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거저먹을 수 있는 게 많았다. 해삼, 미역, 고둥 등... 그 당시 돌미역 양식을 하려고 작은 돌섬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기도 했다. 파도가 치는 날엔 양식 돌미역들이 떠밀려올 때가 있었다. 미역 포기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고 쭉 잡아당겨 물기를 빼고 돌돌 말면 한 입에 쏙 들어갔다. 짭조름 오독오독 미끈미끈. 우리가 사 먹는 기다란 건미역은 이런 미역 수십 포기를 포개 말린 것이다.
바위와 모래 그리고 해조류가 있는 곳이 해삼이 좋아하는 곳이다. 해조류는 해삼들의 먹이도 되고 휴식처도 제공한다. 해삼은 모래 속에 있는 각종 찌꺼기들을 먹어 바다 정화작업도 한다. 해삼들은 낮엔 물속 그늘진 곳에 있어 잘 안 보이지만 새벽에 가보면 다 해조류 위에 올라와 있었다. 어느 날인가 해삼이 엄청 많이 잡혔다. 짭조름 오독 미끈한 해삼은 대개 회로 먹었다. 그날은 회로 먹고 남은 걸 말리기로 했다; 건해삼이란 말은 들어본 적이 있으니까. 말린답시고 나뭇가지에 걸어 놓기도 하고 바위 위에 널어놓기도 했다. 햇볕이 다 해주겠지 하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 한숨 자고 해삼을 걷으러 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뱀껍질 말라비틀어진 것처럼 나뭇가지에 척 늘어져 있거나 돌이끼처럼 바위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중국요리에서 본 해삼을 기대하고 말렸는데 다 버렸다.
살던 집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무주[無主]해삼밭이 있어서 가끔 갔다 동틀 무렵에 양동이 하나 들고 집을 나섰다. 동살이 뻗친 후에 가면 해삼은 다 물속으로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었다. 처음 갔을 땐 바로 눈앞에 있는 고구마 만한 해삼도 안 보였다. 얼룩덜룩한 해삼의 색깔이 주변환경과 비슷해 일종의 보호색 역할을 하는듯 했다. 해삼잡이를 자주 가다 보니 나중엔 콩알만한 것까지 다 보였다.
첫댓글 동살에서 동은 크다는 뜻 : 동둑, 동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