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유수의 면직을 요청하는 소〔乞解水原留守疏〕
병자년(1876) 12월 25일. 공께서 이 소를 입으로 불러 주시고, 3일 뒤에 돌아가셨다.
생각건대 하늘이 효성스런 임금을 도와 큰 경사를 이르게 하니, 선왕의 덕을 드러내고 따르는 조치가 차례로 거행되어 모든 백성들의 기쁜 마음이 어찌 끝이 있었겠습니까.
생각건대 신이 화성 유수(華城留守)가 된 것은 우리 성상께서 노신을 길러주시는 지극한 뜻에서 나온 것이므로 신은 특별한 은택에 감격하였습니다. 또 생각건대 진전(眞殿)과 가까운 곳에서 능침(陵寢)을 호종하며 사모하는 심정을 붙이고 정성을 펴게 되니, 그런 기회를 얻은 것을 속으로 기뻐했습니다. 비록 불행히 큰 흉년을 만나 구휼 행정에 정성을 다 기울여 진실로 이곳의 생명을 구제하는 것이 또한 신이 맡은 유수(留守)의 책무이니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뜻 밖에 도임한 며칠 만에 까닭 없는 병 하나가 빈틈을 타고 생겨나 시일을 끌다가 백여 일에 이르렀습니다.
의원과 약물이 효험이 없어 날마다 병이 깊어졌으니, 지금의 형편으로는 정신을 수습하여 금전과 곡물을 관리하여 각각 조리를 세워 임금의 은덕을 선포하여, 구제해 주기를 바라는 수많은 주린 백성을 위로하지 못할 것이 자명합니다. 신의 병이 이토록 위태롭고 백성의 실정이 이토록 절박하니, 이것이 신이 잠시라도 머물러서는 안 될 때입니다.
이에 사정을 자세히 갖추어 간절한 충정을 진술하오니, 바라건대 성명께서는 면직을 특별히 허락하시어 백 리의 백성으로 하여금 고향을 떠나 전전하는 근심을 모면케 하시고, 신으로 하여금 마음 편히 병을 조섭하여 더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면 어디간들 임금의 은택이 아니겠습니까. 신은 두려움과 간절한 심정을 가눌 수 없습니다.
[주1] 수원 유수의 …… 소 : 이 글은 환재가 70세 때인 1876년(고종13) 12월 25일에 수원 도호부사(水原都護府使)의 사직을 청하며 올린 사직소이다. 까닭을 모르는 질병이 1백여 일이나 지속되어 행정사무를 처리하기에 곤란하고, 더욱이 큰 흉년을 만나 백성을 구휼하는 급무를 처리할 수 없으므로 사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직의 주된 이유이다. 제목에 붙은 원주의 기록과 같이 환재는 이 소를 올린 3일 후 12월 27일에 서울 북부(北部) 재동(齋洞)에서 졸하였고, 이듬해 3월 11일에 양주(楊州) 노원(蘆原) 간좌(艮坐)에 장사 지냈다.
[주2] 신이 …… 감격하였습니다 : 화성(華城)에 머물렀다는 것은 환재가 1876년(고종13) 8월에 수원 도호부사(水原都護府使)로 부임한 것을 가리키며, 동년 12월에 김병지(金炳地)로 교체되었다.
[주3] 진전(眞殿)과 …… 호종하며 : 진전은 임금의 어진(御眞)을 모신 전각을 가리킨다. 능침(陵寢)은 사도세자가 묻힌 융릉(隆陵)과 정조가 묻힌 건릉(健陵)을 가리키는 듯하다. 원문은 ‘주구(珠邱)’인데, 순(舜) 임금의 무덤에 새가 날아와 구슬을 떨어뜨린 것이 쌓여서 언덕을 이루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임금의 능침을 뜻한다. 《拾遺記 虞舜》
[주4] 큰 흉년을 만나 : 고종 13년(1876)에 흉년이 특히 심하여 6월에는 한재(旱災)로 인하여 곡식을 절약하고자 양조를 금하였고, 7월 이후 경기 및 삼남 지방에 큰 흉작이 들어 사창(社倉)의 곡식을 여러 차례 방출하였고, 12월에는 쌀값이 폭등하여 진휼청에서 한성의 빈민들에게 미곡을 발매하기도 하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연표》
[주5] 까닭 없는 병 : 원문의 ‘무망일질(无妄一疾)’은 예기치 않게 발병한 질병을 가리킨다. 《주역》 〈천뢰무망괘(天雷无妄卦) 구오(九五)〉에 “예기치 않던 병이다. 약을 쓰지 말라. 기쁨이 있으리라.[无妄之疾 勿藥有喜]”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乞解水原留守疏 丙子十二月二十五日。公口呼此疏。越三日捐舘。
伏以天佑聖孝。吉慶大來。顯揚追闡。次第將擧。羣情歡忭。曷有其極。伏念臣之居留華城。特出我聖上惠養老臣之至意。臣旣感激殊恩。且伏念密邇眞殿。陪扈珠邱。所以寓慕伸誠。竊自喜得有其地。雖不幸歲値大饑。殫誠荒政。苟能濟活此一都生靈。亦臣分憂之責也。何敢辭焉。不意莅任數日。无妄一疾。乘虛而發。閱月跨時。至今百有餘日矣。醫藥莫效。日以沈篤。以今見狀。恐無以收拾精神鉤稽金糓。各有條理。宣上恩德。以大慰我待哺望救之萬口饑民也明矣。臣病之危㞃如此。民情之遑急如彼。此非臣晷刻淹滯之時也。玆敢悉暴事狀。冒陳衷懇。伏乞聖明特許甄免。使百里民命。得免仳儺顚連之患。俾臣得以安意調病。倖得延活。何往非聖主恩乎。臣無任屛營祈懇之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