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삶의 가치를 시의 길에서
모든 시가 감정을 표현하는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시는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을 탐문하며, 삶과 문학세계의 본질을 다시 묻는 정신의 행위가 된다. 신재미의 시집 『거미줄 위를 걷는 여자』가 바로 그러하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단순한 서정의 토로가 아니다. 시인은 상처와 고독, 침묵과 불안을 통과하면서도 끝내 시의 의미를 놓지 않으려는 존재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의 언어는 화려한 수사보다 절제된 사유를 통해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래서 독자는 시를 읽는 동안 단지 문장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존재의 내면과 조용히 대면하게 된다.
특히 표제작 「거미줄 위를 걷는 여자」는 연약함과 위태로움 속에서도 문학을 지속하려는 인간 존재의 조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거미줄은 쉽게 끊어질 듯 연약하지만, 동시에 세계를 지탱하는 미세한 질서의 은유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 위를 걸어가는 존재의 형상을 통해 불안 속에서도 끝내 문학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 정신의 힘을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정신의 회복을 이끄는 존재론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연둣빛 나무와 새의 노래, 바람과 빛의 이미지들은 메마른 내면에 다시 생명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해발 0m 가슴의 산지에서만 자라는 꿈”이라는 표현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비로소 희망이 움튼다는 사실을 인상 깊게 환기한다.
무엇보다 신재미의 시가 지닌 미덕은 삶의 균열을 외면하지 않는 정직함에 있다. 그는 상처를 미화하거나 절망에 함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틈 속에서 다시 사랑과 창조의 가능성을 길어 올린다. 이러한 태도는 경쟁과 속도가 삶의 가치를 압도하는 오늘의 시대에 더욱 귀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거미줄 위를 걷는 여자』는 한 인간이 존재의 폐허를 지나 어떻게 다시 자기 삶의 의미를 회복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깊이 있는 시집이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오래 잊고 지냈던 슈퍼에고(superego)가 살아 숨쉬는 영혼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시집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 문화 큐레이터 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