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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풍영루 상량문〔尙州風詠樓上梁文〕
쇠하고 흥함에는 운수가 있으니 유명한 누각도 메추라기가 나타나는 재앙이 들고, 흥성과 패망은 사람으로 말미암으니 황폐한 지역에도 제비가 날며 축하하였도다. 천고의 옛날 제도에다 더 늘려 한 도(道)의 볼거리를 웅장하게 하였도다. 아, 이곳은 옛날 사벌국(沙伐國)이었으며 실로 진한(辰韓)의 옛 영토였도다. 만 길 험준한 산을 마주 대하고 한 줄기 긴 강의 상류에 처하였도다. 문물과 의관은 백 년 번화한 때를 만났고 배와 수레와 재물의 유통은 일로(一路)의 요충지에 당하였도다.
이곳은 사신들이 머무는 곳이니 편안하게 쉴 관소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아름다운 건물이 우뚝 솟으니 금빛 푸른빛 어울려 휘황찬란하고, 신선이 사는 곳처럼 환하니 바람과 비 초탈하여 시원하였도다. 어찌 정(鄭)나라의 화재를 생각이나 했으랴! 강릉(江陵)의 바람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도다. 빈터에 연기만 가득 끼여 있어 시인묵객이 풍경이 달라진 것을 서운해하고, 옛 나라 깊이 구름에 잠기니 화표(華表)의 학이 전날의 성곽이 아님을 슬퍼하였도다.
삼가 생각건대, 고을 원님께서는 학문은 연원이 있고, 가정에서 시(詩)와 예(禮)를 전수하였도다. 찬란한 문채는 천상의 벽성(璧星)과 규성(奎星)이 훤히 비추는 듯하고, 소탈한 흉금은 광풍제월(光風霽月)처럼 맑았도다. 세 고을에서 소 잡는 칼을 시험하였고, 큰 고을에 기린 부절을 차고 나갔도다.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니 도(道)를 공부하는 군자임을 알 수 있고, 백성을 교화시키고 풍속을 아름답게 하니 임금의 근심 나누어 맡은 충신에 합당하였도다. 더욱이 별가(別駕)는 방통(龐統)같은 어진 이를 얻었고 학관(學官)은 안정(安定)의 가르침을 베풀었도다.
이제 모든 정사(政事)가 잘 이루어져 폐지되었던 것을 다시 일으키기에 알맞은 때를 맞이하여, 공수(工倕 요 임금 때의 유명한 장인)의 솜씨와 이루(離婁)의 안목이 규(規 원을 그리는 도구), 구(矩 네모를 그리는 도구), 준(準 수평을 맞추는 도구), 승(繩 직선을 긋는 먹줄)으로 방(方), 원(圓), 평(平), 직(直)을 만드는 일에 이루 다 쓸 수가 없었고, 조래산(徂徠山)의 소나무와 신보산(新甫山)의 잣나무가 박로(欂櫨 기둥 위 도리)ㆍ주유(株儒 짤막한 기둥)와 외얼(椳闑 문설주)ㆍ점설(店楔 문턱)을 만드는 데에 모두 알맞았도다.
응룡은 고개를 쳐들고 하늘 높이 치솟고 큰 거북의 발을 잘라 사방 끝을 떠받쳤도다. 상서로운 바람과 비가 남은 불티를 깨끗하게 씻어내어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이 설계하였고, 그림 그린 기둥과 조각한 대들보가 공중에서 빛나니 전날 누추하던 것이 이제 더욱 웅장하게 되었도다.
수봉(修鳳)은 귀신의 지혜에서 나왔고 채색 담장은 장인(丈人)의 법도가 아니로다. 수려한 경관이 두 눈에 다 들어오고, 상쾌한 기운이 오로지 한 홀(笏)에 전해져 오도다. 시 지으며 술 마시는 자리의 아름다운 손님들 등왕각(滕王閣) 동남쪽 인물이 다 모였고, 비단 무더기 가운데 신녀(神女)가 무산(巫山)의 안개와 비를 뿌리도다.
누가 이곳이 화재가 났던 땅이라 하겠는가. 다시 크고 화려한 경관에 대한 찬사를 듣게 되었도다. 단지 명승지의 풍류를 한껏 즐길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사물을 관조하는 뜻을 찾기에 알맞도다. 증씨(曾氏)가 바람 쏘이고 시 읊던 즐거움이 상하 천지와 더불어 유행하고, 물러나거나 나아가거나 범(范) 노인의 나라 걱정이 조정이거나 강호이거나 어찌 다르겠는가. 애오라지 육위(六偉)의 시를 읊어 대들보를 들어 올리는 것을 돕노라.
