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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산의 재발견, 봄 비 맞으며 한 유쾌한 유희(遊戱) (2구간)
1. 일자: 2016. 4. 16 (토)
2. 봉우리: 노고산(487m)
3. 행로/시간
[원당 삼거리(09:15) -> 너른마당(10:05) -> 농협대학(10:13) -> (골프장) -> 숫돌고개(11:06) -> 오동나무쉼터(11:34~56) -> 북한산성 전망대(12:05) -> 371지방도(12:25) -> 옥녀봉/군부대(12:51) -> 흥국사 갈림(13:47) -> 전망대(13:56) -> 노고산(14:23) -> (군도로/철책) -> 솔고개(15:59)]
4. 동행: 송암님, 바람님, 해운님, 산거북님, 까막바위님, 옥혜님, 아카님, 명동
< 한북정맥 2구간 산행을 준비하여 >
장명산에서 수피령까지 이어지는 160km가 넘는 장정의 첫발을 얼떨결에 마치고 두 번째 길에 나선다. 골프장을 우회하고 비산비야의 마을을 통과하고, 숫돌고개 넘어 노고산을 올라 장흥 솔고개를 떨어지는 평범한 코스다.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따르면 이곳에서 내린 물줄기가 곡릉천으로 유입되어 드넓은 파주의 젖줄이 되어 흐르다 하구에서 한강과 만나 바다와 이어진다. 정맥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나는 길 모든 것들을 차별 없이 품듯이, 그 길을 걷는 우리도 정맥 위에서 수많은 생명들과 인연을 맺는다 생각하니 평범한 이 여정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2구간은 원당삼거리에서 시작해 노고산 넘어 솔고개까지 이어진다. 원당역에 집결하여 대중 교통으로 지난 구간 날머리로 이동해 길을 이어갈 예정이다. 들머리에 서면 9시 무렵일 게다. 등로는 363번 지방도로를 따라 한동안 이어지다 1번 국도와 만나는 숫돌고개로 연결되고, 이어 마을 뒷길을 따라 가다 371번 지방도와 만난다. 이곳까지 9.9km, 2시간 40분 거리는 지도상으로 보면 지난 1구간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 든다. 이후 구간은 지축동을 따라 336봉으로 올라 타고 이후 고도 487미터인 노고산을 거쳐 솔고개에 닿게 된다. 전체적으로 19km, 7시간의 산행이 예상된다. 좀더 여유로운 산행을 계획했으나 중간에 끊기가 애매하다.
2구간의 하이라이트는 산으로는 노고산이요, 풍경으로는 노고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삼각산의 위용일 게다. 대간이나 북한산 능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1구간에 비하면 정맥의 멋을 그나마 맛볼 수 있을 듯하다. 노고산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오늘 이전까지는 그저 예비군 훈련장 뒷산쯤으로 여겼던 곳이 정보를 찾아 보니 흥국사라는 고찰과 김시습의 사적지, 무엇보다 사진으로 본 북한산의 전경이 큰 기대를 불러온다. 숨은벽 해골바위에 서서 바라보던 초라한 야산에서 북한산의 면모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상급의 조망 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해 본다.
금요일 오후, 전화와 카톡이 오가고 밴드가 분주해진다. 지난 산행 멤버 송암님, 산거북님, 옥혜님, 아카님 외에 바람님, 해운님, 까막바위님이 새로 참석을 알려온다. 기대대로 한북정맥이 대간 8기 사랑방이 되어 가고 있다. 시간될 때, 편한 마음으로 함께 길을 걸었으면 한다.
산행 전날 밤, 다시 지도를 들여다 보고 일기예보도 챙긴다. 낼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다. 모처럼 큰 비가 내릴 모양이나 산행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부디 예상대로 산행이 끝난 후부터 비가 오길 바래본다.
