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昭顯世子)의 애책문(哀冊文)을유년(1645, 인조 23)
유세차(維歲次) 을유년 4월 계축삭(癸丑朔) 26일 무인에 소현세자가 창경궁昌慶宮 환경전歡慶殿에서 졸하였다. 6월 임자 초하루 19일 경오에 고양(高陽)에 있는 효릉(孝陵)의 뒷등성이에 장사지내는 것은 예이다.
동룡문(銅龍門)이 새벽에 열리니, 철봉(鐵鳳)이 고개를 높이 들었다. 수레를 진열하고 말멍에를 정돈하니, 관 곁에 있는 운삽(雲翣)과 불삽(黻翣)이 앞에서 펄럭인다. 깊고 적적한 묘혈(墓穴)을 쫓아가느라고 환하게 밝은 세자의 서연(書筵)을 하직하였다.
도성 백성들은 눈물을 뿌리며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모든 신료들은 슬피 울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다. 우리 성상께서는 지극히 인자하신 정으로 한량없는 슬픔을 품으시었다. 아침에 나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음을 슬퍼하고 묘혈(墓穴)로 들어간 아들과 영원히 멀어진 것을 비통해하신다. 날마다 세 번씩 부왕께 문안드리던 시절이 어느 때인가. 꿈에서도 구령(九齡)을 얻기가 어려웠다. 이에 금마문(金馬門)에 윤음(綸音)을 내려보내서 보책(寶冊)에 세자의 미덕을 전하도록 하시었다.
그 사(詞)는 다음과 같다.
아아, 성스러운 조정이여 猗歟聖朝
빛나는 왕업 오래 계속되었네 奕業重光
종손 지손 백대를 내려오면서 本支百世
성왕의 후손 계속 창성하였네 神孫繼昌
생각건대 우리의 동궁께서는 惟我靑宮
자품이 순수하고 강건하시어 稟質純剛
일찍이 위호가 정해졌으며 早正位號
원량으로 높다랗게 칭송되었네 騰頌元良
물결은 소해에서 맑디맑았고 波澄少海
광채는 전성에서 더하였네 彩增前星
마음 항상 학문 전념 거기 있었고 心存典學
뜻은 항상 경서 탐구 거기 있었네 志在橫經
그러나 만난 시절 좋지가 않아 遭時不幸
백육의 액운을 당하였다네 百六斯丁
오랑캐의 침입이 걱정거리로 搶攘爲患
도성의 근교까지 화가 미쳤네 及於近坰
사방으로 따로따로 헤어지니 湖海分飛
양궁의 행색이 나뉘어졌네 /兩宮行色
어질다는 소문 널리 퍼져나가매 仁聲入人
곳곳에서 백성들께 은혜 입혔네 在處涵澤
부로들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서 父老扶杖
목을 빼고 눈을 닦고 쳐다보았네 延頸拭目
도성으로 다시금 되돌아오자 還于大都
난리가 얼마간 멈추었는데 離亂消息
어찌하여 참혹스러운 오랑캐 난리 如何慘禍
십 년 만에 다시금 일어났는가 十年復作
나라 운수 몹시도 위태로워서 國步斯頻
온 나라가 성 하나에 달려 있었네 邦域一堞
매달린 깃발보다 더 위태로워 危於綴旒
나라 사정 너무나도 위급하였네 我是用急
자진해서 볼모로 가길 청하매 挺身請行
장막 뒤서 눈물을 흩뿌리었네 幄後揮泣
참으로 국난 늦출 수만 있다면 苟紓其難
다른 거야 돌볼 겨를 어찌 있겠나 遑恤乎他
전거에다 몸을 싣고 길을 떠나매 氈車言邁
만리 먼 길 모래 바람 불어 대었네 萬里風沙
애틋한 은혜 사랑 억지로 끊자 割慈忍愛
콧마루는 시큰대고 뼈는 놀랐네 酸鼻驚骨
말을 타고 달리고 또 달리면서 載馳載驅
밤낮을 쉬지 않고 가고 또 갔네 不日不月
용하에는 얼음이 얼어붙었고 氷塞龍河
낭산에는 눈이 그득 쌓이었네 雪漫狼山
