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E는 성찰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참여 주체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선입견, 개인사, 트라우마를 비롯한 심리적 영향, 신념, 이론들이 내담자를 대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혹은 상담자가 미처 깨닫지도 못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담(돌봄)과정에서의 모습에 대해 함께 살펴봄으로, 참여자가 다양한 ‘객관’을 경험하게 하고, 이를 수용적으로 검토하고 참고하며 자기 성찰과 성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므로 CPE에서 특정한 심리학 이론이나, 이념, 종교적 주장 등을 이 프로그램의 전제적인 조건 내지는 바탕으로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어떤 현상을 인지할 때, 그것이 사람인 경우, 그 현상과 관련한 심리학 이론을 연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관찰이 그런 이론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론들은 다만 참고적으로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지, 그 이론적인 전제에 갖혀서 해당 인의 자기 이해를 외부에서 규정하고 들어가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CPE의 중요한 내적인 두 가지 요소는 그래서 관찰과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찰은 우선 최대한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려 하여도, 인간은 청정하게 순수한 관찰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선입견을 배재하고 있는 그대로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관찰’을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관찰한 내용을 메모하고 서술해 보는 것과 이러한 관찰을 발표하는 것은 내가 주로 어떤 것을 발견하는지, 어떤 것들이 내 눈에 잘 보이는지 등을 체크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것을 언어적으로 표현해 보는 것은 내가 발견한 것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표현의 문제를 또한 다루게 됩니다. 이는 개념화를 훈련하고, 다양한 언어적 표현의 전달되는 의미의 미세한 차이까지 달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돌봄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훈련이 됩니다. 상처를 입었거나 위기적인 상황에 있는 사람일수록 상담자의 표현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개념들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느끼거나 발견한 것을 언어적으로 자꾸 표현해 보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나 느낌을 들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는 내가 하는 말과 행동, 표정 등이 어떤 느낌을 불러일으키는지 특별하게 친밀하지 않으면 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돌봄 전문가나 상담사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과 느낌을 갖게 하는지 인지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CPE에서는 그런 경험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위해 CPE 진행 시 필요한 몇 가지 조치들이 있습니다.
1. I-Message 사용 – CPE에서는 언제나 ‘나는 ~ 라고 느껴집니다.’, ‘나는 ~ 라고 생각합니다.’ 라는 I-message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규칙은 내가 하는 피드백이 ‘나의 느낌’과 ‘나의 생각’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즉 이는 진리가 아니며, 틀릴 수 있으며,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금 여기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특히 동료들의 발표내용이나, 교육기간 중 보여준 모습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 이런 I-message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I-message를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의 생각을 과도하게 확장해 나가는 것을 제한하는 것과, 불필요한 상상과 규정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2. 자신에 대한 피드백에 대한 반론과 부연 설명 금지 – CPE에서는 참여자들의 자유롭고 솔직한 피드백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고, 나에 대해 잘 모를뿐만 아니라, 해당되는 상황과 문맥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피드백은 언제나 오해와 추측, 선입견이 섞여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듣기에 자신이 보인 모습에 의해 상대방이 갖게 되는 느낌과 감정, 생각(추측)들은 정확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의견이나 느낌을 ‘타인’들은 항상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 ‘사회생활’에서는 예의 바른 것이고, 신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말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나 CPE 참여자들은 돌봄가, 상담가로서의 전문성을 고양하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보이는 모습과 그 모습 관련된 느낌과 감정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언하는 사람의 내적 역동이나 선입견, 가치관, 신념 등이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는 그 발언자의 중요한 한 ‘모습’으로 동료들에 의해 파악되게 될 것입니다. CPE 과정 중에 다른 동료들이 자신에 대해 한 피드백에 대한 논쟁과 토론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토론과 논쟁은 이후 교육과정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CPE에 임하면서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견디지 못하거나, 심한 내적 역동을 경험하는 분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신의 내적 이슈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동료들은 이러한 모습도 발견해 주어야 합니다. 간혹 동료들의 피드백에 대해 부연설명이나 반론등을 장황하게 펼치는 분들, 혹은 강한 반감이나 불편함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일단 이런 훈련에 참여해본 경험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으며, 그 외에, 오해받는 것, 타인의 눈에 자신이 노출되는 것, 자기 이외의 시각에 대한 거부감, 낯선 것(타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나 경험, 트라우마 등과 관련된 내적 역동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