< 희망사항 >
시작이 반이라고 첫 구간을 마치고 나니 일을 저지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과 글이 밴드에 공지되니 좀 더 정성을 들여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글이란 게 내 손을 떠나면 내 것이 아닌 게 되어, 어떤 평가를 받을 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구간 산행기는 일요일 밤 급히 마무리하려다 보니 오타투성이에 단순한 길 안내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된다. 글이란 체험과 사색의 기록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생각과 길을 걸으며 느끼는 감정을 좀 더 진솔하게 담아야겠다.
2구간 준비를 마무리 하기도 전에 솔고개에서 우이령으로 이어지는 비탐구간에 자꾸 신경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감이 마냥 좋은 건 아닐진데…. 또 한 번 집단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여기까지는 산행을 준비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 2구간 산행 요약 >
< 원당 가는 길에 >
지난 주는 회사봉사 활동으로 산을 거른데다 목 감기로 고생했다. 원당역 8시 30분, 약속시간에 여유가 있는데도 막상 토요일 아침이 되자 마음이 급해진다. 원당역에 도착하니 8시 2분, 아침식사 장소와 버스편을 알아보러 역 밖으로 나왔다. 부근에 문을 연 식당이 없다. 대신 원당삼거리로 가는 버스(38번)와 탑승장소는 확인한다. 밴드에 집결장소를 공지하고, 전철역내 던킨에서 아침을 먹는 동안 일행들이 속속 집결한다. 조금만 빵집에 8명이 모여 왁자지껄 만남의 반가움을 표하고 아침 요기를 한다. 새로 나온 까막바위님이 단연 인기다. 옥혜님과 주고받는 농이 정겹다.
지난 산행에서는 알딸딸한 취기로 내리던 버스 정거장 맞은편에서 오늘은 맑은 정신으로 버스에 오른다. 왕릉골에 하차하니 9시 15분, 적당한 시간이다. 하늘에는 구름이 꽤 있으나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다. 자, 또 걸어보자.^^
< 원당삼거리에서 숫돌고개 >
밴드에 이번 구간을 19km, 7시간 내외라 공지했는데, 초반 9.9km는 평지 수준의 고도를 걷는 길이라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지난 산행에서도 산에서 보다는 도심에서 길 찾기가 더 어려웠는데 2구간도 시작이 만만치 않다. 도로를 따라 길을 나선다. 곧이어 철 길이 나온다. 일단 건넌다. 이내 외곽순환고속도로 밑으로 내려와 젓소 목장을 지난다. 젓소 두 마리가 웬 사람들이 이리 떼거지로 다니지 하며 커다란 눈망울을 껌벅거린다. 계속해서 없는 길을 만들며 험하게 걷는다. 지난 구간을 다녀온 이들에게는 이런 길이 익숙하겠지만 새로 온 바람님과 해운님은 ‘길이 뭐 이래’하는 표정이다.
배수로도 지나고 철망과 가시덩굴을 넘어 다시 도로 길로 내려선다. 손에 GPS를 들고 선두에 나선 산거북님 덕분에 제대로 정맥을 찾아간다. 길가에 야생 벗꽃이 지천이다. 부러 심은 게 아닌 자생한 벗나무는 무척 크고 건강해 보인다. 벗을 벗하며 걷는 일행의 모습에도 생기가 돋는다.
하늘에서 웬 소리가 난다. 올려다 보니 제법 큰 드론 한 대가 날고 있다. 드론이 내려서는 곳에 고급스러운 음식점이 있다. 너른마당이라는 식당은 커다랗고 고급스러운 한옥 두 채가 있고 정성스레 가꾼 정원에는 광개토대왕비를 본뜬 돌비석이 서 있다. 이 외진 곳에 있기에는 생뚱맞을 만큼 고급지다. 출발 40분만에 처음으로 걸음을 멈춘다. 식당을 보니 막걸리가 당긴다. (오늘도 중간지점에서 청한님이 막거리 사들고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잠시 가져 보았다. 그나저나 잊어버렸다는 핸드폰이 어찌 내 배낭에 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청한님이 새 폰 사고 싶어 내 배낭에 버렸나 보다. 이렇게라도 여겨야 맘이 널 미안할 것 같다. ㅎㅎ) 음식점 돌 담에 기대어 단체사진을 찍는다. 정맥 길을 걷다 고급 음식점 앞에서 사진을 찍다니, 한북정맥에서만 가능한 일이리라.
