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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역사,철학, 과학, 문화 등) 스크랩 마광수 교수가 우리의 시대정신은 아닐까?
여여 추천 0 조회 125 10.03.19 18: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나는 별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마광수 교수는 시대정신이었다!  그가 [즐거운 사라]라는 엄청난(?) 소설을 썼다가 교수직까지 박탈당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도전을 시대정신처럼 말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사람들은 마광수로부터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다지 화제작도 아니고 별 볼일 없는 3류소설이었다. 야설로 치자면 그래도 꽤 뛰어난 야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문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직을 걸면서 썼다고 보기엔 완성도가 떨어지는 데도 시대정신이라 했던 것은 그 스스로 파놓은 고도의 상업적 술수가 느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와서 보자면 비겁하게 야설이나 야동으로만 보면서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는 인텔리들의 이중성을 만용에 가깝게 꼬집었다는 점에서 90년대의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 마광수가 잊혀져가던 그 이름을 우리에게 다시 각인시키면서 또 다른 시대정신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1990년대 전반기를 뜨겁게 밝혔던 그의 시대정신과 2000년대 후반기를 밝히는 그의 시대정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마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표절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경고하고 있다. 그의 경고를 보기 전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표절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한번 봐두자.


지난해 김병준 전 부총리의 논문표절 사건에 이은 낙마, 국민과학자라 칭해지던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에 따른 몰락, 고려대 전현직 총장의 논문 표절시비는 무분별한 타인표절과 자기표절의 결과물이었고, 방송대 졸업논문 대리작성, 인천 모대학에서 있었던 지도교수에 의한 논문대리 작성 프로젝트는 조직적인 표절로 사회 문제까지 야기했다. 문리계열의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며 위로부터는 교육부총리, 총장에서부터 아래로는 학부생에 이르기까지 수평적.수직적으로, 전방위로 자행된 학문적 양심의 실추가 오점을 남긴 한 해였다. 


예술계 역시 표절시비에서 한번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효리의 겟차 표절시비, 문근영이 출연한 조덕배 노래 표절 CF송 및 이미지 차용 시비가 화제의 대상이 되었으며, 한류열풍의 와중에서 각종 드라마와 노래의 표절시비가 계속됐고 비보이극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궁S]도 표절시비에 휘말린 상태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CF, 노래, 드라머, 공연물의 표절에 있어서 그것을 실제 공연하고 연주하는 출연자들이 표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가수들의 립싱크 문제, 특히 자신이 부른 음반을 립싱크하여 가수로 데뷔한 가수가 있다는 인기가수 이정의 주장은 김아중이 출연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내용이 영화속 얘기가 아닌 실제 상황임을 보여줌으로써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게 만들었다. 그뿐이 아니라 심지어는 잘 나가는 가수를 바꿔치기 한 사례도 있었다. 2005년 하반기 [어쩌다가]라는 노래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솔로가수 [란]이 있다. 경성대 출신의 대학가요제 수상자이기도 한 전애영이라는 가수의 데뷔명이 [란]이었는데 2006년부터는 전애영이 아닌 다른 가수로 바뀐 것이다. 전애영이라는 가수는 [1대란]이란다. 그야말로 대란이 아닌가! 그룹사운드나 밴드의 멤버를 교체한 것이 아니라 솔로 가수를 바꿔치기 한 희대의 엽기적인 사건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 것이다.  


학계, 예술계는 그렇다 치고 출판문화계는 어땠는가? 방송인 정지영의 [마쉬멜로] 사건이 있었다. 유명 방송인의 이름을 빌어 번역대필이 이뤄진 사기 사건이다. 그 뒤를 이어 잘나가는 방송인 겸 화가인 한젬마의 작품 역시 대필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은 스타마케팅에 의존해서 쉬운 성공을 꾀하는 출판계의 병리적 상업주의가 낳은 결과였다. 지금 한국 문학계에서 소설을 제외하면 발표되는 전체 작품의 50% 이상이 대필이라고 한다. 한때 정치인이나 재계인사들이 쓴 자서전이나 작품들에만 은밀히 이뤄지던 대필관행이 수필, 동화에서도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러한 표절왕국 대한민국의 중심에 [즐거운 광수]가 있었다. 그의 시집 [야하디 얄라숑]에 실린 ‘말(言)에 대하여’가 홍대 재직시절 제자가 학보에 낸 시를 무단으로 도용한 것이라 하여 제자로부터 고발당한 것이다. 그 시 뿐 아니라 같은 시집에 실린 [바이올린]은 한 주부가 평가를 부탁한 시를 대충 바꿔 자기 시처럼 실었다고 한다. 이로써 그는 [즐거운 사라]이후 다시 한 번 징계위에 회부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번에는 인텔리의 위선을 꼬집는다는 그때의 손꼽만한 명분마저도 찾아보기 힘든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본인 말로도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는데 “(고발한 제자에 대해)배신감을 느낀다“는 사족을 달아서 양심의 실종 현상을 보여준 것이 압권이었다.


문학계는 이 사건을 [창작의 진정성이 죽은 날]로 삼았고 90년대의 자유인(?) 마광수는 [문약한 지성의 비굴한 자유]로서 다시 2000년대의 시대정신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표절은 지식 도적질이다! 표절의 영어 표현들을 보더라도 盜作, 위작을 뜻하는 plagiarism, 해적질, 무면허/무허가 영업을 의미하는 piracy, 절도, 도용을 뜻하는 crib, 절취를 의미하는 abstraction 등 어느 한 단어에서도 범죄를 뜻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패러디라는 이름으로 표절과의 아찔한 경계를 넘나드는 방송인들, 자기표절에 해당하는 자기노래 립싱크를 넘어 타인노래의 립싱크, 그리고 가수 바꿔치기까지 이뤄지는 음악계, 이미지 차용에다 번역에서 창작 대필까지 만연하는 문학계, 자기표절, 논문표절의 선을 넘어 지도교수와 학생이 공모하는 논문대리 작성이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는 학계까지 범죄를 범죄인지 조차 모르고 자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걸리면 재수없다고 하고 고발당하면 배신감을 느낀다고 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 그 시대정신을 마광수 교수에서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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