젊은이들아 대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兒郞偉抛梁東
주렴 밖 해맑은 산 하늘 위로 솟았네 簾外晴螺翠聳空
동쪽에 붉은 해 떠오르니 봄 안개 흩어지고 紅旭昇東春霧散
온 성 가득 아름다운 기운 푸른 빛 둘렀네 滿城佳氣繞蔥籠
젊은이들아 대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兒郞偉抛梁西
천 층 조령이 눈 아래로 다 들어오네 鳥嶺千層擧眼低
연실 주렁주렁 오동나무 무성하니 練實離離梧唪唪
봉황이 깃드는 상서로운 세상을 다시 보겠네 重看瑞世彩禽棲
젊은이들아 대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兒郞偉抛梁南
넓은 들판 아득히 푸른 하늘에 닿아 있네 大野微茫接蔚藍
뽕나무 즐비한 온 마을에 개와 닭이 흩어져 놀고 桑柘千村鷄犬散
임금의 힘 다 잊어버리고 논밭 갈고 누에를 치네 渾忘帝力樂耕蠶
젊은이들아 대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兒郞偉抛梁北
아스라이 붉은 구름 속에 자극궁이 보이네 縹緲紅雲瞻紫極
거울 같은 호수에 향기로운 연꽃봉우리 붉고 一鑑香生菡萏紅
삼복에 기원의 대나무에서 바람이 불어오네 三庚風送淇園線
젊은이들아 대들보 위로 던지세 兒郞偉抛梁上
밝은 달이 창공에 떠서 한 점 티끌도 없네 皓月當空無寸障
쳐다보고 굽어보는 사이에 천지의 기운 유행하니 一氣流行俯仰間
거미와 새가 한가롭게 내왕하네 游絲飛鳥閑來往
젊은이들아 대들보 아래로 던지세 兒郞偉抛梁下
높고 밝은 새 누각이 다시 드러났네 更見高明新大厦
허령한 마음 수양하여 티끌 한 점도 없어져 養得虛靈絶點塵
문장과 정사 성가 더욱 높아지리라 文章政事增聲價
삼가 바라건대 대들보를 올린 뒤에는 해와 달이 밝게 빛나고 비와 햇살이 알맞아서 사방 들판에서 보리에 두 이삭이 팼다는 축송(祝頌)이 울려 퍼지고, 고을 안에서 한 사람의 바지가 다섯 벌이라는 노래가 가득하게 하소서. 영지(靈芝)가 상산(商山)에서 나서 은자들이 요순의 노래를 편안히 부르고, 신령스러운 거북이 낙수(洛水)에서 나와 참된 유학자가 《주역(周易)》과 〈홍범〉을 천명하게 하소서. 백성과 만물은 훈풍의 공에 귀의하고 솔개와 물고기는 화육의 은혜를 즐기게 하소서. 수백 척 높은 누각에 누우니 어찌 호기로운 원룡(元龍)을 부러워할 것이며, 천만 칸 고대광실 속에 사니 즐거운 얼굴의 두보(杜甫)를 뒤따를 수 있으리라.