< 너른마당 앞에서 / 벗꽃 길을 걸으며 >
이어지는 한적한 도로, 농협대학교 정문 앞을 지난다. 포도 위에 꽃 비가 내린다. 이 계절 이리 좋은 길을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흙 길에 떨어진 분홍 꽃잎 옆으로 새롭게 돋아나는 이름 모를 풀의 초록도 참 좋았다.
도로가 끝나고 숲에 들어선다. 머지 않아 길이 끊긴다. 골프장이 보인다. 그린을 우회하며 정맥을 이어간다. 골프장이 길의 맥을 끊었나 보다. 마을 산책로가 이어진다. 마실 나온 주민들과 눈인사를 하며 걷는다. 연이어 두 곳의 골프장을 돌아드니 큰 마을이 나타난다. 작은 언덕에 올라서자 놀랍게도 북한산 정상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끝 신기루처럼, 거짓말 같이 모습을 드러낸 삼각의 정수리에 숨이 헉 막힌다. 상상만 했던 풍경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발에 힘이 들어간다. 어서 빨리 산에 올라 붙고 싶은 마음뿐이다.
< 봄 날 길의 서정 >
11시가 막 지난다. 마을로 내려선다. 활짝 핀 흰 꽃 앞에 선 산거북님, 까막님, 아카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창인 봄 날에 걷는 등로 위에는 온갖 신선함이 가득하다. 미로 같은 골목에 들어선다. 좁아진 길에 잠시 방황하다 이내 제 길을 찾아 나선다. 다시 온다 한들 혼자서는 등로를 제대로 찾지 못할지어다. 머지않아 큰 도로와 맞닥트린다. 독립문부대 앞이 바로 숫돌고개였다. 이곳까지 6.6km, 예상대로 110분이 소요되었다.‘사람과 산’ 잡지 부록으로 오래 전 받아 둔 지도와 구간 안내서가 요긴하게 쓰인다. 지난 구간에서도 그랬는데 구간 소요시간이 우리 발걸음과 용케도 일치한다.
< 북한산이 보이는 마을과 숫돌고개 모습 >
< 숫돌고개에서 노고산 >
도로 건너 이어지는 숲이 정맥인 듯하나 산거북님은 도로를 고집한다. 한참을 걷다 보니 연유가 있었다. 터널 공사로 맥이 끊어졌다. 험로를 걸어 숲과 접속한다. 다음에 이 길을 걷는 이들은 터널 위 정맥을 걸으리라. 취수장 앞 도로를 건너 어지럽게 이어지는 맥을 따라 걷는다. 이내 제대로 된 산길에 들어선다. 배가 출출하다. 벤치가 있는 곳에 자리를 펴려 하는데 인근을 지나던 산객이 좀 더 가면 정자가 있단다. 그게 낫겠다 싶어 더 나아간다. 지나다 보니 곳곳에 식당 터가 나타난다. 오동나무쉼터라는 정자에서 걸음을 멈춘다.