험난한 강과 산 넘고 건너며 逾越險阻
온갖 고생 두루두루 모두 겪었네 備嘗艱難
심양 땅의 관소에 억류당하니 逮乎留館
한단보다 고생이 더 심하였다네 困甚邯鄲
말 머리엔 뿔이 돋아나지를 않고 馬不生角
함곡관엔 닭이 울지 아니하였네 鷄未鳴關
부모 얼굴 그리워서 눈물 삼켰고 陟岵呑聲
사무친 정 가슴속에 얽히었네 念切回腸
진나라와 월나라의 노래 들으며 秦聲越吟
고향 생각 그 얼마나 간절했겠나 奚獨思鄕
짐승 사냥하는 데에 따라다녔고 從于射獵
군사들의 행렬 속을 출입했으니 出入戎行
혹독스러운 더위와 모진 추위에 酷暑嚴寒
그 어찌 몸 상하지 아니했겠나 寧不致傷
막 돌아와 함께 만나 기쁨 넘쳐 方重歡於會合
만년토록 화락할 줄 여기었는데 庶萬年之和樂
홀연히 뜻밖의 재액을 만나 忽一疾之無妄
꽃다운 우리 세자 서거하였네 遽徂芳於嗣德
오호라 슬프고도 애통하구나 嗚呼哀哉
만물 극에 달하면 되돌려지고 物極必反
비색한 운 다하면 형통하는 법 不終則泰
하늘의 도 참으로 그런 것으로 信天道之常然
이런 이치 그 어찌 어긋나겠나 豈斯理之或悖
이 뒤로는 형통한 운 능히 누려서 謂此後之能亨
이미 재액 없어졌다 여겼더니만 已盡殄乎災厄
누린 세월 얼마 되지 아니하여서 曾日月之幾何
이토록 참혹스러운 화변 내렸네 降禍變之斯酷
오호라 슬프고도 애통하구나 嗚呼哀哉
용루에는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日晏龍樓
봉전에는 바람이 슬피 부누나 風悲鳳殿
부왕께 문안하는 예 끊겼으니 禮絶問寢
그 누가 부왕 음식 보살펴 주나 誰爲視膳
다행히도 원손이 기상 뛰어나 幸元孫之岐嶷
종묘 제사 의탁할 데 있어 기쁘네 欣匕鬯之有托
억조 창생 큰 기대가 달려 있으니 繫億兆之顒望
국운 오래 이어질 줄 알겠지만은 知國祚之綿歷
어린 원손 우는 모습 참혹도 하여 慘欒欒之孺慕
성상의 비통한 맘 더하게 하네 增至尊之悲怛
오호라 슬프고도 애통하구나 嗚呼哀哉
서재의 휘장 속은 적막하고 書帷寂寞
강론하던 자리는 처량한데 講席凄涼
창문에선 나나니벌 울어 대고 螺蠃鳴窓
처마에선 제비들이 지저귀누나 烏衣語樑
상아 찌가 꽂힌 책엔 먼지 쌓였고 塵牙籤之萬軸
향불의 맑은 향기 사그라드네 消寶篆之淸香
지난날의 늙은 환관 남아 있어서 餘舊日之老璫
궁관 마주 대해 줄줄 눈물 흘리네 對宮官而涕滂
오호라 슬프고도 애통하구나 嗚呼哀哉
장사지낼 날짜가 기약 있어서 日月有期
산소를 쓸 자리를 이미 잡았네 佳城載卜
용 서리고 범 쭈그리고 앉은 듯하여 龍盤虎踞
땅 귀신이 복 이곳에 쌓아 두었네 富媼儲福
뭇 신령들 몰려 와서 조알을 하고 百靈來朝
세 방위가 공손하게 읍을 하누나 三方拱揖
교릉의 신수에 의지를 함에 依喬陵之神隧
솔과 잣 울창하여 푸르구나 又蒼蒼兮松柏
어지신 할아버지 남쪽 계시고 仁祖在南
거룩하신 어머니는 북쪽 계시네 聖母在北
생각건대 영령 서로 바라보면서 /想英靈之相望
기뻐함이 완연히 평소 같으리 宛怡愉於平昔
오호라 슬프고도 애통하구나 嗚呼哀哉
목숨의 길고 짧음 같지 않은 건 彭殤不齊
만고토록 하나같이 똑같은 거네 萬古若一
정해진 운명 고칠 수가 없는 법 固定數之無改
덕 있다고 장수하는 것은 아니네 雖大德其難必
노고에 지쳐 명을 재촉했으매 惟其勞勩而促算
천지와 더불어서 한 망극하네 恨與天地而罔極
남은 행적 기록하여 찬양해서 紀遺蹟而揄揚
속에 묻어 영원토록 그 덕 전하네 永垂休於窀穸
오호라 슬프고도 애통하구나 嗚呼哀哉
[주1] 동룡문(銅龍門) : 옛날에 태자(太子)가 살던 궁궐의 대문 이름이다.
