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동짓날에
조 경 선
몇 날 며칠 갯바람에 얼었다 풀리길 되풀이 하는 생
이제는 꾸덕하게 빼빼 마른 모습으로 다시 만나니
묵은 비린내 해당초 미역 냄새
세상에 내 뜻대로 안되는 일 없던 맑은 날에는
안부도 묻지 않더니
내 자리에도 서리가 내린 후에야 찾는다
다시는 헤엄쳐 돌아갈 수 없는 먼 바다
이제는 잘 가라
바로 눈 뜨지 못해
살이 찢어지고 내장이 뜯기던 시절을 감수하며
꼬득꼬득 의연하게 익어가는구나
삶의 한 복판을 건너온 달 그림자
먹어보자, 먹어봐, 맛있지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
십이월 동짓날 저물 무렵
모두의 슬픔이 붉어졌다
첫댓글 시 잘 읽었습니다.
작품 올릴 때 한글파일도 첨부해 주셔요.
시를 읽고
맛있는 건어물이 생각나는 건 ....저의 세속적 식욕때문이겠죠. ㅎ
모두의 슬픔이 붉어졌다는 부분이 전 좋네요.
먹어보자, 먹어봐, 맛있지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
자꾸만 곱씹게 되는 구절이에요. 울컥하기도 하구요
부쩍 추워진 한파에 선생님 시 읽으며 속이 뜨끈해졌습니다.
동짓날 모두의 슬픔이 붉어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시는 천재만 쓴다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함축, 상징. 어느날 자꾸 시를 읽다보면 흉내라도 볼 수 있을까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