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복어와 작은 새우의 집
산호초가 화려하게 물든 깊은 바닷속, 가시복어 한 마리가 잔뜩 웅크린 채 외로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가시복어는 놀라거나 위협을 느끼면 몸을 공처럼 둥글게 부풀려 온몸에 숨겨진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들을 사방으로 뻗쳐 올리는 독특한 본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호 마을의 다른 물고기들은 그 뾰족한 가시를 무서워하며 가시복어를 멀리했습니다.
"저리 가! 곁에 다가왔다가 그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알록달록한 돔들과 나비고기들이 차갑게 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시복어는 커다란 눈망울에 슬픔을 가득 머금었습니다. 남에게 상처를 줄까 봐 지느러미마저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가시복어는 결국 자신의 뾰족함이 원망스러워 깊은 바위 틈새에 혼자 숨어 지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산호 마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거대한 이빨과 사나운 눈매를 가진 바다의 맹수, 쏠배감펭이 나타난 것입니다.
"크르르, 오늘 점심은 아주 푸짐하겠구나!"
갑작스러운 맹수의 등장에 작은 물고기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그 혼비백산한 현장 한가운데, 몸이 투명하고 유약한 작은 투명새우 한 마리가 도망칠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겁에 질린 새우는 옴짝달싹도 못 한 채 바닥에 웅크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쏠배감펭이 무시무시한 입을 벌리며 투명새우를 향해 전속력으로 내닫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안 돼!"
바위 뒤에 숨어 있던 가시복어가 망설임 없이 투명새우의 앞으로 헤엄쳐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온몸의 숨을 깊이 들이마셔 자신의 몸을 평소의 몇 배나 크게 부풀려 올렸습니다.
솟구쳐라— 슉!
가시복어의 몸표면 전체에서 무수히 많은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들이 일제히 돋아났습니다. 가시복어는 거칠고 단단한 가시 장막으로 투명새우의 온몸을 포근하게 품어 감싸 안았습니다.
투명새우를 한 입에 삼키려던 쏠배감펭은 눈앞을 가로막은 무시무시한 가시 뭉치를 보고 흠칫 놀라 멈춰 섰습니다. 뾰족한 가시 끝에 입술을 살짝 찍힌 쏠배감펭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불쾌하다는 듯 꼬리를 치고 멀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맹수가 사라지고 바다에 다시 고요가 찾아오자, 가시복어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몸을 원래대로 줄였습니다. 날카로웠던 가시들도 다시 몸 표면으로 부드럽게 누웠습니다.
가시복어의 품 안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투명새우는 커다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가시복어의 지느러미를 꼭 잡았습니다.
"가시복어야, 정말 고마워! 네가 만들어준 가시 울타리가 아니었다면 난 꼼짝없이 잡혀먹혔을 거야. 네 가시는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안전한 보금자리였어."
투명새우의 진심 어린 고백에 가시복어의 가슴속으로 따스한 온기가 밀려왔습니다.
남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늘 부끄러워하고 슬퍼했던 자신의 뾰족함이, 누군가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하고 보호하기 위한 용기로 쓰일 때는 세상을 지키는 가장 강인하고 거룩한 방패가 되어준 것입니다.
그날 이후 가시복어는 더 이상 자신의 가시를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날카로움 속에 다정한 마음을 품은 채, 작고 약한 바다 친구들의 미소를 지켜주는 든든한 파수꾼으로 함께 살아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