[주2] 철봉(鐵鳳) : 궁전에 장식한 봉황을 가리킨다.
[주3] 꿈에서도 …… 어려웠다 : 장수(長壽)하지 못하였다는 뜻이다. 구령은 90세를 뜻한다.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아들인 무왕(武王)에게 이르기를, “네가 무슨 꿈을 꾸었느냐?” 하니, 무왕이 대답하기를, “꿈에 천제(天帝)께서 나에게 이빨 9개를 주었습니다.” 하자, 문왕이 이르기를, “옛날에 나이를 영(齡)이라 하였는데, 이빨 또한 영이다. 나는 1백이고 너는 90이니, 내가 너에게 3을 주겠노라.” 하였는데, 그 뒤에 과연 문왕은 97세에 죽었고, 무왕은 93세에 죽었다. 《禮記 文王世子》
[주4] 금마문(金馬門) : 본디 학사(學士)들이 대조(待詔)하던 곳이었는데, 전하여 조정(朝廷)을 가리킨다.
[주5] 소해(少海) : 태자(太子)를 가리킨다. 천자(天子)를 대해(大海)에 비유하므로 태자를 소해라고 칭하는 것이다.
[주6] 전성(前星) : 황태자의 이칭(異稱)이다. 심성(心星)을 천자의 상징으로 삼고 심성의 앞에 있는 별을 태자의 상징으로 삼은 데에서 온 말이다.
[주7] 백육(百六)의 액운 : 술수가(術數家)에서 쓰는 말로, 재난(災難)과 액운(厄運)을 만난 것을 말한다. 백육은 땅의 재앙으로, 3천 3백 년마다 소백육(小百六)이 되고 9천 9백 년마다 대백육(大百六)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는 정묘호란(丁卯胡亂)을 가리키는데, 이때 소현세자는 전주(全州)로 내려가서 남도(南道)의 민심을 수습하였다.
[주8] 십 년 …… 일어났는가 : 병자호란이 일어난 것을 말한다.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는 인조와 함께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들어가서 항전하다가 중과부적으로 삼전도(三田渡)에서 굴욕적인 항복을 하였으며, 그 뒤 자진하여 당시의 주전파(主戰派)들과 함께 심양(瀋陽)에 볼모로 갔다.
[주9] 전거(氈車) : 모전(毛氈)으로 장식한 수레를 말한다.
[주10] 말 머리엔 …… 않고 : 다른 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오랫동안 억류당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소현세자가 심양에 볼모로 잡혀가 있었던 일을 가리킨다.
