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아무튼, 주말
교토의 어느 택시 운전사
[아무튼, 주말]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3.05.13.
일러스트=김영석
여행 계획이 없더라도 가끔은 신문 여행 광고의 여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거기에는 일상을 벗어난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과 기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地圖)를 들여다보는 소년의 눈은 아름답다’라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생각과 같은 마음입니다.
주말 집에서 빈둥거리다 책을 한 권 집어 들었습니다. ‘왜 교토인가 2′입니다. 교토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저자가 자신의 추억을 곁들여 교토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가볍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 자신의 교토에 대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교토는 외국 도시 가운데 제가 가장 많이 방문했던 곳입니다. 대부분 대학에서 열리는 학술 행사나 이나모리 재단이 주관하는 교토상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지만 7~8차례에 이릅니다.
여행할 때 만나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경관은 순간의 감동으로 끝나지만, 여행지와 관련한 흥미로운 역사적 이야기나 특별한 개인적인 경험은 오래 남습니다.
그러한 경우의 한 예를 교토에서 경험하였고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느 택시 운전사의 친절하고 멋진 응대 때문입니다. 어느 해 교토상 시상식에 참석한 뒤 귀국 전에 교토 근처 히에이산(比叡山)에 있는 엔랴쿠지(延曆寺)라는 절을 찾아갔습니다. 일본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전국(戰國)시대인 16세기 군웅할거하는 무장(武將)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어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자신에게 대항하는 승병 세력을 제압하기 위하여 히에이산 엔랴쿠지 승방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승려 3000여 명을 살해하였습니다. 노부나가는 종교적 전통이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신불(神佛)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강인한 인물이었습니다. 서양의 총포를 수입하고 대량생산하여 전쟁에 활용하고, 병농(兵農) 분리 정책을 추진하여 군사력을 강화하고, 사람과 물건의 자유로운 왕래와 유통을 촉진하기 위하여 관소(關所·세관)와 통행세를 폐지하는 등 혁신적 정책을 취하여 천하 통일의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교토의 혼노지(本能寺)에서 부하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공격을 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 평론가 사카이야 다이치는 오다 노부나가가 좀 더 살았더라면 일본은 일찍이 중앙집권적 절대왕정 국가가 되고 개혁적 중상주의 정책으로 큰 경제 성장과 기술 진보를 이루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보다는 노부나가가 더 살아 과대망상을 가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집권할 기회가 없었다면 우리 민족에게 치욕과 비극을 안겨준 임진왜란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히에이산을 내려온 산자락에 빈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식사 때라 운전사에게 장어집을 소개해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운전사는 웃으며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곳을 안내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그곳까지 20분 정도 걸리며 택시 요금은 3000엔 정도 나올 것이라며 그래도 가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판단하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로 보였습니다. 좋다고 대답하고 승차하여 출발하였습니다. 운전사는 우리 일행이 역사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가는 도중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부지런히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나 택시 미터기가 3000엔에 이르렀으나 아직 식당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운전사는 그 순간 미터기를 꺾어 더이상 요금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자신이 짐작하고 말했던 것보다 많은 요금이 나오자 그렇게 하였습니다. 500~600엔 정도의 거리를 더 가서 장어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식당에 도착하여 실제 요금을 지급하겠노라고 하였으나 한사코 사양하였습니다. 자기가 말한 것은 책임져야 한다며. 일본 제일의 장어집이라는 말도 우스개 삼아 한 말로 알았는데, 식당에 비치해 놓은 자료들이 메이지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있는 장어집으로 명성이 높은 곳임을 알려주었습니다.
