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문고리 잡는 AI 문장을 맹신하는 사람들②
《⑦Tipster》#260613 경험치가 믿음의 깊이다
by여유시간
Jun 13. 2026
AI라는 말이 세상에 나온 지 채 70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이 일상에서 직접 써보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 전이다.
그런데 많은 초보자들은 이 짧은 기간 만에 이 기계가 내놓는 문장을 절대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현장에서 인간과 직접 부딪히며 다듬어온 85년간 경험치 앞에서, AI의 데이터는 짜깁기된 얄팍한 지식으로 보일 때가 많은데도 말이다.
기계의 매끄러운 말투에 기대어 사유의 주도권을 통째로 넘겨버리는 글쓰기 모습은 종종 위태롭게 보인다. AI가 어떤 부분에서는 나보다 30배 이상 우수하지만, 흐름을 맡기고 맹신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AI는 말을 많이 한다.
장님이 문고리를 더듬다가 어쩌다 한 번 잡히는 것처럼, AI도 말을 쏟아내다 보면 가끔 맞아떨어지는 게 있다.
그 우연을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게 초보들이다.
어제 마주한 AI와의 대화도 그랬다.
자신이 틀렸다는 게 분명한데도 끝까지 고집했다.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면 1분이면 끝날 일이었는데, AI가 권위를 지키려다 보니 대화가 한참 길어졌다.
결국 명확한 증거를 보여주자 "우겨서 미안하다"라고 했지만, 그 시간은 이미 흘러간 뒤였다.
AI는 모르는 것에 왜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특히 '나르시시스트' 같다는 말 앞에서 유난히 발끈하는 경우를 본다.
짐작해 보면, 오류를 감추고 그럴듯한 답을 내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의 한계 인듯하다.
AI 자체도 모르는 것을 그럴듯한 문장으로 포장하는 습성이 있으니, 그걸 쓰는 사람도 비슷한 태도를 닮아가는 것 같다.
AI는 잘 쓰는 사람에게는 좋은 도구지만, 맹신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시간을 갉아먹는 덫이 될 수 있다.
진짜 협업은 각자의 강점을 더하는 것이지, 무지를 감추는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모르는 걸 솔직히 인정하는 협업자의 태도 — 그것이 기계를 협업 도구로 쓰면서도 주체성을 지키는 바른 길이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람과 관계를 관찰하며 실용인문학을 탐구합니다. 자신을 잃어버린 에코이스트가 주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나눕니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