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회복에 좋은 식품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연료가 떨어지면 자동차가 멈춰선다. 이처럼 우리 몸의 ‘배터리’가 소진되는 것이 피로다. 신체의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것은 스트레스ㆍ질병ㆍ수면 부족 등이다. 빈혈도 배터리를 고갈시킨다. 각 조직으로 가는 산소공급량이 줄어들어서다. 피로는 질병명이나 진단명은 아니지만 누구나 탈출을 원하는 증상이다. 국어사전에 정의된 피로는 ‘과로로 인해 심신이 지쳐서 고단한 상태’이다. 피로는 또 활력이나 정력이 떨어진 상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정력은 흔히 남성의 성적 능력을 가리킨다. 성교횟수ㆍ성욕ㆍ발기 지속시간 등이 정력의 객관적인 지표로 쓰인다.
따라서 피로ㆍ활력에 유익하다는 건강기능식품은 정력에도 도움을 주는 셈이다.
피로를 이기는 최선책은 매일 우리 몸의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것이다.
빈혈이 피로의 원인이라면 철분보충제를 복용하거나 살코기ㆍ간 등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 해결책이다. 육류를 싫어하는 사람은 콩ㆍ녹황색 채소ㆍ너트ㆍ해바라기 씨 등을 대신 먹어도 괜찮다. 이때 채소ㆍ과일에 풍부한 비타민 C를 함께 먹으면 철분이 몸에 더 많이 흡수된다.
비타민 B12와 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의 충분한 보충도 피로 예방에 유익하다. 둘은 혈액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비타민이다. 비타민 B12를 주사맞은 후 피로가 싹 가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육류ㆍ계란ㆍ생선ㆍ낙농제품 등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비타민 B12의 결핍이 피로의 원인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엽산은 가공되지 않은 곡류ㆍ간ㆍ녹황색 채소ㆍ견과류 등에 풍부하다.
비타민 B1과 비타민 B2도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B군이 주성분인 ‘삐콤씨’나 ‘아로나민 골드’가 피로 해소용 약으로 판매되는 것은 이와 관련 있다. 심신이 극도로 피로할 때 맞는다는 마늘주사(마늘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도 비타민 B1이 주성분이다. 그러나 마늘주사에 든 비타민 B1은 일반적인 비타민 B1이 아니다. 활성형 비타민 B1(푸르설티아민)이다. 활성형 비타민 B1은 비타민 B1에 알리신(마늘의 매운 맛 성분)을 첨가한 것이다. 활성형 비타민 B1은 일반형에 비해 체내 흡수율이 높고 몸안에서 오래 머문다.
활성형 비타민 B1이 주성분인 약이 ‘아로나민 골드’다. 이 약 복용 뒤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이유다. 마늘주사는 먹는 약인 ‘아로나민 골드’를 주사약으로 바꾼 것이나 별로 다를 바 없다. 주사약은 경구약보다 효과가 빠르다. 마늘주사를 맞은 뒤 피로가 바로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래서다.
활성형 비타민 B1을 마늘주사나 ‘아로나민 골드’ 대신 음식으로 보충하는 방법이 있다. 비타민 B1이 풍부한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알리신이 든 마늘을 곁들이는 것이다.
요즘 일부 개원가에선 마늘주사를 정력 증강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거의 없다. 대형병원에서 마늘주사를 처방하지 않는 것은 이래서다.
비타민 B1ㆍB2는 ‘에너지를 내게 하고 피로를 예방한다’고 흔히 선전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비타민 결핍이 없는 정상인이 비타민 B1ㆍB2를 보충하면 피로감이 줄고 활력ㆍ정력이 높아진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비타민 B1에 대해선 ‘탄수화물과 에너지 대사에 필요하다’, 비타민 B2에 대해선 ‘체내에서 에너지 생성에 도움을 준다’는 등 기능성을 알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코엔자임 Q 10도 ‘먹으면 활력이 생긴다’고 선전되는 건강기능 성분이다. 코엔자임 Q 10은 모든 세포의 에너지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필수 보조인자(조효소)이다. 인체의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등 ‘오지랖이 넓은’ 녀석이어서 ‘유비퀴논’(ubiquinone, 도처에 있다는 뜻)이라고도 불린다. 육류 등 음식을 통해서 소량(서구식 식사를 통해 하루 평균 3~5㎎ 섭취) 섭취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체내에서 합성된다.
코엔자임 Q 10이 체력과 운동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외국에선 만성 피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처방되는 사례가 많지만 이런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된 잘 짜여진 임상시험 결과는 없다.
식약청은 코엔자임 Q 10에 대해 ‘항산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등 두가지 기능성을 인정했다. 코엔자임 Q10을 보충한 사람의 혈중 코엔자임 Q10 농도가 올라가고 항산화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확인돼서다. 또 혈압이 정상치를 약간 상회하는 사람의 수축기ㆍ이완기 혈압이 코엔자임 Q10 섭취 뒤 눈에 띄게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식약청이 정한 코엔자임 Q10의 하루 적정 섭취량은 90~100㎎.
