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 쉬고 있는 묵언의 표정들
언젠가 말한 바 있는 문단 대원로시인이 나더러 시를 쓰는데 국어사전을 몇 번이나 읽었느냐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사실 국어사전이 인기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엑션 만화도 아닌데 이걸 몇 번씩이나 읽었느냐고?
아니다. 그런 일 이후 3개월도 안되어 원고 청탁을 받고 신작시를 쓰는데 웬걸, 우선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유는 언어가 부족했던 것이다. 지난 습작기에 썼던 단어만 생각날 뿐 도무지 새롭고 참신한 말은 꽉 막혀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장 교보문고 달려가서 국어사전, 이것도 출판사가 다른 것을 3권 구입해서 안방에, 마루에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던져두고 틈나는 대로 무작위로 펼쳐서 그 낱말의 묘미에 흡인되면서 언어훈련을 했던 것이다.
아아, 그 어른의 말이 맞구나. 시인은 오로지 언어에 대한 깊은 감응과 응용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어 그날 이후에는 국어사전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필요하다가고 생각되는 사전을 구입하고 시와 산문 등 집필할 때에는 항상 옆에 두고 참고했던 기억이 새롭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핸드폰에서도 사전이 입력되어 있어서 시간이나 장소를 불문하고 어려운 단어나 특히 한자어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문학은, 특히 시는 언어의 예술임을 절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시로 모아본 사전류는 다음과 같다. 사실 글쓰기에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보고임에 틀림없다.
우리말 갈래사전(박용수). 한길사. 우리말 깨달음사전(조현용). 하늘연못
우리말 분류사전 상하.(남영신). 한강문화사. 우리말 상소리사전(정태륭). 프리미엄북스
우리말 활용사전(조항범). 예담 좋은말사전(경동호). 지문사
띄어쓰기사전(이선구). 국어닷컴 겨레말 갈래큰사전(박용수). 서울대출판부
겨레말 용레사전(박용수). 서울대출판부
민족생활어사전(이종훈). 한길사. 중국고사성어사전(이원수). 문화출판공사
철학소사전(김성휘 옮김) 이문출한사 시학사전(이정일) 신원
문학상징사전(이승훈) 교려원 한국문예사전(편집부). 어문각
한국속담사전(최근학). 문화출판공사 유머사전(최성호). 문학마을
한국수수께끼사전(김성배). 집문당 외래어사전. 한국교열기자협회 편
문학용어서전(최상규 옮김). 보성출판사 문학비평용어사전(김윤식). 일지사
세계문학비평용어사전(이명섭). 을유문화사 시의 사전(김희보) 종로서적
세계문예대사전(문덕수). 교육출판사 문학용어사전. 청어출판사
국어국문학사전 상하. 한국사전연구사 한국근대문인대사전(궝영민). 아세아문화사
한국현대문인대사전 상하.(권영민). 아세아문화사 문학사전(문무학). 이상사
민족문화대사전 상하.(김용덕). 청솔 한국현대시대사전. 을지출판공사
문장백과대사전(이어령). 금성출판사. 한국문학사전. 예술원
금성 국어대사전. 금성출판사 뉴에이스 국어사전. 금성교과서주
동아신콘사이스 국어사전. 동아출판사 엘리트 영한소사전. 시사영어사
에센스 영한사전. 민중서림 뉴에이지 영한사전. 교학사
신한영소사전. 민중서관 신한영소사전. (주)동아
실용한자소사전 . 교학사 漢韓大字典. 민중서림
일찍이 이어령 교수는 사전이란 언어의 시체들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라고 했다. 결국 활용하지 않으면 그냥 어둠 소게 묻혀있는 언어들의 시체일 뿐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진리란 사전에 적혀 있지 않다. 참되 예술가는 언제나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새 말을 발견하기 위해 고심한다고 했다.
사전에는 두 가지 용법이 있다. 국어, 영어사전과 같이 어휘를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표기법, 발음, 어원, 의미, 용법 따위를 설명한 책을 말하는 사전(辭典)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사물이나 사항을 나타내는 말을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그 각각에 해설을 붙인 책을 말하는 사전(事典)이 있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 우리 글쟁이들은 필수적인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다른 말로 사서(辭書), 사림(辭林), 어전(語典)이라는 말로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시를 창작하면서도 수필이나 칼럼도 청탁을 많이 받는 편이라서 어쩔 수 없이 평소에 소양(素養)이 부족해서 다채로운 사전의 신세를 많이 지는 편이다. 거기 캄캄한 어둠 속에서 쉬고 있는 말들을 깨워서 나의 목적 달성에 협조를 구하고 동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듯한 <잡학사전>도 나는 보물로 다루면서 항상 그의 박식(博識)한 설명에 경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 향토별로 전해지는 <각 지역별 방언사전>은 아직 갖지 못해서 아쉬울 때도 있었다.
옛날에는 영어 단어를 외운다고 치부책 같은 작은 종이책에 깨알처럼 빽빽하게 메모를 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틈나는대로 꺼내어 읽었던 기억은 영어사전을 통째로 지니고 다니기가 불편하니까 이런 방법도 통용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리라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