푸짐한 식사가 차려진다. 빵 한 덩어리와 작은 바나나를 내 놓기 부끄러울 만큼 풍성한 음식이 평상에 놓여진다. 해운님의 김밥과 샌드위치가 단연 인기다. 옥혜님은 맥주를 얼려왔다. 아카님이 첫 잔을 마시며 ‘캬’하는 소리를 낸다. 순간 숨이 꼴깍한다. 다양한 음식을 앞에 두고 이야기 꽃이 핀다. 유쾌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두런두런 음식을 나누어 먹고 마지막으로 옥혜님표 곶감으로 마무리 한다. 다음엔 나도 음식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ㅎㅎ
20여분의 식사가 끝난다. 자연스레 다음 구간에 대한 대강이 떠오른다. 6시에 집결해 국공이 단속하기 전에 우이령만 넘으면 된다. 내친김에 도봉산 주능선을 따라 사패산을 넘고 의정부 울대고개까지 길을 뽑아야겠다. 새벽 일찍 솔고개까지 이동하는 게 문제이지만 차량을 이용하면 될 듯하다. 마음의 짐이 덜어지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식사를 마치고 작은 언덕을 치고 오르자 북한산 전망대가 나타난다. 삼각산의 화강암 암괴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져 있었다. 단체사진 한 장을 찍고 이내 길을 이어간다. 더 좋은 풍경은 앞으로 지천이리라. 군부대 벙커가 자주 목격된다. 이곳은 군사적 요충지 임에 틀림없다. 유사시에 제 기능을 할 군시설물이 도처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길을 내려선다. 도로가 나타난다. 지방도라 하기에는 무척 넓다. 도로를 건넌다. 이제부터는 노고산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 북한산 전망대에서 / 371지방도 >
10km를 걸었다. 거리로는 반이 넘었고 시간으로는 반이 조금 못 미쳐 왔다. 제법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종아리가 묵직하다. 아무리 평지지만 10km 걷는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진다. 설마 했는데 예상보다 이르다. 배낭에 커버를 씌운다. 군부대 철책이 나타난다. 긴 오르막에 힘겨워한다. 올라서니 이곳이 옥녀봉이다. 정상에서 군부대 초소가 있었다. 철책 뒤 초병에게 인사를 하고 비탈을 내려서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난다. 설마 했는데 아카님이 홀로 뒤처져 걷다 다른 길로 들어섰나 보다. 한참을 기다려 ‘모시고’ 내려온다. 잘 생긴 군인 아저씨 따라가다 그랬느냐 놀린다. 평소답지 않게 오늘은 아카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대간, 한 때는 산꾼으로서의 내 자존심을 확 꺾을 만큼‘무적 여전자’였는데 말이다.
< 전망대에서 / 진달래 여인들 >
길 우측 밑으로 북한산 온천 표시가 있다. 비가 온다. 힘에 겹다. 누군가 말한다.‘아카님, 힘들면 내려 가자 하세요.’순간 온천에 몸 지지고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후미에 서 걷는다. 중고개를 넘는다. 길가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무리 지어 걷는 우릴 보고 적잖이 놀라는 표정이다. 이 낮은 산에 무슨 볼 일 있다고 떼거지로 다니나 한다. 빗방울이 그쳤다 굵어졌다 한다. 메마른 낙엽 위에 물방울이 닿자 먼지 냄새가 따라 올라온다. 시큼하다. 비가 먼지 나지 않을 만큼만 일단 왔으면 좋겠다.
흥국사와 금바위저수지 갈림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이제 노고산 정상까지는 1.8km 거리다. 오락가락하는 비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심신이 지쳐올 때 기가 막힌 전망대 하나가 나타난다. 때마침 비가 그쳐 잠시 하늘이 맑아온다.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로 이어지는 삼각산의 정상이 선명히 드러난다. 숨은벽과 노적봉의 모습도 새롭다. 비록 날씨가 바쳐주지 않지만 이런 날씨에도 감격이 밀려올 만큼 노고산에서 본 삼각산의 풍경이 압권이다. 그야말로 노고산의 재발견이다. 평범한 야산이 이토록 멋진 전망대 노릇을 하다니 미쳐 몰랐던 일이다.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이제 멀지 않아 당도할 노고산을 향해 Go Go다.
< 노고산 정상에서 >
길이 잠시 순해진다. 숲 넘어 노고산 정상과 군부대가 보인다. 진달래가 지천이다. 물기를 머금은 모습이 요염하다. 산거북님과 해운님, 아카님이 모델이 되어 준다. 꽃과 어울려 웃는 모습이 멋지다. 꽃도 보고 정상도 멀지 않고 길도 여유롭고, 부러울 게 없다.
2시 23분 노고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군부대에 내어주고 헬기장이 정상 역할을 하고 있다. 텐트 두 개가 세워져 있고 한 곳에서는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분들이 있었다.