尙州風詠樓上梁文
衰旺有數。名樓罹鶉見之災。興廢由人。荒區騰燕賀之祝。增千古之規制。壯一道之觀瞻。惟玆沙伐古邦。實是辰韓舊境。對萬仞孱顔之高峙。據一帶長江之上游。文物衣冠。値百年之繁麗。舟車財賦。控一路之要衝。斯爲星使之攸芋。可無燕寢之所館。巍然觀宇之美。爛金碧而炫煌。煥乎神仙之居。軼雲雨而爽豁。何圖鄭國之火。未反江陵之風。煙鎖遺墟。騷客悵風景之異。雲愁故國。華鶴弔城郭之非。恭惟牧伯明府先生。學漸淵源。家傳詩禮。炳蔚文彩。昭回天上之璧奎。灑落胸襟。光霽人間之風月。試牛刀於三邑。佩麟符於一州。彈琴讀書。可見學道之君子。化民成俗。允合分憂之藎臣。況別駕得龎統之賢。而學官施安定之敎。當庶政咸和之日。正百廢俱興之時。工倕巧。離婁明。規矩準繩方圓平直。不可勝用徂徠松。申甫栢。欂櫨侏儒椳闑扂楔。各得其宜。應龍驤首而奮九天。巨驁斷足而立四極。祥風好雨。盪掃餘燼。舍其舊而新是謀。畫棟雕樑。輝映半空。陋於昔而今愈壯。修鳳出神君之智。畫堵非都匠之規。秀色摠攬於雙眸。爽氣專輸於一笏。詩酒席上。佳賓會滕閣之東南。綺羅叢中。神女降巫山之雲雨。誰知鬱攸之地。更聞奐輪之辭。非徒擅勝境之風流。亦可寓觀物之意思。會氏風詠之樂。與上下天地以同流。范老進退之憂。豈廟堂江湖之異致。聊陳六偉。助擧雙虹。
兒郞偉抛梁東。簾外晴螺翠聳空。紅旭昇東春霧散。滿城佳氣繞蔥籠。
兒郞偉抛梁西。鳥嶺千層擧眼低。練實離離梧唪唪。重看瑞世彩禽棲。
兒郞偉抛梁南。大野微茫接蔚藍。桑柘千村鷄犬散。渾忘帝力樂耕蠶。
兒郞偉抛梁北。縹緲雲瞻紫極。一鑑香生菡萏紅。三庚風送淇園線。
兒郞偉抛梁上。皓月當空無寸障。一氣流行付仰間。游絲飛鳥閑來往。
兒郞偉抛梁下。更見高明新大厦。養得虛靈絶點塵。文章政事增聲價。
伏願上梁之後。日月光華。雨暘調順。四野遍雨歧之頌。一境喧五袴之謠。紫芝生商山。隱士休唐虞之曲神龜出洛水。眞儒闡易範之書。民物歸薰風之功。鳶魚樂化育之澤。臥高樓數百尺。何羡誇豪氣之元龍。庇廣厦千萬間。可追俱歡顔之杜老。
[주1] 풍영루(風詠樓) : 옛날 상주 관아 객사 근처에 있었던 누각이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객사(客舍) 동북쪽 모퉁이에 있다.” 하였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기문만 소개하였을 뿐 건물의 현황에 대하여는 기록이 없다. 1487년(성종18) 경에 지어진 김종직(金宗直)의 〈풍영루중영기(風詠樓重營記)〉에 의하면, 1370년(공민왕19)에 목사 김남득(金南得)이 관아 동북쪽에 정자를 지어 목은 이색(李穡)이 ‘풍영(風詠)’이라 명명하고 기문을 지었고, 1408년(태종8) 경에 목사 송인(宋因)이 누각을 얹어 중건하여 양촌 권근(權近)이 기문을 지었고, 1487년(성종18)에 목사 설순조(薛順祖)가 중건하면서 김종직이 기문을 지었다고 하였다. 본 상량문은 그 뒤 다시 중건할 때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17세기 말까지 시문에 인용되는 것으로 보아 조선 후기까지 존재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주2] 메추라기가 나타나는 재앙 : 《송서(宋書)》 권32에서 “조륜이 찬탈하자 메추라기가 태극전으로 들어왔고, 꿩이 동당(東堂)에 모였다.〔趙倫篡位 有鶉入太極殿 雉集東堂〕” 하였다.
[주3] 제비가 날며 축하하였도다 : 두보(杜甫)의 시에 “난회의 종이로 모친에게 고명이 내려지자, 맑은 조정에 제비도 찾아와 축하를 하네.〔紫誥鸞廻紙 淸朝燕賀人〕”라는 구절이 있다. 제비가 날아와 축하할 정도로 큰 경사를 말한다. 《杜少陵詩集 卷21 奉賀陽城郡王太夫人恩命加鄧國太夫人》
[주4] 사벌국(沙伐國) :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옛날 상주에 사벌국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상주의 이칭으로 쓰인다.
[주5] 화표(華表)의 학 : 요동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신선술을 닦고 나서 학으로 변해 고향을 찾아왔다가 공중을 배회하면서 “이 새는 다름 아닌 바로 정영위, 집 떠나 천 년 만에 이제야 돌아왔소. 성곽은 옛날과 똑같은데 사람은 다르나니, 선술(仙術)을 어찌 안 배우고 무덤만 저렇게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塚纍纍〕”라고 읊고는 떠나갔다는 전설이 있다. 《搜神後記 卷1》
[주6] 가정에서 …… 전수하였도다 : 《논어》 〈季氏〉에 나오는 고사로 공자가 아들 리(鯉)에게 뜰에서 시(詩)와 예(禮)의 중요성을 가르친 것을 말한다. 흔히 집안에 전해져 오는 유학의 전통을 비유한다.
