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 희망 길 만들기
여성노동건강권 이야기
금속노조 교육원 교육전문위원 김지희
새해 덕담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 하세요” 일 것이다.
“건강”. 최근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으며 행복추구의 기본이 되고 있다.
부귀영화도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의 권리인 복지를 가지고 저차원적으로 포퓰리즘 논쟁을 벌리고 있는 현 정권의 아래에서 과연 노동자의 건강권의 문제, 그것도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해 어떠한 관심을 기울일까?
양극화가 극대화 되어 가고 서민경제가 파탄되면서 여성노동이 추락하고 있다.
추락하는 여성노동에 날개를 달아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여성노동의 현실을 바로 직시하고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알고 공감하고 주장하게 해야 한다.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여성노동의 희망의 길,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장인의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아니 한 걸음, 한 걸음...
우선 여성노동자 건강권을 들여야 보자.
우리나라 노동자건강권은 OECD국가 중 산재사망이 1위다.
하루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산재사망하고 있으며 3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다친다. 1년이면 3천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어간다. 일하는 일터가 전쟁터다. 노동자는 총성 없는 전쟁을 노동하며 치루어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과로로 인한 돌연사, 직업성 발암문제, 석면 등 노동자의 건강권의 문제는 사회적 건강권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주목받지 못하는 여성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여성노동의 건강권은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다.
(1) 여성노동 건강권 은폐와 방치
여성들은 고소득 남성에 비해 질병에 걸릴 확률이 2.59배 높고, 급.만성 질환에 걸릴 비율은 58.2%로 남성보다 6.6%나 높다.
얼마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해 인권상황실태조사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차별 및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여성노동자 11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4%의 여성노동자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육체적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남성노동자가 16%인 반면 여성노동자는 34%에 달하고, 정신적 질병의 경우 남성의 경우 10%에 불과하지만 여성노동자가 21%에 달해 질병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거의 모든 질병을 더 많이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질환, 위장질환, 요통 및 디스크질환, 근육질환, 비뇨기질환, 호흡기계통질환, 무릎 및 관절질환, 정신 스트레스질환의 여성 발병률은 50%를 넘은 것이다. 특히 근육통 등의 근육질환은 74%에 육박하고, 무릎 및 관절질환은 65.9%, 우울증 등 정신스트레스는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성질환은 개인적문제로 치부되거나 여성노동은 덜 힘든 일로 인식되고 있다.
그만큼 여성노동에 대한 인식과 여성의 건강권에 주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노동 건강권의 은폐와 방치는 말 그대로 여성노동이 많이 일하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진다.
2009년 통계에 의하면 전체 비정규직 중 65.6%가 여성이다. 이것은 여성노동이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있고 항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림으로써 질병과 고통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은 이렇게 내몰리고 방치되고 있다.
▪ 최근 학교시설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과 “따뜻한 밥한끼 먹기” 운동 등을 통해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평균연령이 50대 이상의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가 알려졌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있어 안전과 쉴 권리 가 그동안은 아예 관심의 대상도 되지 못했다. 그것은 워낙 열악한 저임금 구조에서 안전과 건강권이 마치 약간 배부른(?) 요구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남성의 몫으로 이해되면서 열악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마치 집안일에서 약간 더 힘든 일의 연장정도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지하철 청소용역 여성들의 실태를 단편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 최저임금이 쥐꼬리 만큼 올라가니... 이번에는 청소 방법을 바꾸었다. 종전에는 물청소를 중심으로 하였는데, 광택을 내는 청소로 바뀌면서 노동강도가 세배 이상 강화되었다. 도시철도가 만들어진지 7-8년이 지나 오래된 화강암 대리석을 갈아서 광택을 내라니 나이 먹은 여성노동자들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역별로 청소 경쟁도 시켰다. 노란색 안전선 밑의 때를 벗기라고 하여서 하루 종일 엎드려서 역사바닥의 때를 수세미로 벗기는 일도 벌어졌다. 역한 냄새가 나는 이 이름도 모르는 액체를 죙일 들어 마시며 바닥에 부어대고 있다.”
▪ 농업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상당히 높은 사고재해를 당하고 있으며, 질병에도 많이 걸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충분한 안전보건 서비스가 제공되지는 않고 있다. 농업노동에서 여성의 역할과 비중은 너무 저평가 되어왔다. 오늘날 여성은 전 세계 음식품의 반을 생산하고 있다.
- 시골의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 평균임금이 남성들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다.
- 농업분야에서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유해한 농약을 섞거나 준비하는 역할을 여성들이 많이 하는데, 보호구도 없고 농약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일을 한다. 이로 인해서 중독사고가 발생되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곡물의 재배와 추수과정의 힘든 노동들은 유산, 조산, 사산 또는 산모의 사망 확률을 매우 높게 만들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많이 수행하는 씨뿌리기, 따기, 청소하기 등은 남성들의 작업에 비해 노동강도가 더 센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남성들의 경우 많은 노동이 기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보건의료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업종 중의 또 하나는 보건의료산업이다. 보건의료 산업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으며, 힘든 작업조건에 처하는 경우도 많고, 다양한 안전보건위험요인들에 노출된다. 이를테면 근골격계질환, 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 직업성 암, 호흡기질환, 신경독성이나 기타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과 질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동식 X-ray나 다른 진단기기들(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는) 때문에 방사선 피폭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결과 직업성 암이나 기형아 출산 등이 문제가 된다.
특히 간병,요양 여성노동자는 고령여성의 생계형가장인 경우도 상당히 있어 저임금의 고통과 집으로 귀가 후 가사노동의 더욱 힘겨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 2008)
(2) 통계와 정책에서 안 들어나기
여성이 노동자 안전보건 문제를 논의할 때 별로 참여를 못하는 구조
특수건강검진제도나 노동자 건강검진제도에서는 여성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성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찾아내도록 검진제도가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여성들이 검진제도에 대해 얘기하는 주체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증진정책등이 확대되고 있는 여성노동분야나 관련된 조사,프로그램, 교육 등등이 고민되고 있지 못하다.
지난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사례분석한 내용에 의하면 아래와 같다.
- 산재통계상의 문제 1 : 남성중심적 산업분류
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산업재해통계의 업종구분은 표준산업분류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도소매업과 음식 및 숙박업 등은 구체적인 산재실태를 파악하기 곤란하다.
우리나라 산재통계의 업종분류에 따라 남성노동자의 산업재해는 제조업과 광업이 높다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오며, 조금 더 구체적인 업종분류를 통해 쉽게 문제의 경향성이 파악되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 재해는 도무지 그 경향을 파악하기 곤란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산재통계의 업종분류는 성별 재해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다.
- 산재통계상의 문제 2 : 여성의 집단적 배제
산업별 모집단이 정확하지 않으며, 여성의 경우 대량 누락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생산되는데, 근로복지공단 통계는 결국 산업재해 승인자에 대한 통계이다.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된다.
- 산재통계상의 문제 3 : 산재인정에서의 여성 배제
산재보험에서 사고성 재해는 거의 인정이 되는 반면, 직업성 질환은 굉장히 까다롭게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근골격계 직업병의 경우 한국통신 전화교환원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조직력이 갖추어진 금속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로 형성되었고, 주로 금속 제조업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산업재해가 인정되는 실정이다. 각종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다양한 직업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제로 형성되지 못하면서 직업성 질환 인정 범위 내로 수용되지 못하면서 배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미인식 노동자 집단의 여성들이 많이 배제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할 수 있다.
(다음은 ‘서서일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의자 캠페인’ 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