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敎書)
《서경(書經)》에,
“위대하도다, 왕의 말씀이여!”
라고 하였고, 또,
“전일하도다, 왕의 마음이여!”
라고 하였다. 마음이 안에 전일하기 때문에 밖으로 표현되는 말이 자연 위대하기 마련이다. 밖으로 표현된 말의 위대함을 보게 되면 그 마음이 전일한 것을 따라서 알 수 있다.
전(典)ㆍ모(謨)ㆍ훈(訓)ㆍ고(誥)가 《서경》에 실린 이래로 정일 집중(精一執中)이란 말이 만세 성학(聖學)의 연원이 되었으니, 그 말의 위대함을 믿겠다.
한(漢)ㆍ당(唐) 이래로 천자의 말은 혹은 제조(制詔)라고도 칭하고, 혹은 고칙(誥勅)이라고도 칭하였으며, 제후의 말은 교서(敎書)라고 칭하였다. 양자 사이에는 비록 존비의 다름이 있으나, 입언(立言 모범이 될 만한 의견을 세움)하는 뜻은 한가지인 것이다.
이른바 제고ㆍ교서는 본인이 손수 짓는 경우도 있고, 문신(文臣)이 대신하여 짓는 경우도 있다. 제고와 교서는 정치 수준의 고하에 따라 순수한 것도 있고 잡박한 것도 있어서 한결같지 않으나, 이것을 통하여 그 시대의 운위(云爲)한 바를 살필 수가 있다.
우리 전하는 잠저(潛邸)에 있을 때부터 유사(儒士)와 함께 경사(經史)와 제자(諸子)를 읽어서 의리를 강명(講明)하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정치의 성공한 일과 실패한 일을 토론하기를 좋아하여 이에 모두 능통하였다. 문장은 비록 여사(餘事 덕행(德行) 이외의 일)이지만, 학문이 지극해서 대개 자득하는 것이 많았다.
이제 유신의 시기를 맞이하여 기강을 확립하고 백성들과 함께 새로이 정치를 시작하여 여러 차례 교서를 내려 중외에 교시하였다. 교서는 비록 문신이 지어 바친 것이지만 교서에 담긴 명의(命意)는 모두 전하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며, 토론(討論)하고 윤색(潤色)하여 의리에 맞게 한 것은 또 붓을 잡는 자가 능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니, 이를 편에 적어서 일대의 법전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敎書
書曰。大哉王言。又曰。一哉王心。惟其心之一於內。故言之發於外者。不期而自大。觀其發言之大。則其存
心之一。從可知矣。自典謨訓誥著於書。而精一執中之說。爲萬世聖學之淵源。信乎其大矣。漢唐以來。天子之言。或稱制詔。或稱誥勑。諸侯之言。稱敎書。尊卑雖殊。其所以立言之義則一也。所謂制誥敎書。有親自製者。有出於文臣之代言者。隨其政治之高下。有醇駁之不同。然而因是亦可見一時之云爲也。恭惟我殿下。自在潛邸時。好與儒士讀經史諸子。講明義理。論古今成敗之事甚悉甚熟。文章雖其餘事。而學問之至。蓋有自得者多矣。今當維新之日。立經陳紀。與民更始。屢降德音。以敎中外。其書雖出於文臣之製進。其命意則一本於宸衷之斷。而討論潤色。得義理之當。又非秉筆者所能髣髴。是宜列著于篇。以備一代之典。
[주1]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 본서는 《주례(周禮)》 천관(天官) 대재(大宰)와 《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 등을 대강(大綱)으로 하고, 각 전(典) 밑에 세목(細目)을 열거하여 치국의 대요와 모든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함으로써 조선 법제의 기본을 이룩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본서와 《주례》와의 관계는 정총(鄭摠)의 《조선경국전》 서문에서, 본서와 《대명률》과의 관계는 본서 헌전 총서(憲典摠序)에서 각각 밝힌 바 있지만, 대강은 물론이요, 세목 또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제일 공통된 점이 많은 원(元)나라 때의 《경세대전(經世大典)》 《元文類 卷41~42》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한 일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논문도 발표된 바 있거니와, 《日人 末松保和 朝鮮經國典私考 學叢 第1輯》 양자를 비교한 결과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참고 내지 그것을 기반으로 했을지도 모른다. 《경세대전》은 원문종(元文宗) 지순(至順) 2년(1331, 고려 충혜왕 원년)에 《당송회요(唐宋會要)》를 참작해 만든 것인데, 《당송회요》와는 체재를 달리하고 있다. 본 역에 있어서는 앞서 나온 역 《鄭芝相 同和出版公社刊 韓國思想大全集, 第6卷; 韓永愚 世界文學思想集 玄岩社》들을 참고하였고, 서술문에는 경어를 쓰지 않았다.
[주2] 전(典)ㆍ모(謨)ㆍ훈(訓)ㆍ고(誥) : 《서경》 우서(虞書)의 요전(堯典)ㆍ순전(舜典)ㆍ대우모(大禹謨)ㆍ고요모(皐陶謨), 상서(商書)의 이훈(伊訓)ㆍ중훼지고(仲虺之誥)ㆍ탕고(湯誥), 주서(周書)의 대고(大誥)ㆍ강고(康誥)ㆍ주고(酒誥)ㆍ소고(召誥)ㆍ낙고(洛誥)ㆍ강왕지고(康王之誥) 등을 가리킨다.
[주3] 정일 집중(精一執中) : 《서경》 대우모(大禹謨)에서 순(舜)이 우(禹)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줄 때,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희미하니, 정하고 일하여야 그 중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