[주7] 세 …… 시험하였고 : 뛰어난 인재가 작은 고을을 다스린다는 말이다.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의 읍재(邑宰)가 되어 예악으로 다스렸는데 공자가 그 소리를 듣고는 빙그레 웃으며 “닭을 잡는 데에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割鷄焉用牛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陽貨》
[주8] 방통(龐統) : 중국 삼국 시대 유비(劉備)의 현신(賢臣)이다. 《삼국지(三國志)》 권37 〈방통전(龐統傳)〉에 “방사원은 백리재가 아니므로, 치중ㆍ별가 등의 직임을 수행하게 해야만 비로소 준마의 기량을 펼 수 있을 것이다.〔龐士元非百里才也 使處治中別駕之任 始當展其驥足耳〕”라고 하였다.
[주9] 안정(安定) : 송나라 성리학자 호원(胡瑗)이다. 자는 실지(實之), 호는 안정(安定)이다. 범중엄(范仲淹), 손복(孫復)과 더불어 송초(宋初) 삼선생(三先生)으로 불린다. 그가 소호(蘇湖)의 교수가 되었을 때 제자가 1천 명을 헤아릴 정도였다고 한다.
[주10] 조래산(徂徠山)의 …… 잣나무 : 신보산의 ‘신보(新甫)’가 대본에는 ‘신보(申甫)’로 되어 있는데, 신보(新甫)의 잘못이어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조래와 신보는 산동성(山東省) 태안현(泰安縣)에 있는 산 이름으로, 대들보감이 될 만한 소나무 잣나무가 잘 자란다고 한다. 《시경》 〈노송(魯頌) 비궁(閟宮)〉에, “조래산의 소나무와, 신보산의 잣나무를, 잘라 헤아리고, 큰 자 작은 자로 재어보니, 소나무 서까래 크기도 하여, 정침이 매우 우뚝하도다.〔徂徠之松 新甫之栢 是斷是度 是尋是尺 松桷有舃 路寢孔碩〕” 하였다.
[주11] 응룡 : 중국 전설에 의하면 우(禹) 임금이 홍수를 다스릴 때, 날개 달린 용이 나타나 꼬리를 땅에 그어서 강을 만들고 강물을 바다로 흘러가게 했다고 한다. 《楚辭 天問》
[주12] 큰 …… 떠받쳤도다 : 중국 전설에 의하면 거대한 자라의 발을 잘라서 천지의 사방을 떠받쳤다고 한다. 《淮南子 覽冥訓》
[주13] 아름다운 …… 모였고 :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손님과 주인 동남쪽의 아름다운 인물 다 모였고.〔賓主盡東南之美〕”라고 하였다.
[주14] 무산(巫山)의 …… 뿌리도다 : 송옥(宋玉)의 〈고당부서(高唐賦序)〉에, “첩(妾)은 무산(巫山)의 남쪽 고구(高丘)의 깊숙한 데 있어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며, 아침저녁으로 양대(陽臺)의 아래서 보낸다.” 하였다. 일반적으로 남녀의 합환에 비유하나, 여기서는 연회에 참석한 기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주15] 증씨(曾氏)가 …… 유행하고 : 증씨는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다. 공자가 증점에게 자신의 뜻을 말하라고 하자 “늦은 봄날 봄옷이 이루어지거든 어른 대여섯 사람, 동자 예닐곱 사람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쏘이고 시를 읊으면서 돌아오겠다.” 하였는데, 집주(集註)에서 “증점의 학문이 인간의 욕망이 다한 곳에 천리가 유행하여 곳곳마다 충만하여 조금도 흠결이 없는 경지를 보았다.〔曾點之學 蓋有以見夫人欲盡處 天理流行 隨處充滿 無少欠闕〕”라고 하였다. 《論語 先進》
[주16] 범(范) …… 다르겠는가 : 범 노인은 송(宋)나라 범중엄(范仲淹)이다. 그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 “천하 사람들이 근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한 뒤에 내가 즐거워할 것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라는 말이 나온다.
