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으로 22년째 암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의 수명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암이 발생할 기회가 높아지고, 각종 환경오염에 의한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과 스트레스 등이 암의 증가 원인으로 여겨진다. 건강검진을 통해서 사람들은 내 몸에 암세포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데, 특히 어렵고 힘든 검사보다는 간단하게 피를 뽑아서 확인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이를 암표지자 또는 종양표지자라고 부르며 실제로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암표지자가 주로 이용되는 경우는, 건강인에서 암의 스크리닝, 암이 의심될 경우 진단의 도구, 치료 후의 예후 예측, 치료경과 추적 및 재발의 판정 등에 이용하고 있다. 이상적인 암표지자가 되기 위해서는 증상도 없고 암이 아주 작을 때에도 혈액 검사에서 나타나야 되고 암이 아닌 경우에는 정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암표지자는 없다. 즉 암이 어느 정도 자란 후에야 혈액 검사에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아무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나 암이 아닌 단순한 질병에서도 이상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암표지자는 단독으로 암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나 다른 검사와 같이 판단해야 한다. 특히 아무 증상이 없는 건강인에서 암표지가가 이상 소견을 보일 때 실제로 몸에 암이 있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현재 사용되는 암표지자는 30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많이 검사되는 것으로는 CEA, AFP, CA 19-9, CA-125, PSA 등이 있다.
대표적인 암표지자
검사항목관련 암정상수치 간암, 생식세포암 0~20(ng/ml) 대장암, 췌장암, 폐암, 위암 0~5.0(ng/ml) CA 19-9췌장암, 담도암, 대장암, 난소암0~37(U/ml)CA-125난소암, 자궁내막암0~36(U/ml)PSA0~3.2(ng/ml)CEA(Carcinoembryonic Antigen) CEA는 대장암에서 흔히 증가됨을 볼 수 있으며, 기타 위장관, 폐, 난소, 췌장암 등에서도 그 수치가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악성종양 환자가 아니더라도 흡연자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도 증가한다. CEA는 정상인에서 암의 발견보다는 외과적 수술 후나 치료 후에 환자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거나 종양의 재발이나 타 장기로의 전이를 추적 관찰하는데 도움이 된다.
AFP(α-Fetoprotein)
AFP는 주로 간암의 진단에 이용된다. 간암 환자의 80~90%에서 상승되어 있으며 400ng/ml 이상일 때에는 간암일 가능성이 95% 이상이다. 그러나 작은 간암에서는 정상일 수도 있고 급만성 간염, 간경변에서도 어느 정도 상승할 수 있다. 또한 이는 태아 단백질로서 임신 중에 상승하고 난소와 고환의 생식세포 종양에서도 증가한다.
CA 19-9
주로 췌장암, 담도암과 관련이 있는 검사이다. 췌장암 환자의 3/4에서 상승되어 있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암이 없는 경우에도 상승되는 경우가 많아 복통이나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없거나 암이 의심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진단적 가치가 떨어진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중에서 CA 19-9 수치가 증가된 경우가 약 1%이었는데, 대부분은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거나 갑상선염, 기관지염, 난소 물혹 등의 가벼운 질환을 가진 경우였고 약물 복용 후에 일시적으로 이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증상이 없이 CA 19-9 수치가 상승된 사람 중에서 암이 발견된 경우는 약 2%에 불과하였다. CA-125 CA-125 검사는 난소암과 관련이 있는 검사이다. 그러나 난소암 이외에도 자궁 내막증, 정상 월경, 난소의 물혹, 임신 중에도 증가될 수 있어 이 검사 역시 수치만으로 암을 진단하지는 못한다.
PSA(Prostate Specific Antigen)
전립선에서 생성되는 분해효소로 전립선암과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의 감염 혹은 염증이 있을 때 증가한다. 이 검사와 함께 직장 수지 검사(항문을 통해 손가락으로 전립선을 만져보는 검사) 또는 전립선 초음파 검사를 하면 전립선암 진단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따라서 50세 이상의 남성은 매년 1회 검사가 권장된다.
위와 같은 암표지자가 증상이 있거나 암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진찰이나 다른 검사와 같이 시행하면 진단이나 치료 후의 경과 관찰에 상당히 도움을 주나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서는 그 효용성이 낮다. 따라서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암표지자 수치가 높을 경우에는 극히 일부에서만 암이 발견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고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좀 더 암에 특이적인 표지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이어서 향후에는 암을 간단하게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