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두번째이야기 "인도인의 점심을 책입지는 신속 정확한 다바왈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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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준비 중인 다바왈라. <자료원: KOTRA 뭄바이 무역관> |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직장인들은 매일같이 똑같은 고민에 빠진다. 바로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이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뭄바이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점심시간에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먹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도 고민할 필요 없다. 가벼운 손으로 출근했어도 인도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집에서 만든 따뜻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바로 인도의 도시락 배달부 ‘다바왈라(Dabbawala)’ 덕분이다.
뭄바이 시내에서는 점심시간에 하얀 토피(Topee, 인도 전통모자)를 쓴 사내들이 자전거나 수레에 많은 통을 싣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이 바로 ‘다바왈라’이다. 다바왈라는 말 그대로 ‘다바(dabba, 도시락)+왈라(wala, 일하는 사람)’의 합성어로 도시락 배달부라는 뜻이다. 이들은 도시락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집에서 만든 음식을 직장으로 배달해준다. 이 시스템은 100여 년에 걸쳐 뭄바이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매일 약 5,000명의 다바왈라가 20만 개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점심값이 부담스럽고 집밥이 그리운 직장인들에게 다바왈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영화 '런치박스'의 한 장면. 가정에서 점심 도시락을 준비 중이다. <출처: 영화 [런치 박스](2014)>
다바왈라는 약 125년 전 뭄바이에서 시작됐다. 빠른 속도로 상업이 발전하던 뭄바이에서는 회사와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교통은 불편하고, 점심을 때울 만한 식당도 드물어, 직장인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파라시 은행(Parasi Bank)의 한 은행원이 하인에게 집에서 만든 음식으로 싼 도시락을 사무실로 가져오게 했다. 이 아이디어가 다바왈라의 시초가 됐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시도됐으나 마하데오 하와즈 밧체(Mahadeo Havaji Bachche)가 100여 명의 직원과 함께 팀 배달 형식의 점심 배달서비스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다바왈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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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해온 도시락을 배달 지역별로 구분 중인 다바왈라. <자료원: KOTRA 뭄바이 무역관> |
인도에 한 번쯤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도’ 하면 인도인들의 느릿느릿한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신속함을 추구하는 한국인들과 달리, 인도인들은 심지어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느리게 대처하거나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다바왈라 시스템은 인도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다바왈라 시스템은 600만 건 중 단 한 건 정도의 실수만 발생할 정도로 정확성을 자랑한다. 여러 소그룹으로 구분돼 있고, 각각의 그룹에 책임자가 있는 다바왈라의 고유한 시스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다바왈라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운영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에 다바왈라들은 각 지역의 가정에서 20만 개의 도시락을 수거한다. 이 도시락들을 가까운 기차역으로 모아 플랫폼에서 다시 도착지별로 구분해 11시쯤 기차에 싣는다. 모든 도시락의 겉에는 목적지와 우선순위별로 색깔, 숫자, 알파벳 등으로 이뤄진 코드가 표시되어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한 번 더 분류해서 자전거나 손수레를 이용해 사무실까지 도시락을 배달한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바왈라들은 빈 도시락들을 챙겨 오후 6시쯤 모든 도시락이 가정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100년 넘게 다져온 다바왈라 시스템은 저렴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휴대전화 문자와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오늘날 더욱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다바왈라들은 단순하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대의 여느 글로벌 기업들 못지 않은 조직력과 시스템을 자랑한다. 다바왈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우리 기업들이 인도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성공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바왈라의 배달 시스템. <자료원: KOTRA 뭄바이 무역관>
인적·정적 유대에 기반한 다바왈라 시스템, 세계가 주목하다
다바왈라 시스템의 신속함과 정확성 때문에 코카콜라, 다임러 같은 세계적 기업들도 다바왈라의 마케팅 아이디어를 배우기 위해 초청 강연을 요청하고 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일류 기업들이 다바왈라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바왈라는 첨단 기술, 전문 지식 등 요즘 시대에 요구되는 사항들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 다바왈라 중에는 심지어 문맹인 사람도 있어 코드에 의존해 소통이 이뤄진다. 하지만 다바왈라는 혈연과 지연으로 뭉친 조직 문화와 정보 체계를 바탕으로 뭄바이 근처 푸네 지역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히며 100여 년간 명맥을 유지해올 정도로 어느 기업보다 강한 책임감과 조직력을 갖췄다. 다바왈라는 영업권을 획득한 여느 자영업자들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동료를 받아들이기 전에 다바왈라가 될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간 개념, 체력 등의 조건을 검증한 뒤 서로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일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의존하고 신뢰하는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강한 조직문화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다바왈라를 모델로, 기술 없이 인간의 노동력만으로 운영되는 조직 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다바왈라는 여러 학문과 현대 기업들에게 모범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어느 기업의 강연에서 한 다바왈라는 말했다. “우리는 프로세스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산정한 식스 시그마(고객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실행하는 21세기 기업경영 전략)에 대해 알지 못한다. 4시그마이건 6시그마이건 8시그마이건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5,000명의 우리 다바왈라와 20만 명의 고객을 잘 돌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고객을 잃는 것은 우리 사업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들이 왜 100여 년 동안 사랑을 받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영화 '런치박스'의 한 장면. 직장에서 다바왈라가 가져다 준 도시락을 펼쳐 놓고 있다. <출처: 영화 [런치 박스](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