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증도로 1...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며)
우리 몸에 가장 필요하면서도 건강에 안 좋은 것이 쌀, 소금, 설탕이다. 이를 삼백(三白)이라 하면서 과잉 섭취를 하면 성인병이 유발할 수 있다. 이중에서 쌀은 현미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소금과 설탕... 어느 것이 더 치명적일까? 소금은 2급 발암물질로 적시돼 있으며 뇌졸중, 심장마비 등 각종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설탕은 비만, 당뇨의 직접 원인, 대장암 등에 간접 영향을 준단다. 김치를 먹는 우리 국민은 소금의 소비는 최고 수준이며 설탕도 인스턴트식품에 의하여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고대 로마 제국에서 화폐로 쓰일 정도로 귀하게 대접받았던 소금... 또한 까다로운 성장 조건과 노동집약적인 과정이 필요해 적도 인근에서만 생산됐던 설탕은 소금보다 더 귀했다. 중세 때만 해도 설탕 값이 금값과 맞먹었을 정도다. 이 두 조미료는 음식 맛을 내는데 일등 공신이다. 한편 여름철 많이 먹는 콩국수... 대부분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설탕으로 맛을 낸단다. 신체 체약 조절과 심장 신진대사 조절에 도움을 주는 소금... 이 소금이 많이 나는 곳이 신안군 증도로 5월 30일 한화투어 산악회를 따라 떠났다.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 우리나라 섬의 26%가 신안군에 있단다. 그래서 천사의 섬이라 부른다. 조선 시대에는 나주목, 진도현, 무안현, 압해현 지역으로 소속이 분산되었다. 그 후 1910년 목포부로 개칭하였다가 1914년 무안군에 속하였다. 1969년에 무안군의 도서부(島嶼部) 일대를 분리하여 신안(新安)군을 만들었다. 新安이란 뜻은 무안(務安)군에서 새로 생겨난 군이란다. 신안군이 있는 해역은 거의 대륙붕(大陸棚) 지대로서 수심은 15m 이내의 얕은 바다다. 특히 2017년에는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다리가 연결된다.
한편 증도는 원래 대조리, 우전리를 구성하는 대조도와 별개의 섬이었으나 두 섬을 잇는 제방이 축조되고 그 사이에 대규모 염전(태평염전)이 개발되면서 하나의 섬으로 통합되었다. 증도(甑島)라는 지명은 물이 귀하여 물이 ‘밑 빠진 시루’처럼 스르르 새어 나가 버린다는 시루 섬을 한자화 한 것이다. 이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에서 유래하였다. 오늘 처음 가는 한화 투어 산악회... 관저동에서 출발, 시내 중심부를 통과하여 대전IC에서 목적지를 향해 매일 고정 운행하고 있다. 여행길은 호남고속도로를 달린다.
신안 증도로 2... (지도를 지나며)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장성에서 고창으로... 다시 서해고속도로를 따라 현경IC로 빠져 나간다. 청정 자연과 바다를 느낄 수 있는 황토골 무안... 전체 면적의 70%가 황토로 구성진 무안군은 양파, 고구마, 마늘이 특산품이다. 황토는 항암, 노화 방지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게르마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해안선을 따라 완만하게 펼쳐진 평지로 이루어진 현경면은 황토와 청정갯벌 해안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곳의 홀통해변... 울창한 해송과 긴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해수욕, 바다낚시, 해수 찜을 즐길 수 있다.
국도 24번을 따라가면 해제면... 3면이 바다로 긴 해안선(45km)을 접하고 있어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곳곳에 양파와 마늘 밭이 추수를 앞두고 있다. 이곳의 도리포 유원지... 영광군과 함평군을 경계로 펼쳐진 칠산 바닷가와 인접한 곳이다. 바다낚시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졌다. 횟집이 주위에 즐비하게 있는데 특히 송어회가 일품이다. 또한 서해안에서 보기 드물게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갯벌 센터... 무한한 갯벌의 가치를 소개하는 교육의 장이다. 갯벌에 대한 다양한 지식 전달과 낭만을 즐길 수 있다.
근처에 통일신라시대에 의상(義湘)이 창건한 원갑사(圓甲寺)가 있다. 영광의 불갑사, 영암의 도갑사와 더불어 3갑사라고 불린다. 다리를 건너면 지도면... 한 때는 흑산도에서 고군산 열도까지 관할하는 군청소재지였던 지도군... 그 위상을 가지고 있던 지도(智島)에는 향교가 세워졌고 그래서 유생들이 활발한 활동들이 많았다. 구한말 위정척사(衛正斥邪) 운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었던 시기다. 당시 이항로 선생의 제자인 김평묵 선생이 智島로 유배를 오게 되었다. 김평로 션생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지도에는 유학이 활짝 꽃피우게 되었다. 한편 智島는 흑산도와 임자도와 더불어 3대 유배지다.
이곳에 있는 두류단(頭流壇)... 면암 최익현 선생을 비롯하여 이항로, 기정진, 김평묵, 나유영 등 다섯 분을 모신 선비 제단이다. 풍전등화(風前燈火)같던 구한말 유생들이 유학을 깨우치며 나라를 걱정하던 역사의 얼이 서려 있는 곳이다. 요즘 정치...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국회 선진화 법에 의하여 다수결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행정부의 시행령과 시행규칙까지 국회가 통제하는 국회법이 통과되었으니 국회의 갑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얽히고설킨 정치권의 부조리는 시정되어야 한다.
