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0 -
[ 무척이나 힘들었던 한 해.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멋지게 합격을 낛아챈 2010년 - ]
< 목 차 >
1. 1년을 좌우한 순간의 선택.
2. 모두들 다 잘 아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해가 안 될까 ?
3. 1차 쇼크. 배짱으로 응시한 3월말 첫 모의고사.
4. 조금씩 트여가는 귓구멍. 그러나 아직도 -
5. 쌓여만 가는 슬럼프. 길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고.
6. 마침내 결전의 날.
7. 눈물이. 아아, 눈물이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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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년을 좌우한 순간의 선택
항상 나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되었던 최악의 상황이 막상 나에게 닥쳐올 줄이야.
어느 날 갑자기 현실로 다가온 회사의 부도. 중견기업체 임원에서 하루아침에 실업자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져 여기저기 재취업의 길을 알아 보았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기껏해야 세일즈 직 뿐. 결국 시간만 낭비한 끝에 세무사 사무소를 15년간 운영하면서 사회 물정에도 밝은 친구를 만나 진지하게 내 앞날을 의논한 끝에 그는 나에게 공인중개사를 권해왔다.
"지금 네 나이에 재취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이렇다할 기술도 경험도 없이 무작정 사업 손댔다가는 집 날리는 거 시간문제다. 차라리 자격증을 따야 되는데 감정평가사, 세무사, 법무사는 2차과목이 주관식이라 40대 나이에는 어렵고 공인중개사가 그래도 비교적 수월한데다가 잘만 하면 제법 큰 돈도 만져본다."
때는 2009년 10월 말. 그날로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 daum cafe에 들어가 '공인중개사'를 쳐 보았다.
'공인중개사 단번에 합격하기' 등 볼만한 cafe가 많았는데 주로 질문&대답 코너와 합격자 수기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1년만에 합격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로구나. 우선 교재와 학원 선택 문제를 결정하여야 했다. 대다수의 의견이 교재와 학원 모두 '박문각'이 압도적이었다. 그래도 확인차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꼼꼼히 교재들을 비교해 보고 또 점원에게도 물어 보았다.
"박문각 교재가 가장 많이 나가요. 그 다음이 EBS, 새롬 순이고 독학하시는 분은 경록출판사도 많이 찾더군요."
어느정도 마음을 정한 상태에서 그래도 철저히 확인해보자는 생각에 범계역 부근 한국법학원과 새롬, 제일고시학원을 차례로 들러서 상담해 보았다.
이미 인터넷 합격자수기를 통해 시험과목이나 추세, 공부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주로 강의실, 자습실 등 시설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평촌박문각 - 첫 인상이, 조용한 상담실에서 커피잔 앞에 놓고 편히 앉아 여유있게 상담할 수 있었다는 점. 탁 트인 베란다.
40대로 보이는 상담실장 여자분께서 차근차근 시험 과목과 공부 요령, 학원 특장점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는데 막상 수강 등록 권유보다는 수강생의 합격에 더 신경쓰시는 듯한 자세가 아련히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이 학원에 내 미래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길지 않은 상담시간 내내 마음을 맴돌았다.
지금 내려야만 하는 순간의 선택 - 정말 내 남은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일까 ?
2. 모두들 다 잘 아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해가 안 될까 ?
열흘이 지난 11월 8일 월요일, 드디어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미 인터넷으로 몇몇 샘플 강의 내용을 접했던 덕에 강의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으나 강의실은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처럼 긴장감이 감도는 듯 했다.
어느 덧 2009년도 저물고 2010년을 맞게 되었다. 두달 입문강의 듣고 나니 이제 교수 나름대로의 강의 스타일에도 서서히 적응되어 갔다.
일단 교수를 철저히 신뢰하고 시키는 그대로 하는 것이 최선의 공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리 왕년에 대단한 자리에 있었건 간에 시험에 대해서만큼은 그분들이 프로니까.
2월에 접어들어서도 귀는 쉽게 뚫리지 않았다. 특히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는 민법, 개론은 아무리 정독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 3월부터 이 두 과목은 주, 야간 모두 수강해야지.
3월이 되면서 중개사법, 세법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하였지만 공법은 왜 그렇게 외울 게 많은지. 새삼 공법 교수님이 존경스러워진다. 언제 어떻게 그 방대한 내용을 다 외우셨을까 ?
오늘은 민법. '법정지상권' 개념이 도통 확실히 잡히지 않는데 옆자리 젊은 아줌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고 맨 뒤에 앉아계신 반장께서는 척척 대답도 잘하시네.
모두들 다 잘도 따라가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유독 나만 시베리아 벌판 헤매이고 있는 걸까 ?
