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1의 끝자락과 2의 시작점 그 어느 사이
-19살의 찬란한 나를 돌아보며
나는 그저 평범하고 욕심 많은 일개 학생이다. 지금까지 공부한 걸 빼면 그닥 생각나는 것도 없고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내 삶은 그저 순탄하고 평화로웠다.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꿈은 있다. 내 꿈은 아주 평범한 간호사, 의사, 선생님 같은 것이였으며 이 꿈들을 이루고 싶어 많이 노력했고, 눈을 떠보니 고3이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중학생의 나를 생각해보면 시험을 보고 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으며, 내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춘기라 조금 어리고 극단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중학교 삼 년을 그렇게 보냈고 불안감과 설렘이 공존한 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마음 속엔 항상 긴장과 불안이 들어있었지만 티내지 않고 밝은 아이가 되려고 했다. 그렇기에 나는 학생회, 도서부 등 학교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했다. 그 결과 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인정하는 밝고 활발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어쩌면 이런 인식으로 날 보호해주는 막이 생김과 동시에 성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학업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깊숙히 숨겨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난 1학년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그저 결과만 좋게 나오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상태로 시험을 보니 결과는 처참했다. 하지만 난 시험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기합리화를 하였다. 그렇지만 그 합리화는 얼마 가지 못했고 공부를 해야겠다 다짐했다. 딱히 큰 이유는 없었고 그냥 내 자신이 한심해 공부를 했다. 그래서 난 2학년이 되어 죽도록 공부를 했다. 흔히들 노력으로 재능을 이길 수 없다 말을 하는데 나는 그 말을 뒤엎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학교활동, 학업, 친구관계 등 뭐든 부족하지 않은 2학년을 보내 자신감이 가득 찬 채 2023년, 나는 고3이라는 출발선 앞에 섰다.
달리기를 시작한 나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잠과 노는 것까지 줄여가며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 살랐던 나는 만족했고 그렇게 3월 새학기가 되었다. 3,4월에도 나태해지지 않고 공부하여 중간고사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자신감에 가득 찬 상태로 시험을 치뤘다. 하지만 이건 나의 자만과 오만이였다. 사람이라면 실수를 할 수 있는데 난 나 자신을 너무 믿었고 완벽하다 생각했다. 그 결과 난 한 마디로 실패를 경험했고 둘쨋날 시험이 끝난 후 큰 좌절감과 우울감에 빠져 다음 시험을 준비하지도 못하고 펑펑 울었다. 물론 나도 울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투자한 내 노력과 시간이 부정 당하는 느낌이었고 세상이 날 배신한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자기혐오감이 들며 밝아보였던 내 미래가 순식간에 암전된 기분이었다. 그 당시엔 엄마와 친구들의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내가 만든 감옥에 갇혀있었다. 조금 진정이 된 후, 같이 시험을 치룬 친구에게 내 고민을 말하면 공감해주지 않을까라는 희망으로 고민을 털어놨을 때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 정도면 잘한건데 뭘 울상이냐, 날 보고 좀 말해."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해내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내 마음 속에 깊은 상처가 박혔다. 난 그 슬럼프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고 지금도 완벽히 괜찮아진건 아니다. 그래도 하나 느낀 것은 셋째날, 넷째날 시험을 보고 난 뒤였다. 엄마께서 나에게 시험을 보기 전 "너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노력한 거 다 알아. 그래도 한 번 다시 돌아보고 실수한 건 없는지 살펴봐."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난 왜 날 그렇게 믿었고 자신감에 차 있었던 걸까 의구심이 들었고, 엄마의 말씀을 새겨들은 채로 시험을 본 결과 만족스러웠다. 저마다의 목표는 다르겠지만 나는 대학이라는 결승점을 두고 현재도 계속 달려나가고 있다. 물론 누군가는 너무 진부하다 좀 신박한 꿈 같은 것 없냐라는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난 정말 내가 이루고 싶기 때문에 나의 목표이자 결승점으로 잡았다. 그곳에 골인하기 전까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고 내가 들어갈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내 주변엔 날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 친구, 선생님이 있다.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조급함을 여유로, 오만을 겸손으로 바꿔 내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 19살이라는 마지막 십대를 행복한 추억으로만 만들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커서 미래에 현재를 돌아봤을 때 내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게 그때의 내가 자랑스럽도록 현재를 살아가고, 현재에 충실하며 성적에만 목 매어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여 재밌는 추억을 많이 쌓는 그런 십대의 마지막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