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을 옮기려면서 가묘에 고한 축문[遷厝時告家廟文]
애손(哀孫) 휴는 감히 현조고(顯祖考) 영령께 고하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현고비(顯考妣)의 체백(體魄)이 그동안은 여주(驪州) 장흥동(長興洞)의 선영에 붙여 있었는데, 세월이 너무 오래되어 자손들이 늘 걱정이었습니다. 작년에는 또 새로 흉사를 당하게 되어 선비(先妣)를 현고(顯考)의 왼편에다 부장(祔葬)하기로 했던 바, 불행하게도 천광(穿壙) 도중 땅 밑에 바위가 깔려 있었습니다. 이에 체백을 안장 못할 곳에다 안장함으로써 불효를 거듭 저지르게 될까 몹시 두려워서 다시 경기 서쪽 장단(長湍) 땅 천마산(天磨山) 아래 남향의 언덕에 자리 하나를 정하고 그리로 무덤을 옮겨 영원히 잠들 곳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자리를 정하여 편안히 모시려고 하는 것은 자식된 자의 마음이고, 길지를 찾아 무덤을 옮기는 일은 옛분들도 그렇게 하였습니다. 지금 정한 호산(蒿山) 양지쪽은 남으로는 서울이 바라보이고 그 너머 한강이 보이며 서쪽으로는 고려의 옛 도읍지가 있고, 그 동쪽에는 화담(花潭) 서 선생의 사당이 있어 선령께서도 그곳에 계시기가 편안하겠기에 이달 29일(기해)로 날을 잡아 현고부군(顯考府君)과 현비 파평 윤씨(坡平尹氏), 현비 경주 김씨(慶州金氏)의 묘를 파고 10월 6일(을해)에 그곳으로 옮겨 모시기로 하고는 감히 건어물과 과일을 차려 놓고 삼가 고하오니, 선령께서는 두루 보살펴 주소서.
* 遷 : 옮길 천 厝 : 둘 조 哀孫 : 조부모의 상중에 있는 손자가 자기를 가리키는 일인칭一人稱 대명사
體魄 : 죽은 지 오래된 송장. 또는 땅속에 묻은 송장.
遷厝時告家廟文
哀孫鑴敢告于顯祖考之靈。伏以顯考妣體魄托在驪州長興洞之先塋。歲月滋久。子孫憂遑。昨歲新罹鞠凶。旣祔葬先妣于顯考之左。不幸穿壙遇有伏石之患。甚懼體魄之托非其地。以重不孝之罪。玆用更卜一地於圻西長湍地天磨山下南向之原。將謀改窆。以爲永宅。竊惟卜宅安厝。人子之心。求吉改窆。古人行之。惟玆所卜蒿山之陽。南望京都。越瞻漢洛。其西則麗氏之舊都。其東則有花潭老先生之廟宇在焉。庶幾先靈之陟降于玆而安之也。玆卜日月。以今月二十九日己亥。啓顯考府君顯妣坡平尹氏顯妣慶州金氏之墓。以十月六日乙亥。移厝于彼。敢用鱐果。伸此虔告。伏惟先靈。尙監顧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