[주17] 육위(六偉) : 《문체명변》에 의하면 상량식에서 동서남북상하 여섯 방위에 만두를 던지며 ‘아랑위(兒郞偉)’라는 시를 읊으므로 그것을 ‘육위사(六偉詞)’ 또는 ‘육위송(六偉頌)’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랑위’를 일반적으로 ‘어영차’, ‘어여차’ 따위처럼 기운을 북돋우는 감탄사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는 《퇴계문집고증》에서 “무거운 것을 들 때 힘을 쓰는 소리〔擧重用力之聲〕”라고 풀이한 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상량식의 정황으로 유추한 것이지 어원의 실증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근자에 나온 《한어사전(漢語辭典)》에서 ‘위(偉)’ 자에 대하여 “문(們)의 관중 방언이다.”라고 하였고, 이를 인용하여 풀면 “젊은이〔兒郞〕 들〔偉〕”이 되며, 《문체명변》에서 설명한 상량 의식과 일치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후자에 따랐다.
[주18] 연실(練實) : 대나무 열매인데 상서로운 세상에 봉황이 먹는다고 한다.
[주19] 자극궁(紫極宮) : 자극(紫極)은 별자리 이름으로 천제(天帝)가 거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임금을 비유한다.
[주20] 기원(淇園) : 중국 고대 위(衛)나라의 원림(園林)이다. 아름다운 대나무가 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주21] 보리에 …… 축송(祝頌) : 후한(後漢)의 장감(張堪)이 호노(狐奴)에서 전답을 개간하여 백성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자, 백성이 “보리에 이삭이 두 개씩 달렸다.〔麥穗兩岐〕”라고 좋아하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後漢書 권31 張堪列傳》
[주22] 바지가 …… 노래 : 전한(前漢)의 염범(廉范)은 자(字)가 숙도(叔度)인데 촉군 태수(蜀郡太守)로 부임하여 금화(禁火)와 야간 통행금지 등 옛 법규를 개혁하여 주민 편의 위주의 정사를 펼치자, 백성들이 “우리 염숙도여 왜 이리 늦게 오셨는가. 불을 금하지 않으시어 백성이 편케 되었나니, 평생 속옷도 없다가 지금은 바지가 다섯 벌이네.〔廉叔度 來何暮 不禁火 民安作 平生無襦 今五袴〕”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다고 한다. 《後漢書 廉范列傳》
[주23] 영지(靈芝)가 상산(商山)에서 나서 : 진말(秦末) 한초(漢初)에 상산사호(商山四皓)가 상산(商山)에서 자지(紫芝) 즉 영지(靈芝)를 캐 먹으며 은거해 살았다고 한다. 상산(商山)은 본래 중국의 지명이지만 우리나라 상주(尙州)의 옛 지명이기도 하다.
[주24] 낙수(洛水) : 중국의 물 이름이나 여기에서는 낙동강을 가리킨다. 그러나 얽힌 고사는 중국의 것을 빌려 왔다. 즉 우왕(禹王) 때에 낙수(洛水)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1부터 9까지의 점이 있었는데 《서경》의 홍범구주가 바로 이것을 밝힌 내용이라고 한다.
[주25] 훈풍의 공 : 순(舜) 임금의 고사에서 나왔지만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임금 또는 당시의 어진 목민관을 비유한다. 순 임금이 불렀다는 〈남풍가(南風歌)〉에 “남풍의 훈훈함이여, 우리 백성의 노여움을 풀겠구나.〔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라고 한 말이 보인다. 《孔子家語 辨樂解》
[주26] 솔개와 물고기 : 자사(子思)가 이르기를 《시경》에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고, 고기는 못에서 뛴다.’ 하였으니, 천도의 유행이 위아래에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 한 데서 온 말이다. 모든 만물이 제 특성에 맞는 자리를 얻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가리킨다. 《中庸章句 12章》
[주27] 원룡(元龍) : 삼국 시대 위(魏)나라 진등(陳登)의 자(字)이다. 높은 신분의 손님이 찾아 왔는데도, 자신은 높은 침상에 눕고 손님은 아랫자리에 눕도록 한 ‘원룡고와(元龍高臥)’의 고사가 전한다. 《三國志 卷7 魏書 陳登傳》
[주28] 즐거운 얼굴의 두보(杜甫) : 두보가 〈모옥위추풍소파가(茅屋爲秋風所破歌)〉에서 “어찌 하며 천만 칸의 고대광실을 얻어, 천하의 불우한 선비에게 기쁜 얼굴 짓게 하랴.〔安得廣厦千萬間, 大庇天下寒士俱歡顔.〕”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