3. 1차 쇼크. 배짱으로 응시한 3월말 첫 모의고사
"여보. 늦은 나이에 공부하기 힘들지요 ? 당신은 틀림없이 합격하실 거예요. 초등학교 때 줄반장 한번 해 보셨대매요 ? 수험생에게는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고니까 점심식사 비싸더라도 좋은 것 사드세요. 전 당신을 믿어요."
축 처진 어깨를 그나마 활짝 펴게 해 주는 아내의 이 한마디.
"걱정 마. 열심히해서 올해 꼭 합격증 당신 손에 쥐어줄께"
그러나 속으로는 '으 ~ 남의 속 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는 중에 첫 모의고사 공고가 나붙었다. 6,000원밖에 안하는데 일단 한번 응시해 봐 ?
재수생이라는 누군가가 말한다.
"모의고사는 점수 결과에 관계없이 일단 여러번 봐 두는 게 유리하다. 1번 볼 때마다 평균 5점씩 올라간다. 문제 푸는 요령이 숙달되니까 "
막상 모의고사는 닥치고. 문제지를 받아드는 순간 눈 앞이 캄캄해진다. 전혀 배운 기억이 없는 문제뿐이다. 허겁지겁 시간에 쫒겨 1차 답안지 가까스로 메우고 20분 휴식 후 다시 시작된 2차 시험. 2시간 반이 왜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는지. 대충 답지 메우고 퇴실하고 싶지만 눈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
시험 직후 바로 정답지가 배포되었다.
으악 ! 이럴수가 -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나는 눈 앞에 펼쳐진 냉혹한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개론 30. 민법 27.5. 공법 25. 중개사법 42.5. 공시법 32.5. 세법 37.5.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에게 무어라고 말해야 하나 ? 매월 성적표 확인하며 더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던 내 모습. 오늘따라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는 거울 속 내 모습 -
' 울면안되. 울면안되. 울면안되. 울면안되.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합격)선물을 아안주신대 '
4. 조금씩 트여가는 귓구멍. 그러나 아직도 -
다행히 4월말 모의고사에서는 3월에 비해 평균 6점정도 올랐다. 3월 시험결과는 형편없었으나 그래도 응시하기를 정말 잘 했다. 무엇보다도 지문을 빨리 읽지 못하는 자신의 약점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으니.
이제 각 과목의 학습법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다.
1차과목에서는 순발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중개사법은 함정이 많으므로 쉽다고 방심은 금물.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공법은 숫자에서 자주 헷갈리므로 정확히 암기해야 하고 전체 흐름의 맥을 파악할 것.
세법은 특히 취득세, 양도소득세 달달 반복해서 외워야 함.
공시법 중 등기법은 양은 많지만 출제되는 부분이 정해져 있으므로 다 맞을 생각 말고 교수님이 강조하신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할 것 등.
5월. 기본서 마지막 단계인 심화과정에 접어들면서 수강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서로 좋은 자리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강의실은 맨 뒷자리까지 빽빽. 빈 자리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요일, 공휴일은 보강이다 특강이다 해서 쉬어 본 기억이 아련하다.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자. 5-6월엔 전과목 주 야간 모두 수강. 아침 9시부터 자습실에서 그날 수업 내용 예습. 다행히 아직 결석해 본 적은 없다.
5월말 모의고사는 전체평균 45점. 아직 안심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점수이다. 하지만 주 야간 동시 수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주간과 동일한 내용의 야간강의 들으며 '내가 주간강의 때 이런 내용 들었었나 ?' 생각될 때가 많았다.
5. 쌓여만 가는 슬럼프. 길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고.
7-8월은 요약집 + 문제집 풀이 과정이다.
요약집 각 6권, 문제집 각 6권. 도합 12권의 교재가 추가되었다.
문제집 풀이를 교수님께 일임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어서 미리 전날에 문제를 모두 푼 후 수업에 임하기로 했다. 당연히 야간강의 수강은 그만두었다. 문제집의 해설서는 기본서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문제집풀이의 정답률은 60%를 맴돌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점수는 못 된다. 분명히 21회 시험은 15회 시험 이래 가장 어려운 시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응시생들의 실력은 가파르게 향상되고 있는데 수요는 한정되어 있고. 게다가 작년에 1차를 너무 많이 합격시켜 놓았으니. 이번에는 2차 합격 인원을 확 줄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저녁 7시 이후에는 자습실에 사람도 줄고 휴가철과 함께 끊임없이 슬럼프가 나를 괴롭혔다. 5~6월에 너무 무리한 탓일까 ? 저녁 먹고 바로 집에 돌아와 TV로 저녁 때우는 날이 늘어만 갔다.