교토를 생각하면 교토의 역사적 이야깃거리나 명승지에 앞서 먼저 그 택시 운전사가 생각나는 것이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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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전
2023.05.13 09:35:23
한국 택시 운전자들이 본 받아야 하겠네요 아무리 반일 외쳐도 일본은 우리보다 몇십년은 선진국이다. 특히 국민성은 말이다 택시 기사 ? 이들은 100년은 뒤져 있다. 바가지 쒸우기 근거리 안가기 불친절하기 이것이 한국 택시 기사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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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인생
2023.05.15 11:18:55
얼추씨, 일본taxi요금이 우리보다 최소3배~5배 라구요? 뭘 기본으로했는지몰라도, 과하다! 과해!! 당신은 [요금이많이나오면, 기사에게 득이되고 따라서 서비스정신도 향상된다 !]는 논지인데 [과연 그럴까?]라는게 또 다른 많은사람들의 인식이란 점도 알아야 할것인즉~~~~
얼추
2023.05.13 11:01:56
어설픈 단면만 보고 한국택시를 욕하지마라. 일본은 지역에 따라 우리 택시요금의 최소3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높다. 그 수익이 기사들의 생활안정성을 유지케 한다. 내 생활이 안정이 돼야 진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싸게만 이용하면서 서비스만 요구하는 이기주의를 버리고 일본정도의 택시비를 낼 의향 있나? 아니면 입 다물고 감수하라
예안이
2023.05.13 07:56:14
일본 택시의 책임성은 알아 줘라 한다. 그 책임성을 배워라 한다. 일본의 책임성이 바로 제국주의 키웠다고 말하고 싶다. 3000엔이 나온다. 라고 하면 3000엔이 더 나와도 그것 만 받는 것이 그들의 책임성이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제국주의로 키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 책임성이 바로 과거의 제국주의로 키운 힘이 되었다는 것을 알아라 한다. 제국주의를 나쁜 점이 있어나 미국의 제국주의 나라 였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미국은 엄청 좋아 하지 않나. 요즘 미국도 제국주의 나라 이다. 한국이 제국주의 나라로 번창 하려면 그런 책임성이 키울 때 라는 것을 알아라 한다. 개인주의를 키울 때가 아니라 그런 책임성을 키워야 한다. 나의 사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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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impact
2023.05.13 17:40:18
지금부터 약30년전 교토에 있는 사촌큰누나 집에 주소하나 들고 찾아 가는 길이 있어서 재일교포 유 봉식씨가 운영한다는 MK택시를 교토역에서 일부러 줄서 있는 택시를 중에서도 찾아서 탔더니 주소를 보더니 자기가 중간에 교대하는 시간이 라면서 교대하는 곳에서 다른기사로 바꿔 타면서 졸지에 택시회사 까지 구경 했던 경험도 있고, 도쿄에서는 MK택시가 운영하는 하루 온종일 빌리는 택시간판 안다는 최고급 의전용 벤츠리무진택시를 빌린 경험도 있는데 장난 아니였었다. 진짜 정장한 기사가 나와서 국빈급으로 머리 안받히게 흰장갑 끼고 뒷좌석 앞에서 문열어주고 머리부분 손으로 안받히게 가드 해주고 태워 주더라!!
예안이
2023.05.13 14:07:34
ㅋㅋㅋㅋㅋ 일본 뒤의 미국은 자유주의 라고 하고 있어나 그들도 전제주의 나라다 더 깊게 들어 가면 자본주의 나라가 전제주의 나라라고 할수 있다 역사를 더 깊게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사견이다
Outpost
2023.05.13 13:28:34
제국주의와 책임성의 연관???
atom
2023.05.13 09:06:35
음~~~ 정말 멋있다. 박수! ㅉㅉㅉㅉㅉㅉ
무내미
2023.05.13 10:27:39
일본이 강대국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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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서
2023.05.13 10:59:15
예전에 일본 동경 출장 갔다가 우에노역 근처 안경점에 아내 선물로 선그라스를 사러 들렀다. 선그라스를 골라 계산해달라고 했더니 누가 쓸 거냐고 해서 아내 쓸 거라고 했더니 선그라스는 본인이 직접 써봐야 한다면서 그냥 가라고 해서 감동만 먹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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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몬데
2023.05.13 11:11:25
일본인의 행동에는 이해보다 독심의 경향이 많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헤아리는 것. 사실 이 건 우리가 더 잘하는 것이었는데... 배울 것 없는 정치나 유명인의 뉴스는 이제 버리고 우리 자신의 중심에 서야 할 것 같다. 김 전 총리의 글은 맛깔스러워 좋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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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nese
2023.05.13 13:46:35
일본업체와 비즈니스를 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계약하기 전에는 꼼꼼하게 따져서 시일이 소요되지만 일단 계약 이후에는 그들이 알아서 진행하고 본인들의 잘못이 있을 때에는 책임을 전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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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처럼
2023.05.13 11:02:50
우리도 저 정도는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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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록홈즈
2023.05.14 05:50:58
나쁜점도 있지만 왜인의 좋은 점은 신용이있다는 점이라생각한다. 말로만 약속울 했어도 끈까지 지키는 그 정신 참 대단한 신용이다. 대국이면서 밴뎅이 속알머리의 중국보단 왜국과 손잡는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단 속을 보여주지말고 지킬것은 지키고 내유외강하면 일본고 동행하며 미래를 도모할수있고 중국의 패권에 맞설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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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고선나
2023.05.14 02:27:45
일본인의 정직성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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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재보시
2023.05.13 15:57:12
일본인 개개인의 국민성은 세계적으로 알아줘야한다. 다만 집단이 되었을때의 광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은 수치를 참을수 없는 국민성에 기인한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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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2023.05.13 18:39:43
과거 일본인은 단결하고 잔인하고 공격적인 기질로 정복사업을 한적이 있다 허나 부러운건 중국이나 우리에 비해 정직하고 같은민족 내전을 할때 우리와 달리 외국군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린 평화를 사랑하여 광개토대왕을 제외하곤 외국을 병탄한적은 없다 ...그런 국력도 가져본적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