노고산 정상, 확 트인 조망은 최고의 조망을 선물해 준다. 거칠 것 없이 민 낯을 드러낸 북한산은 풍경은 숨이 확 막힐 정도로 압권이다. 날이 흐려 더 몽환적이다. 처음으로 일행 8명이 포즈를 잡는다. 사진을 부탁한 남자의 유쾌한 멘트로 인해 모두 활짝 웃는 멋진 사진 한 장을 얻었다. 바라보는 산은 온통 산 벗의 ‘이쁜 버짐’으로 물들어 있다. 모두의 입에서 노고산에 대한 찬양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도 꼭 한 번 다시 찾고픈 곳이다.
두 ‘젊은 노년’의 다정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노고산을 내려선다.
< 노고산에서 북한산을 배경으로 >
< 노고산에서 솔고개 >
471지방도에서 노고산까지 2시간이 걸렸다. 예정보다 조금 이른 행보다. 이제부턴 내리막 길이다. 군부대를 우회해 내려간다. 정상에 올랐다는, 멋진 풍광을 보았다는, 아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하산주 생각에…. 숱한 즐거운 생각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군부대 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우산을 펼쳐 든다. 까막바위님과 해운님의 뒷모습이 다정하다.
계속 될 것 만 같은 도로 길이 끝이 나고 산으로 올라 붙는다. 그냥 도로로 가면 좋으련만 하고 걷다 보니 다시 도로와 이어지고 좀 더 가다 또 숲으로 올라선다. 군부대가 정맥을 막아서 등로가 자주 끊긴다. 산거북님은 영락없는 정확한 길잡이다. 용케도 맥을 찾아낸다.
군부대 펜스가 나타난다. 누군가 세워 놓은 한북정맥 표지가 선명하다. 긴 등로에 지쳐간다. 더 이상 오름은 없으리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펜스를 따라 제법 긴 오름이 나타난다. 이곳이 354봉인가 보다. 등로가 갈라진다. 표식이 있는 좌측은 무척 거칠어 보인다. 의논 끝에 펜스를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선택이 잘못 된 것임을 깨닫는 되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길이 무척 가파르고 미끄럽다. 펜스에 의존하여 겨우 겨우 내려선다. 빤히 보이는 내리막을 내려서는 데 한참이 소요되었고, 이어지는 등로도 무척 희미하다. 급기야 철조망을 만나고, 화난 주인 아주머니의 잔소리를 듣는다. 산짐승이 출몰해 쳐 놓은 철조망을 넘는다고 야단이다. 그나마 어르신들을 보고는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마을 도로에 선다. 3시 50분이 막 지난다. 노고산에서 솔고개까지 1시간 20분을 예상했는데, 예기치 못한 알바로 15분 정도가 더 걸렸다. 모두들 서로를 위로한다. ‘막판 알바가 없었다면 너무 심심한 정맥 길 아니었겠냐고!’^^
< 비 오는 정맥 길 우산 쓰고 / 솔고개에서 >
< 에필로그 >
4시 솔고개 부대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으로 2구간 산행이 마무리되었다. 노고산의 재발견과 군부대 펜스와의 사투가 오늘 산행을 대변해 준다. 빗 속에서 한 유쾌한 유희에 모두 즐거워했다.
인근 음식점에서 석쇠구이와 청국장으로 맛난 뒤풀이를 했다. 막걸리와 소맥이 한 잔 들어가자 행복감이 밀려온다. 좋아서 하는 일 아니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일들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즐겁다.
다음 구간에 대한 대강의 준비를 의논하고. 자리를 뜬다. 옥혜님 안내 하에 찾아 나선 전철역으로 가는 길은, 18.54km의 산행이 부족하여 20km를 채우려는 새로운 걸음이었다.
쉽지 않은 길,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2구간 산행 궤적 >
첫댓글 세밀하게 기술된 당일의 묘사가 찰지고 맛갈 스럽네요.. ^ ^..
정성담긴 산행기 잘읽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 ^
암튼 정성이 대단해요 ㅎㅎ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