신안 증도로 3... (사옥도를 지나며)
지도 옆에 있는 임자도(荏子島)... 자연산 들깨가 많이 생산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임자도는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이 네덜란드처럼 해수면 아래에 있었다. 섬 주민들이 지게의 발채에 돌을 지고와 섬과 섬 사이 바다에 둑을 쌓아 만들어진 섬이다. 150년 동안 각고(刻苦)의 노력 끝에 흩어져 있던 6개 섬이 하나로 합쳐졌다. 조상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자연과 싸워 새로운 땅을 만들어 오늘날 풍요로운 임자도를 건설하였다. 또한 국내 최대 튤립재배단지로 거듭나면서 매년 축제가 4월에 열리고 있다.
임자도의 대광 해수욕장... 백사장의 길이 12㎞, 폭이 300m가 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고 깨끗한 해수욕장이다. 넓은 백사장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 또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워 비금도의 명사십리, 암태도의 추포, 도초도의 시목해수욕장과 함께 신안의 4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이곳의 전장포는 1천여 톤의 새우를 잡아 전국 새우젓 어획고의 60%를 차지한다. 전장포 마을 뒤 솔개산 기슭에는 길이 102m, 높이 2.4m, 넓이 3.5m의 말굽모양 토굴 네 개가 있다. 이곳에서 저장된 새우젓은 김장철에 맞춰 비싼 값으로 팔려 나간다.
여행길은 지도에서 송도(松島)를 지나 사옥도(沙玉島)로... 섬에 소나무가 많아 松島라 한다. 국내 최고의 병어와 민어 판매장이 있다. 돌아올 때 이곳에서 병어회를 먹으려고 값을 물으니 손바닥만 한 것이 25,000원... 생각할 수 없는 비싼 값으로 깎아주지 않는다. 원님과 급창(及唱)사이에 흥정을 해도 할인이 있는데... 대신 그 가격으로 우럭과 광어로 대신하였으니 같은 값이면 과부 집 머슴 사는 격이다. 한편 及唱은 군아(郡衙)에 속한 남자 종을 뜻하는데 이들이 하는 일은 원님의 명령을 간접으로 받아 큰 소리로 전달하는 일을 하였단다.
한편 모래가 많고 옥(玉)이 나왔다 하여 沙玉島라 하지만 현재는 서쪽 바닷가에 약간의 모래가 있을 뿐이고 玉은 없단다. 오늘 운전을 한 기사님... 재치와 유머가 넘쳐 우리 일행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진정한 유머는 머리에서 나온다기보다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어느 선각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 이유는 웃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잠겨있는 조용한 미소에서 나온단다. 하여간 오늘 기사... 거침없이 말을 잘해 현하지변(懸河之辯)이랄까? 이에 비하여 간사한 꾀로 남을 농락(籠絡)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도 문제가 있다. 이제 여행길은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인 증도에 도착한다.
신안 증도로 4... (증도에서)
증도면사무소를 지나니 ‘순교신앙’의 어머니로 불리는 문준경전도사 순교비가 있다. 그녀는 2,400명의 주민 가운데 90%를 복음화 시키고 240여명의 교역자를 배출하였다. 또 신안군의 많은 교회를 건립하였으니 이는 그녀의 순교에 대한 열매라 할 수 있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문준경 전도사의 용서와 화해의 복음은 6.25 때 임자도에서 18명의 가족을 잃은 슬픔을 넘어 가해자들을 용서하고 보호하여 3,000명이 살해당한 신안군의 총소리를 멈추게 하였고 평화를 가져오게 한 계기가 되었단다.
짱뚱어 다리에 도착한다. 국가 습지 보호지역, 갯벌 도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람사르 습지다. 또한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아름다운 곳 100선’ 중에서 2위에 선정되었다. 천사의 섬, 짱뚱어 섬, 보물 섬, 해당화 섬, 힐링 섬 등으로 불리고 있다. 다리 길이가 470m로 갯벌 사이를 가로 지른다. 민물로 드러낸 아래를 내려다보면 짱뚱어와 게들이 노니는 모습...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잡으려고 발자국이 선명하다. 작년 겨울에 왔을 때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 매우 추웠는데 다리를 건너가면 우전 해수욕장이다.
새의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앉아 있다 해서 붙여진 우전(羽田)...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는 앞 바다의 풍광이 아름답다. 야자수와 고운 모래... 그리고 짚으로 만들어진 파라솔... 이국작인 해변이랄까? 또한 백사장과 바다가 깨끗하고 솔숲이 울창해서 여름철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노점상(露店商)에서 파는 짱뚱어 탕과 튀김...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다. 우전 해수욕장 위의 솔밭... 4.6㎞에 달하는 천년의 숲길이다. 오늘 시간 관계상 짧은 자유시간만 주어 못 간 것이 야속한 마음이다. 멀리 보물섬을 뜻하는 엘도라도 리조트가 있다.
다시 다리를 건너 약속시간의 집합 장소로... 30분만 주면 태평염전으로 돌아오련만... 기사는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태평염전에 가면 소금 박물관도 가고, 소금 아이스크림도 먹고, 찜질방도 체험 할 수 있는데 아쉬움만 남는다. 이런 때 애연가들은 담배를 피울 것이다. 갑자기 비싸진 담배... 흡연 인구를 줄인다는 정부 계획이다. 금연을 위한 담배이름... ‘폐암 말기’, ‘황천 길, ’오동나무 관‘으로 이름을 짓는다면? 이제 여행길은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인 ‘해저유물 발굴기념비’를 옆으로 스치면서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