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기회, 성공할 찬스, 협동조합에서 찾다
대구광역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최진아 장학사
선생님이 되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일찍 알았더라면 후회도 하면서 학생들에게도 수백 번 이야기했다.
“해 봐라. 그래야 안다.”
이 말의 순서를 바꾸면 “알려면 해 봐라.”가 되고, 교사 버전으로 바꾸면 “알게 하려면 기회를 줘 봐라.”가 된다. 장학사가 된 나에게 이 말을 바꾸어 보면 “학생들이 알게 하려면, 깨닫게 하려면,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교육 정책을 만들어라.”가 된다. 그래서 난 협동조합을 학교현장에 도입하고 싶다. 진짜 앎은 해보는 것에서 시작되기에.
그렇다면 학교협동조합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가? 아직 ‘그렇다’라고 100% 자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믿는다. 학교협동조합은 ‘하는 척’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직접 진짜 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해보는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학생들은 배움의 의미를 알게 되고, 더 배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협동조합은 배움의 실제적인 환경이 만들어지는 공간, 터,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구는 학교협동조합의 싹이 겨우 하나 생겼다. 대구방송통신중고 과정의 학생들이 학교협동조합의 싹을 틔웠다. 자랑스럽다. 2017에는 가창중학교에서도 학교협동조합 설립의 꿈을 키우고 있다. 중학생들이 대견하다. 그리고 몇몇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멋진 학생들!
작년 10월 중순 주수원 선생님의 특강에 모인 100여명 학생들의 눈빛, 11월 중순 소셜픽션 컨퍼런스에서 만난 중고생 70여명의 열기, 기말고사 직후 고등학교 입학을 눈앞에 둔 중3학생 10여명이 우애캠프에서 보여준 진지함이 이런 확신을 안겨 준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한 줄 기록하기 위해 온 학생도 한두 명 섞여 있었겠지만, 그런 학생들조차도 꿈꾸는 학생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에 작은 감동이 전해졌을 것이라 믿는다.
대구는 2018년에, 이미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한 다른 지역 학생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모의 학교협동조합 설립도 추진해 보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과도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물론 학교협동조합을 앞서서 만들고자 하는 학교가 있다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선생님이 되어서 알게 된 귀중한 깨달음 중 또 하나는 ‘재능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 사람의 재능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볼 수 있는데, 기회를 주지 않기에 우리 학생들의 귀한 재능을 못 보는 것뿐이다. 기회를 만들어 주는 학교협동조합, 이런 비전을 가슴에 품고 2018년을 시작한다.
마침 OECD가 2020년대 학생 교육역량으로 ‘새 가치 창조, 갈등 해소와 통합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오~ 학교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학교 공부가 힘센 공부가 되려면 국영수사과음미체 교과가 학교협동조합과 어깨동무하면서 세상살이의 지혜를 깨우쳐주며 행복도 톡톡 터트려줘야 하지 않을까.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우리 대구 학생들이 실패도 하고, 쓴잔도 마시며 성공의 기쁨이 진짜 달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