L-카르니틴도 ‘에너지를 내게 해서 활력을 높여준다’고 광고되는 성분이다. 이 성분은 육류ㆍ낙농제품에 많이 들어 있으며 몸안에서 합성도 된다. 그러나 L-카르니틴이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논문은 찾기 힘들다.
아미노산(단백질의 구성 성분) 가운데서는 아르기닌이 ‘근력을 높이고 발기능력을 향상시킨다’고 광고된다. 아르기닌은 산화질소(NO)의 원료이다. 산화질소는 체내에서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이다. 산화질소를 몸안에서 많이 생성시켜 발기를 돕는 약이 ‘비아그라’이다.
아르기닌은 콩류ㆍ땅콩ㆍ연어ㆍ멜론ㆍ적색육ㆍ호두ㆍ다크 초콜릿 등에 풍부하다.
아르기닌을 2주간 2,900㎎ 투여했더니 15명의 남성중 6명에서 발기능력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아르기닌과 운동능력의 관계를 추적한 연구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피로 회복을 돕는 미네랄로는 아연이 우선 꼽힌다. 아연은 굴ㆍ조개ㆍ육류ㆍ닭고기ㆍ호박 씨 등에 풍부하다.
일반 식품 중에서 피로 회복제로 널리 알려진 것은 마늘이다. 마늘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비문에 ‘스태미나 식품’으로 기록돼 있다. 피라미드를 쌓기 위해 동원된 노예 등에게 마늘을 먹여 체력을 극대화시켰다.
피로가 심하게 밀려올 때는 과일을 사서 먹는 것이 좋다. 매실·사과·딸기·키위 등이 훌륭한 피로 해소 과일이다. 매실에 든 유기산(구연산ㆍ사과산)은 피로 유발물질인 젖산의 생성을 억제한다. 매실은 생과로는 먹지 않는다. 씨엔 독성이 있다. 매실주를 담가 마시거나 씨를 빼고 약간 볶아서 먹는다.
딸기엔 구연산ㆍ비타민 Cㆍ당분 등 세가지 피로 해소 성분이 들어 있다.
인삼ㆍ홍삼ㆍ오가피 등 ‘두릅나무 삼총사’가 피로를 해소하고 성기능을 개선시킨다고 믿는 전문가가 많다. 식약청은 인삼ㆍ홍삼에 대해 ‘피로 회복’ 기능성을 이미 인정했다. 성기능 개선 효과는 아직 인정하지 않았다. 인삼ㆍ홍삼ㆍ오가피의 성기능 향상ㆍ활력 증강ㆍ운동능력 개선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논문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중국에선 인삼을 최음제로 여겼다. 또 인삼이 산화 질소를 증가시켜 발기력을 높여준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 남성 90명에게 홍삼 1,800㎎과 우울증 치료제를 3개월간 먹여봤다. 이 연구에서 성교횟수ㆍ조루 등은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지만 발기의 강도ㆍ성욕ㆍ성생활 만족도는 확실히 개선됐다. 피로 회복을 위해 인삼이나 홍삼을 먹는다면 하루 0.5~5g(분말)이 적량이다. 인삼주나 인삼차를 만들어 마시면 편리하다. 인삼차는 말린 인삼을 사용해 우려낸 차다. 우려낸 차는 그날 다 마시는 것이 좋으므로 매일 하루치만 우려낸다. 인삼을 너무 오래 뜨거운 물에 담가두면 잘 우러났던 인삼 성분이 다시 인삼 속으로 흡수될 수 있다.
피로 탈출을 위해선 물도 매일 1.5ℓ 이상(8잔 이상) 충분히 마셔야 한다. 적게 마시면 세포에 영양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뿐아니라 체내에 축적된 피로물질들을 몸밖으로 내보내기 힘들어진다. 아침을 거르지 않는 것도 유용한 피로 해소법이다. 아침을 결식하면 포도당 공급 부족으로 뇌기능이 떨어져 피로와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신체의 ‘배터리’를 빨리 닳게 하는 식품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피로가 덜 쌓이게 하는 방법이다.
비스켓ㆍ패스트리ㆍ케이크 등 정제ㆍ가공된 탄수화물 식품은 피로 유발 식품이다. 이런 식품을 즐겨 먹으면 인슐린 분비량이 늘어나 저혈당 증상의 하나로 피로가 몰려 온다. 피로를 자주 느끼는 사람에겐 하루 세끼 식사보다 4∼6번으로 나눠 적게 먹도록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카페인(커피ㆍ차ㆍ청량음료 등)ㆍ알코올(술)은 일시적으로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피로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