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생선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텐데요. 오늘은 생선회를 구별하는 방법에 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제가 생선회 구별 방법과 관련하여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하여 설명하겠지만, 그 전에 자료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느낀 점은 생선회를 구별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선명한 사진'과 '설명'인데 이 부분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초심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아마 이 글을 유심히 읽는다면, 이다음에 횟집에서 지인을 상대로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줄 믿습니다. ^^;
조피볼락(우럭)과 넙치(광어)의 대량 양식이 이뤄졌던 80년대 중반부터 우리 국민들에게 생선회는 또하나의 주목 받는 외식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것은 소득 수준의 향상 뿐 아니라 생선회가 건강에 좋은 웰빙 식품이라는 인식으로 그 소비량이 매년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 고기보다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이유는 "생선 회는 비싸다"라는 인식과 함께 "생선회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초고추장과 소주가 곁들여지는 생선회 문화다 보니 그리 심도있는 미각을 논할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일본처럼 혀 끝으로 고소한 맛을 느끼는 "붉은 살 생선" 선호도가 아닌 씹힘성이 좋은 "흰 살 생선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선회 문화가 발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유통과정"에 의한 부담스러운 가격이 소비자에게 전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일부 업소들이 각종 편법(원산지, 어종, 무게 속임)을 써오기도 했으며 지금도 규모 있는 수산물 시장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속지 않으려면 "아는 것이 힘" 입니다만, 생선회와 관련한 전문 정보가 부실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생선회 이야기 중 일부로 "생선회를 구별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어종이 가지는 특색을 알아 놓았다가 그 맛을 음미해 본다면, 생선회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듬회에서 나오는 생선회 명칭 알고 드시나요?
대부분은 횟감의 종류를 모르고 먹거나 딱히 종류를 구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아했던 것은 우리나라 국민이 쇠고기의 등급과 부위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생선회 종류나 부위에 대해서는 육고기만큼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왠만한 정육점에서는 쇠고기 원산지나 부위를 속여파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물론, 지금도 어디선가 속여 파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 과연 수산물 만큼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에는 수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나아졌다지만, 그래도 불신은 여전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생선회 문화를 한층 더 끌어 올리려면 국민의 관심도 필요하겠고 그만큼 수산물 정보도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모듬회가 나오면 각각의 어종을 알아뒀다가 먹을 때 맛을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그랬을 때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각 어종이 가지는 고유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내용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접하는 생선회를 중심으로 설명할까 합니다.
위의 사진의 생선회는 좌우 대칭으로 코디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어종별 명칭을 참고하세요.
1번 : 점성어(홍민어)뱃살
2번 : 도미(참돔)숙회인데 일반적으로 도미 마스까와라고 불린다.
3번 : 넙치(광어)
4번 : 농어
5번 : 넙치(광어) 지느러미살인데 일반적으로 엔가와 혹은 엔삐라로 불린다. (가급적 한국말 사용하자.)
6번 : 연어
7번 : 전복
8번 : 황새치
9번 : 조피볼락(우럭)
우럭회(좌), 광어회(우)
#. 조피볼락과 넙치
흔히 우럭과 광어라 불리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대표적인 국민 횟감입니다.
