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사진과 시를 조합한 새로운 시대정신
2024 개천예술제 디카시 공모전
2024년도 개천예술제 디카시공모전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400편을 넘었다. 그 가운데 예심을 통과하여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20편이었다. 대체로 디카시의 본질적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으나, 궁극적으로 사진과 시가 조화롭게 연합하여 하나의 통합된 의미를 생산해야 한다는 그 명제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주지하다시피 디카시는 마음에 감동을 주는 영상 곧 사진을 순간 포착으로 확보하고, 거기에 여실히 부합하는 촌철살인의 시적 문장을 다섯 줄 이내로 덧붙이는 것이다. 동시에 SNS 환경을 통하여 이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문예 장르다. 20년 전에 경남 고성에서 지역 문예 운동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K-Arts이며, 영상문화 시대에 최적화된 문학 형식이다.
이 디카시에 많은 관심과 주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따라서 그 수준 또한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1석으로 선정한 「베르테르 효과」는 고층 빌딩의 투명한 유리창을 간과하고 그 위로 날아들어 부딪치려는 새들을 안타까워하는 시다. 인공과 자연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사진을 포착한 것은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다. 거기에 부가한 시가 좋다. 시인은 새들이 보이는 탐색의 정신을 수용하면서 현상의 위험에 대한 경고와 청유의 언어를 함께 전달한다.
2석으로 선정한 「시선」은 차갑고 메마른 대리석 적층의 틈새로 힘겹게 돋아난 샛노란 꽃을 두고, ‘곁을 내어주는 일’과 ‘마음으로 보는 일’의 가능성을 유추한다. 3석의 「인연」은 남강의 강심이 깊이 비친 빛 그림자를 내려다보면서, ‘아이 넷’과 ‘내 속’의 신비로운 존재 양식을 짚어 보임으로써 여러 방향의 해명을 암시한다. 이하의 입상작들도 각기 저마다의 의미와 주장을 담고 있어 흔연하고 기꺼웠다.
사실은 입상작으로 선정된 작품들 외에도 놓아버리기 아까운 시가 많았다.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아쉽게 탈락한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예심 박우담(시인,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지부장)
본심 김종회 (문학평론가,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