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과 적용
제가 군목으로 있을 때 일입니다. 거기 모인 군목 중반 이상이 이미 군대를 다녀와 군종장교로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서와 달리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각개전투를 받기로 했는데 비가왔습니다. 학생대장이던 신부님이 후보생들에게 "비도 오고 하니 우리 훈련장에 가지 맙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다같이 훈련받지 않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러자 훈육대장이 당황하는 기색이더니 훈련받지 않더라도 훈련장에 가서 쉬라고 회유했습니다. 하는수없이 훈련장까지는 가기로 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마침 비가 그친 것입니다. 그러자학생대장신부가 또 선동을 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땅은 젖었습니다. 우리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데서 구르면 감기에 걸릴 테니 훈련을 거부합시다
!"우리가 버티니까 훈육대장이 다시 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훈련을 받지 않더라도 이렇게 집단으로 있으면 곤란하니 열 명씩 흩어지라고 한것입니다. 분대별로 흩어지니까 훈육대장이 저희 분대로 오더니 갑자기 31번 후보생 엎드려!" 하는 겁니다. 하필이면 그 31번 후보생이 저였습니다. 모두가 일제히 저를 주목했습니다. 제가 엎드리면 훈련받지 않기로 결의한 모든사람이 엎드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상황입니다. 그러나 힘들더라도 끝까지 버티면 모두 훈련받지 않을수 있습니다. 순간몹시 갈등이 되었지만 끝까지 버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일이 되어 교회에 갔습니다. 교회 입구에서 그 훈육대장이 주보를 나눠 주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훈련받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틴 저의 행동은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나 싶었습니다. '명분도 없이 훈련받지 않겠다고 버틴 나의 행동에서 그 훈육대장은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했겠는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김병삼, 누가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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