동네 횟집에서 모듬회를 시키더라도 우럭, 광어가 가장 많은데요. 이것을 구별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일단 이 둘은 대표적인 흰 살 생선이지만, 우럭은 검은 표피가 붙어있는 게 특징이고 광어는 희고 윤기가 있는 살점위에 희미하게 연분홍색 혈합육이 빗살 무늬처럼 그어져 있습니다. 광어의 연분홍 살점은 아주 연해서 희끄무리한 편이며, 크면 클 수록 그 색깔은 도미처럼 진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횟집에서 먹는 광어는 1Kg 전후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은 위 사진처럼 연한 분홍색을 띄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럭과 광어회의 특징 잘 알아두셨다가 각각의 맛의 차이가 어떠한 지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2번 도미 숙회(좌), 1번 점성어 뱃살(우)
#. 도미와 점성어
도미는 "도미과 어류"를 통칭하는 말로 참돔과 감성돔, 황돔이 여기에 속하지만, 우리가 횟집에서 "도미"라고 메뉴에 써붙인 것은 거의 대부분 "양식 참돔"을 말합니다. 좌측은 도미 숙회로 껍질채 썰어서 뜨거운 물을 붓거나 토치로 살짝 익혀서 낸 것이고, 우측의 점성어 뱃살은 99% 중국산 양식으로 단가가 싸며 한때 말라카이트그린 등의 유해 성분이 검출된 전례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어떤지 알 수 없음)
점성어의 표준명은 홍민어인데 이것을 "민어"로 속이거나 "도미회"로 둔갑해 팔리기도 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위 사진에서 도미를 숙회(마스까와)로 처리하지 않고 그냥 냈다면 과연 회의 때깔만으로 구분이 가능할까요? 일반 손님이라면 구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칼로 긁은 자국(녹색)과 힘줄(붉은색)
사실 점성어의 적색 혈합육은 참돔보다 진해 판별이 가능할만한데도 어려운 이유는 조리사가 칼로 혈합육을 긁어서 연하게 만드는 잔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녹색 화살표를 보면 칼로 긁어서 혈합육을 일부 제거한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테크닉(?) 구사로 인해 사실상 도미회와 점성어회의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하얀 힘줄(적색 화살표)이 보이죠?
이 힘줄이 도미보다 뚜렷하기 때문에 이걸로 구분이 어느 정도 되고 있으며 회를 집어 양손으로 잡아 당겨보면 도미는 쉽게 찢어지는데 비해 점성어는 고무줄 같은 탄력을 가져 쉽게 찢어지지 않습니다. 씹힘에 있어서도 이 둘은 차이가 있습니다.
참돔은 입에 넣고 몇 번 씹으면 목구멍으로 스르륵 넘어가지만, 점성어는 다소 질기므로 질겅거리는 식감에 입안에서 맴도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낚시로 잡은 숭어회
심지어 숭어를 도미라고 속이는 업체도 발각되었는데 숭어의 적색육은 앞서 소개한 도미나 점성어보다 더 빨갛고 진하므로 육안으로 충분히 구별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숭어나 점성어를 도미로 둔갑해서 파는 이유는 역시 단가가 저렴해서 입니다.
양식 참돔 한 마리 가격이면 숭어나 점성어를 더 많이 살 수 있습니다. 또한, 크기도 커서 살점도 많이 나옵니다. 업소에서는 몇 배의 이득을 볼 수 있겠죠.
A업소의 광어회(좌), B업소의 광어회(우)
#. 넙치(광어)회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생선회가 바로 광어인데요. 전체 생선회 중 광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53.1%, 우럭은 16.9%로 조사되었습니다. 그 다음 참돔(도미)이 9.3%으로 그만큼 광어는 한국인의 대표횟감으로 손색 없는 대중적인 횟감입니다. 이 광어회를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 달라보여서 혼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희고 윤기가 흐르는 살점 위에 아주 엷은 분홍빛이 흐른다는 점이 광어회의 특징입니다. B업소 처럼 두툼하게 썰어낸 경우 저렇게 단면에 흰 심줄이 보이는데 이것이 씹힘성을 좋게하는 근간이 됩니다.
대체로 우럭의 씹힘성이 광어보단 한 수 위지만, 둘 다 크기가 크면 클수록 지방층이 두터워져 씹을수록 고소하고 차진 맛을 느끼게 됩니다. 광어는 부위 별로 맛이 다르고 성장에 따라 다르며 개우럭(50cm이상의 큰 우럭)보다 대광어(60cm이상 큰 광어) 구하는 게 더 쉬워서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어종이기도 하지요.
A업소의 농어회(좌측), B사의 농어회(우측)
#. 농어회
위 사진만 놓고본다면 이것이 같은 농어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신 농어의 특징만 알아둔다면 다른 회들과 구별이 쉬운 편입니다.
우선 농어회를 육안으로 볼 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검은 실핏줄이 미세하게 퍼져있는 것입니다.
