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hwp
세상에 영원한 존재란 없다.
2학년 4반 10번 조수빈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나는 열여덟 살이다. 그렇다. 흔히들 말하는 먹을 만큼 먹은 나이가 되었다. 2017년도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성인' 이라는 이 글자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어 나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나에게 성인이 된다는 건 독립이기 전에 또 다른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나이를 뜻했다. 나에게 성인이 그런 의미인 만큼 나는 요즘 부모님 생각이 계속 든다. 그래서 저 문구로 나의 비망록을 시작해보려 한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 가족은 자식 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항상 4명이서 똘똘 뭉쳐 함께해왔다. 함께였기 때문에 당연히 함께한 추억이 많았고, 함께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함께한 추억이 많은 만큼 내게 가족 즉 부모님은 더욱 더 소중하다. 중학교를 떠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학업에 치여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거의 매일 같이 일주일에 한번 보는 부모님에게 성질을 냈다. 그래도 묵묵히 받아주셨다. 묵묵히 받아주시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서는 안 그런 척 하면서 엄마아빠한테 성질만 내는 내가 너무 비겁했다. 항상 후회를 했지만, 무한한 반복이었다. 엄마가 하나하나 챙겨주는 것을 짜증으로 받아치고, 빨래, 청소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렇게 살아왔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내가 자란다는 건 다시 말해 부모님의 늙어감 을 뜻했다. 일주일에 한번 집에 오는 토요일 신나게 놀다가 문득 옆을 보니 얼굴에 주름이 자글해 퉁퉁 부은 손으로 빨래하는 엄마와 피곤에 쩌든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심장이 쿵했다. 그렇다. 나는 이기적이었다. 남들 앞에서 웃으며 착한 척 꼬리를 흔들다 부모님 앞에서 힘들다는 명분으로 내 멋대로 행동했다. 내 힘든 것만 생각하며 부모님의 힘듦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엄마의 챙김을 짜증으로 받아치고, 고마운 줄 몰랐던 빨래, 청소, 요리까지 집안일하는 엄마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지나갔다. 주름진 엄마와 아빠의 얼굴에 문득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항상 내 옆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엄마 아빠가 더 이상 내 옆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혼자 이겨내고 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엄마는 엄마이기 전에 나와 같은 여자였고, 엄마 또한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처럼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짓은 이제 그만하고, 지금이라도 엄마 아빠 옆에서 효도하며 늦기 전에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또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퉁퉁 부은 엄마 손 주물러 주고 하루 종일 일에 지친 아빠 다리 주물러 주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