[주11] 함곡관(函谷關)엔 …… 아니하였네 : 다른 나라에 오랫동안 볼모로 잡혀 있었다는 뜻이다. 전국 시대 때 제(齊)나라의 맹상군(孟嘗君)이 진(秦)나라에 들어갔다가 소왕(昭王)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었는데, 이미 소왕에게 바쳤던 호백구(狐白裘)를 훔쳐내어 소왕의 총희(寵姬)에게 뇌물로 바치고서 풀려났다. 도성을 빠져 나온 맹상군은 호백구를 훔친 사실이 탄로나기 전에 함곡관(函谷關)을 빠져 나와야 했는데, 새벽 닭이 울기 전에는 관문을 열지 않는 것이 당시의 법이었다. 그때 마침 맹상군의 식객 가운데 닭 울음소리를 잘 흉내내는 자가 있어서 그가 닭 울음소리를 흉내내자 다른 닭들이 모두 그를 따라 울었다. 이에 관문이 열려서 무사히 탈출하였다. 《史記 卷75 孟嘗君列傳》
[주12] 진(秦)나라와 …… 노래 : 고향을 생각하고 고국을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슬픈 노래를 말한다.
[주13] 용루(龍樓) : 한(漢)나라 때 태자궁(太子宮)의 문 이름이다.
[주14] 봉전(鳳殿) : 태자궁을 말한다.
昭顯世子哀冊文 乙酉
維歲次乙酉四月癸丑朔二十六日戊寅。昭顯世子卒于昌慶宮之歡慶殿。六月壬子朔十九日庚午。將遷于高陽孝陵之後岡。禮也。銅龍曉闢。鐵鳳高騫。廞車整駕。廧翣前翩。遵幽坎之寂居。謝明离之胄筵。都民灑淚而頓地。具僚泣血以呼天。我聖上以止慈之情。抱無涯之戚。哀朝出而不返。悲夜臺之永隔。日三朝兮何時。夢九齡之難得。爰降綸於金門。俾傳徽於寶冊。其詞曰。猗歟聖朝。奕業重光。本支百世。神孫繼昌。惟我靑宮。稟質純剛。早正位號。騰頌元良。波澄少海。彩增前星。心存典學。志在橫經。遭時不幸。百六斯丁。搶攘爲患。及於近坰。湖海分飛。兩宮行色。仁聲入人。在處涵澤。父老扶杖。延頸拭目。還于大都。離亂消息。如何慘禍。十年復作。國步斯頻。邦域一堞。危於綴旈。我是用急。挺身請行。幄後揮泣。苟紓其難。遑恤乎他。氈車言邁。萬里風沙。割慈忍愛。酸鼻驚骨。載馳載驅。不日不月。氷塞龍河。雪漫狼山。逾越險阻。備嘗艱難。逮乎留館。困甚邯鄲。馬不生角。鷄未鳴關。陟岵呑聲。念切回腸。秦聲越吟。奚獨思鄕。從于射獵。出入戎行。酷暑嚴寒。寧不致傷。方重歡於會合。庶萬年之和樂。忽一疾之無妄。遽徂芳於嗣德。嗚呼哀哉。物極必反。不終則泰。信天道之常然。豈斯理之或悖。謂此後之能亨。已盡殄乎災厄。曾日月之幾何。降禍變之斯酷。嗚呼哀哉。日晏龍樓。風悲鳳殿。禮絶問寢。誰爲視膳。幸元孫之岐嶷。欣匕鬯之有托。繫億兆之顒望。知國祚之綿歷。慘欒欒之孺慕。增至尊之悲怛。嗚呼哀哉。書帷寂寞。講席凄涼。蜾蠃鳴窓。烏衣語樑。塵牙籤之萬軸。消寶篆之淸香。餘舊日之老璫。對宮官而涕滂。嗚呼哀哉。日月有期。佳城載卜。龍盤虎踞。富媼儲福。百靈來朝。三方拱揖。依喬陵之神隧。又蒼蒼兮松柏。 仁祖在南。聖母在北。想英靈之相望。宛怡愉於平昔。嗚呼哀哉。彭殤不齊。萬古若一。固定數之無改。雖大德其難必。惟其勞勩而促算。恨與天地而罔極。紀遺蹟而揄揚。永垂休於窀穸。嗚呼哀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