A업소의 농어회는 등살이며, B업소의 농어회 사진 중 맨아래 살점은 광어회니 참고하시고, 위 3개의 살점은 농어를 두껍게 썰었을 때의 모양인데 희고 윤기나는 광어와 달리 탁하고 불투명한 흰살에 거뭇거뭇한 것이 특징입니다.
낚시로 잡은 50cm급 자연산 농어(노란선 표시)
하지만 자연산 농어는 검은 실핏줄은 별로 없으며 희고 윤기가 난다는 점에서 양식 농어와 구별됩니다.
자연산 농어를 드실 땐 이러한 특징을 잘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다만, 아무리 자연산 농어라도 수조에 오랫동안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 경우 소위 살점에 '피멍'이 든다하여 검은 실핏줄이 엄청나게 많이 퍼지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이 경우 자연산 농어라 하더라도 그 맛과 의미가 퇴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거면 차라리 온전한 상태의 양식 농어가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죠.
이곳은 제가 개인적으로 즐겨 이용하는 횟집의 회입니다. 1번은 광어, 2번은 농어등살, 3번은 광어 지느러미살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번 광어회는 위에 소개한 광어와 때깔이 다릅니다. 연한 분홍색 혈합육이 마치 도미처럼 선명하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이유는 대광어이기 때문입니다. 광어와 도미는 크면 클수록 혈합육이 선명하며 양식보다 자연산이 좀 더 선명합니다.
2번은 농어의 등살 부위인데 아주 두툼하고 거뭇거뭇해 한눈에 봐도 적잖은 사이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약 3.5kg짜리였음)
3번은 광어 지느러미 살인데 아래 사진을 보고 설명 드릴께요.
A업소의 광어 지느러미살, B업소의 광어지느러미살
광어 지느러미살은 일어명으로 엔가와 혹은 엔삐라(방언)로 불리며 운동량이 많은 지느러미에 붙은 근육입니다. 맛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하며 지방이 가장 많은 부위죠. 혹자는 이것이 느끼해 싫어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광어회를 먹을 때 보통은 A업소처럼 나올겁니다. 광어 지느러미(엔가와)만을 세로로 썰어내 길게 뽑아냈죠. 그런데 B업소는 가로로 썰어내 광어살(파란색)과 지느러미(붉은색)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치 삼겹살의 살코기와 지방이 함께 조화를 이룬것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썰면 지느러미살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좋습니다. 반대로 지느러미살 고유의 맛을 느끼는 데는 단점이 되겠죠.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 정답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모듬 회를 준비했습니다. 이것을 전부 알아 맞추면 당신은 생선회 고수 ^^*
1번 : 참돔 뱃살 (아주 고소합니다.)
2번 : 참돔 등살 (아주 담백합니다.)
3번 : 광어 지느러미살과 함께 썰어낸 광어회 (깔끔하고 고소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4번 : 광어회 (깔끔하고 담백합니다.)
5번 : 참돔 등살 숙회 (껍질의 쫄깃함이 살아있어 씹힘성이 좋습니다.)
6번 : 참돔 뱃살 숙회 (등살과 뱃살의 차이는 껍질의 색으로 구분 가능합니다. 쫄깃하면서 고소합니다.)
7번 : 사진에 표시하진 않았지만 전복위에 있는 붉은살 4점은 참치대뱃살(오도로)입니다. 정말 혓바닥이 행복해합니다. ㅎㅎ
#. 마치며..
이것으로 생선회를 구별하는 방법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사진 상에는 조명이 어둡거나 색이 있어 100% 회 고유의 색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제 사진과 설명으로 어느 정도 이해하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먹는 모듬회는 대부분 우럭, 광어, 도미, 농어가 차지합니다. 그러므로 최소 이 네 가지를 정확하게 판별할 줄 안다면, 그 어종이 가지는 고유의 맛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겠죠? 여기에 더하여 이들 어종으로 둔갑한 싸구려 횟감(틸라피아나 점성어 등)을 분별할 능력도 생길 것입니다.
더 나아가 뱃살이냐 등살이냐 까지 구분해 주면 금상첨화겠지만요. ^^
생선회도 알고 먹어야 맛있는 법! 생선회 구별방법 꼭 기억해두었다가 횟집에서 유심히 보면 재밌는 식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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