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부다
김견남
한잔하느라 차를 동대동에 놓고 왔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해야 하므로
새벽에 일어나 차를 가지러 가자고 했다
잔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여자가 술 마시고 차를 아무 데나 놓고 다니니 어쩌니,
한잔할 때는 택시를 타고 가야지 새벽부터 잠 못 자게 수선이니 어쩌니"
참고 있던 말들이 입안에서 맴돈다.
'그간 내가 자기 따까리 하며
웅천이고, 성주고, 한밤이건, 새벽이건
차 가지러 댕긴 세월이 오딘디
그거 한 번 갖고 오만 잔소리를 하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 새벽에 차 가지러 가 주는 것만도 고마워서 속으로 꾹 눌러 삼켰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남편은 술에 취해 들어왔다.
내일 아침 꼭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있다며
신신당부하더니 아침이 되어도 비몽사몽이다
결국 안되겠다며 나에게 태워다 달라고 부탁한다
전날 새벽에 들었던 오만 잔소리가 떠올라
그걸 똑같이 남편에게 한다
남편은 가만히 듣고 있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그럼 자기도 나한테 똑같이 잔소리하고 나 데려다줘.
나도 잔소리하고 나서 차 가지러 갔었잖아."
피식 웃음이 터지고 같이 신발을 신는다
우리는 부부다
첫댓글 문정님은 단막 극이나 미니 시리즈 이런 것도 잘 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정님의 다음 글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ㅎㅎ 단막 극 쓰고 싶네요 ㅎㅎ
재밌는 부창부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