔랑크스 방진은 천하무적이다. 팔랑크스 대형을 평지에서 회전으로 이길 수 있는 전술은 없다. 그래도 로마군은 이겼다. 중세 게르만의 중갑병도 천하무적이다. 유럽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깨뜨릴 수단은 없다. 그런데 몽골군은 이겼다. 당나라군의 방진을 깨는 전술은 없다. 그래도 고구려와 신라는 이겼다. 실제로는 이긴게 아니다. 로마군은 그리스군을 돌밭으로 유인해 속임수로 이겼고, 몽골군은 독일군을 만구다이로 유인해서 속임수로 이겼고, 고구려와 신라군은 당나라군을 산성으로 유인해서 이겼다. 같은 숫자의 병사로 평야에서 닥돌하면 이길 수 없다.
이론적으로 무조건 이기는 절대군대도 있고, 그것을 깨는 절대전술도 있고, 절대방어도 있다. 제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서 현장에서 이론대로 잘 안 되는 것이지 이론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막연히 용감히 싸우자. 열심히 해보자. 뛰어난 지휘관의 역량에 기대해보자. 이러지만 다 개소리다. 노력타령은 넌센스다. 정신력은 필요없고 전쟁은 무조건 이기거나 아니면 무조건 진다. 정치판에 대입하면 정책과 인물은 의미가 없고 구도가 거의 결정한다. 싸우기 전에 승패가 정해진다. 인물과 정책은 구도를 변화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할 뿐 구도가 본질이다.
윌리엄의 프랑스화된 바이킹은 영국의 토종 바이킹을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이겼다. 기병을 이용한 후퇴 유인전술이 먹혔다. 윌리엄이 전사했다고 전장에 소문이 퍼지자 기세가 오른 영국군이 방진을 깨고 서둘러 돌격했는데 노르만군이 기병으로 측면을 때린 것이다. 노르만군은 궁수와 보병과 기병을 두루 사용하는데 비해 보병 뿐인 영국군이 불리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바이킹의 방패벽은 견고해서 절대 뚫을 수 없다. 만약 프랑스에서 같은 전투가 벌어졌다면 영국군이 이겼다. 백년전쟁 동안 영국이 계속 이긴 것이 그렇다.
왜? 궁병과 보병과 기병은 신분이 다르다. 기병은 귀족이고, 보병은 평민이고, 궁병은 제네바 용병이다. 프랑스의 잡종군대가 평민위주로 구성된 강철대오 영국군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로마가 그리스를 이긴 것을 보면 평민 군대가 불리하다.
1. 그리스, 바이킹, 나폴레옹, 당나라 방진은 평민 군대다.
2. 평민 군대는 강철대오를 만들지만 지형을 이용하여 깰 수 있다.
3. 궁병, 보병, 기병 합동전술은 지형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강철대오를 깬다.
4. 궁병, 보병, 기병 합동전술이 자국 영토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다.
5. 적지에서 싸우면 제병 합동전술이 효과를 낼 수 있다.
전술의 꽃은 제병합동이다. 간단하다. 전쟁은 강철대오가 이긴다. 강철대오를 깨는 것은 지형지물이다. 지형지물이 없으면 제병합동으로 지형지물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런데 제병합동은 적국에서 잘 먹힌다. 자국에서 전투를 하면 평민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때문이다. 약한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혁명과 잔다르크의 종교는 자국에서 적지효과를 낸다. 약한 고리를 보강한 것이다. 나폴레옹과 잔다르크는 강철대오 프로이센군과 강철군대 영국군을 상대로 자국에서는 매번 실패했던 제병합동으로 이겼다. 프랑스군이 백년전쟁에서 영국군에게 진 것이 다 제병합동 실패로 진 것이다.
기병.. 저 돈 받고 싸우는 이탈리아 궁병놈들 때문에 못해먹겠다.
궁병.. 저 무식한 귀족 기병놈들 봐라. 진흙탕에 그냥 돌격하는게 어딨냐?
같은편끼리 신분이 달라서 제병합동이 망한다. 나폴레옹은 혁명을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코어가 보강되었다. 이제는 사병 출신이 장교가 된다. 귀족이 아닌 동료의 지휘를 받는다. 흩어져도 도망가지 않고 싸운다. 여기서 신분문제의 변증법적 전개를 알아채야 한다.
1. 같은 신분의 병사가 강철대오를 이루면 무적이다.
2. 지형지물을 이용하면 강철대오도 쉽게 무력화 된다.