7, 8월 모의고사도 평균 55점을 넘지 못했다. 특히 1차 성적이 위험선이다. 1차 실패하면 몽땅 도로나무아비타불인데. 어쩌나. 어쩌나 -
9월. 실전모의고사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으나 해설 강의를 통해 기본서 전과정을 1달만에 총정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9월 모의고사에서 처음으로 2차 평균이 60점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도 1차가 불안하다. 뭔가 중대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드디어 마지막달 10월. 이제부터는 각자 개인플레이에 의존해야 한다.
일단 예상문제 100선 특강은 전과목 신청하여 놓고 강의 없는 날은 철저하게 1차 기본서 암기에 매진했다. 특강 과정이 끝나고 13회 이후 기출문제집을 구입하여 실전과 똑같이 시간 재가며 시험 직전날까지 풀었다. 실제 시험에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6. 마침내 결전의 날.
10얼 24일 일요일.
그날따라 일찍 일어난 아내는 정성스런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시험은 오전 9시 시작이었으나 1시간 일찍 시험장소인 평촌공업고에 도착했다.
반갑게도 원장님 이하 박문각 20회 합격생 몇 분이 나와 반겨주셨다.
박문각 플랭카드 앞에서 한 예쁜 여자분이 "꼭 합격하세요" 하며 따끈한 커피를 따라주었다. 나도 내년에 이자리에서 22회 응시생들에게 커피 따라주는 행운을 가질 수 있을까 ?
시험시작 시간이 되어 몇가지 주의사항 전달 후 답지가 먼저 배포되고 각 항목을 사인펜으로 마킹했다. 시험 시작 시간보다 3분 일찍 문제지가 배포되었다. 슬그머니 문제지를 열어보았다. 개론 4번까지는 미리 눈으로 정답을 골라냈다.
정확히 09:00. 드디어 결승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피말리는 시간과의 사투. 개론부터 풀었는데 계산 7문제는 무턱대고 건너뛰었다. 계산문제는 난이도에 따라 까딱하다가는 엄청 시간을 까먹게 되므로 일단 뒤로 미루는 것이 현명하다. 개론 문제 다 푼 후 일단 답지에 정확히 옮겨적었다.
답지는 수정이 불가능하므로 이 때 최고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남은 시간 55분. 민법은 예상대로 난이도 높은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으며 박문각 문제집 내용을 변형시킨 문제도 몇몇 눈에 띄었다. 민법 모두 답지에 옮겨적으니 남은시간 5분. 남은 개론 계산문제 7문제 중 3문제만 제대로 풀고 4문제는 그냥 찍어야만 했다.
50분 휴식 후 2차시험. 중개사법은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되었고 공시/세법도 만만찮았다. 우려했던 대로 공법이 역시 어려웠다. 시간이 넉넉해서 충분히 생각해보려 했으나 역부족. 10 문제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찍을 수밖에 없었다. 2차 시험이 전체적으로 예상보다 힘들었다.
시험장을 쓸쓸히 빠져나오며 지난 1년간의 힘들었던 나날들이 왠지 허전하게만 느껴졌다. 겨우 이까짓 2장의 작은 답지를 위해 꼬박 350일을 그토록 초조함 속에서 보내야만 했나. 1차에서 떨어지면 그나마 그간의 고생 몽땅 물거품이 되고 말텐데 .
7. 눈물이. 아아, 눈물이 . . . . . . .
드디어 오후 5시. 키보드 위에 놓인 손이 나도 모르게 가늘게 떨리고 있다.
오늘따라 모니터가 저승사자 같기도 하고, 또는 천사처럼 보이기도 하고.
산업공단 홈피에 뜬 정답과 내 문제지를 하나하나 맞추어가는 중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분명 1차 정답률이 60%는 넘는 것 같다.
드디어 최종 정답 체크를 마쳤다. 집에 올 때 근심스레 내 표정을 살피던 아내는 이미 눈치빠르게 옆방에서 신문보는 시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글씨가 눈에 들어올 턱이 없지.
드디어 정답 체크 완료 ! 개론 70. 민법 62.5. 중개사법 75. 공시 세법 62.5. 공법 55.
맞추어보고 또 맞추어보아도 결론은 같았다. 1차 평균 66.25. 2차 평균 64.17점. 합격이었다 !!
문득 눈앞에 떠오르는, 지금쯤 친구집에서 놀고 있을 딸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아빠 ! 힘내. 아빠는 꼭 합격할꺼야. 나도 열씨미 공부할께. 아빠, 사랑해."
어느 새 양쪽 뺨이 촉촉하게 젖고 있음을 느낀다.
눈물이. 아아, 눈물이 . . . . . .
[ 지면을 빌어, 그 동안 저희 21회 수험생들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특히 양승직 교수님외5명,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함께 기쁨을 나누지 못하게 되신, 지난 1년간 동고동락했던 학우님들. 절때로 좌절하지 마시고 다음 22회에서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합격하시어 함께 부동산중개업에 동참하게 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