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은 어머니 태어나신 외갓집 마을
어린 우리 형제에게 꿈처럼 다정한 곳
외삼촌과 이모들의 밤은 비파나무 아래 내리고
시집가신 이모님 집이 바닷가 샘물 곁
그 마당에 꽃모종 같이 여리던 사촌들
어울려서 긴 여름을 바다와 놀았다
금 모래밭에 맑은 물 솟아 두 개의 은 빛 호수
밤이면 먼 듯 가까운 듯 파도가 자장가를 들려주며
잠들 때 까지 집을 안아 요람처럼 흔들다가
날 밝아 아침이면 햇살 안고 일렁이며
밀려오던 그 너른 금빛 바다
물속에서 놀다가 따뜻한 모래에 누워 쉬다가
문득 고개 들고 산방산을 가리키는 어린 사촌
크고 통통한 쥐 한마리 앉아있다며 잘 보라고
정말 산방산은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온 푸른 쥐
바라보며 함께 웃던 그 때 어린 사촌들
빛나던 모래밭에서 바람에 그을리던 유연한 사지들
화순항이 되면서 모래밭은 검고 딱딱하게 포장되고
하역하러 큰 배들이 접안하면서 갈앉는 검은 타르
솟아나던 물길은 어디로 돌려졌나 숨어버린 두 개의 호수
쇠 파이프와 아스팔트에 무참히 점령당한 금모래밭
낯선 새 풍경에 아픈 가슴 눈물 지으며 돌아서는데
멀리 큰 쥐로 푸르게 앉은 산방산이 눈으로 들면서
바다 소리는 어린 사촌들의 목소리로 밀려오는 듯
사라진 꿈들이 아직도 살아서 일렁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