3. 제병합동은 강철대오를 깨지만 신분의 차이가 약점이다.
4. 신분 문제를 해결한 나폴레옹, 징기스칸의 제병합동이 최종보스다.
5. 적지에서 싸우면 평민이 도망치지 않아서 제병합동이 성공한다.
같은 신분의 강철대오 > 다른 신분의 제병합동 > 같은 신분의 제병합동
잔다르크는 종교로, 나폴레옹은 혁명으로, 징기스칸은 전리품의 분배로 강철대오 + 제병합동을 만들었다. 적절히 역할을 나누면서도 필요한 때 강한 응집력을 발휘한다. 자본주의가 제병합동이라면 사회주의는 강철대오다. 그러므로 승부는 뻔하다.
전쟁의 꽃은 제병합동이고, 제병합동의 약점은 신분 차이이며, 신분은 타고나야 하므로 정신력의 강조나 노력타령으로 되는게 아니다.
유럽에 출동한 러시아군은 특이하다. 어떨 때는 완전 개판이고 어떨 때는 천하무적이 되어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서구의 역사가는 러시아군의 정체가 뭔지 종잡을 수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군기가 엉망인데 공격받으면 순식간에 대오가 무너져서 일제히 도주한다. 추격하면 산꼭대기에 모여들어 반격해온다. 그들은 왜 개판이고 왜 갑자기 강해졌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잖아.
러시아군은 멀리 원정을 와서 적지에서 싸우므로 흩어져도 다시 모여들었다. 몽골군의 만구다이를 배워 왔다. 보통은 한 번 흩어지면 전군붕괴 대학살 전멸로 간다. 코사크 기병대는 순식간에 괴멸되고 순식간에 다시 모여든다. 이런 군대를 어떻게 이겨?
막연히 지휘관이 뛰어나다거나, 훈련이 잘 되어 있다거나, 무기가 우수하다거나 하는건 다 개소리고 근본적인 한 가지 요인이 승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본질이 있다. 우리는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접근한다. 전쟁의 본질을 보지 않는다.
권율장군은 이순신장군이 준 화포 덕분에 행주에서 이겼다. 이것은 강과 약의 차이가 아니라 무와 유의 차이다. 잔다르크에게는 무언가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일본은 조총이 있었고, 한국은 많은 산성이 있었고, 당나라 군대는 방진이 있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은 신분상승이 있었다. 다른 나라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무와 유의 절대적인 차이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데 우리는 강과 약의 상대적인 차이로 승부가 결정된다고 믿는다.
모든 승리한 지휘관들은 적군에게는 없는 무언가 하나를 가지고 있다. 대등한 상태에서 열심히 싸워서, 잘 지휘해서, 용감해서 어쩌고 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우리는 편하게 사람탓 하지만 무와 유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노력해도 안 되고, 용감해도 안 되고, 뛰어나도 안 되는게 있다. 그것은 유다. 운전기사와 승객의 차이는 무와 유의 차이다. 면허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다. 왕과, 장군과, 장교와, 부사관과, 사병을 다 겪어봐야 하는 이유는 그게 노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무와 유의 차이를 이루기 때문이다.
왕은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다. 사병이 잘한다고 장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장군은 친구가 장군이다. 왕은 친구가 왕이다. 장군을 동원할 수 없는 장군은 아무리 뛰어나도 진짜 장군이 아니다. 왕을 동원할 수 없는 왕은 진짜 왕이 아니다. 로마 군인정치 시대, 고려 무신정치 시대, 일본의 전국시대, 중국의 5대 10국 시대에 일어난 끝없는 혼란은 하극상에 따른 신분문제로 왕이 왕을 동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강철대오가 자본주의 제병합동을 못 이기지만 어설픈 제병합동은 강철대오에 깨진다. 적이 아군의 약한 고리만 공격하기 때문이다. 최강의 군대는 자본주의 + 사회주의다. 선제공격을 하고 적지에서 싸워야 제병합동이 먹힌다.
진보는 공격이고 보수는 방어다. 진보는 적지에서 제병합동으로 싸우고 보수는 안방에서 지형지물로 싸운다. 진보는 점차 강해지는게 장점이지만 약한 고리가 추궁될 위험이 있고 보수는 환경적 잇점을 이용할 수 있지만 상대의 공세종말점까지 후퇴해서 낙동강 방어선까지 물러서야 지형적 잇점이 먹힌다는 약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