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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학교 부적응 문제
신 민 섭 (서울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학습 장애는 ‘그냥 사춘기겠지’라고 부모님들이 많이 생각하시다가 문제가 심각해지면 찾아오시는데, 이것은 단순히 사춘기적인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나 사회공포증남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다, 나를 피하는 것 같다아니면 약물남용이나 비행, 그리고 자살 시도와 같은 문제들이 청소년기에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기의 어떤 특성이 이러한 문제들을 나타내게 하는 데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외국에 비해서 우리 나라는 능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면이 많아서, 공부를 못하면 비교 당하고 기가 죽어 공부 못하는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로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 드린 학습장애도 그 중에 하나이지만 학습장애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학습부진을 보이는 청소년들은 우선 자존심이 낮아지게 되는데, 선생님이라든가 부모님의 평가,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게 되고 그러다 보면 또래간에 인기도 없고, 공부 외에 여러 가지 많은 문제를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학교 공부와 관련되어 문제 될 수 있는 학습장애와 특수학습장애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학습장애 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는데 주로 아동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동들은 대부분 청소년기에도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들이 청소년기에 어떤 문제를 나타내며 어떤 성인이 될까에 대한 것과, 학습장애 이외에 주위 산만한 학생의 공부, 학교공부, 학교 부적응 등의 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개 학습장애와 특수학습장애를 혼동해서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혼동이 되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의 약 40%는 특수학습장애를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만한 아동을 학습장애라고 잘못 진단하는 경우도 있고, 또 학습장애 때문에 공부가 어렵다보니 자연히 학교 생활에 부담감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집에서 공부 때문에 야단을 맞다 보니 숙제하는 시간에 당연히 가만히 못 있고 계속 들락날락 하게 되면, 마치 학습장애가 주의력 결핍 장애까지 같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두 가지 장애가 아예 같이 있는 동반 증상의 경우, 제일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학습장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습장애라는 것은 1962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이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학습장애를 쉽게 말씀드리면 읽고, 쓰고, 셈하는 면에 있어서 자신의 지능수준에 비해 상당히 부진한 솜씨를 보일 때 이것을 학습장애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능이 낮은 아동들이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학습장애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능이 낮기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것으로 그런 경우를 보통 정신지체라고 하고, 지능이 낮아서 학습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는 ‘학습지진아’라는 용어를 씁니다. 부모님들이 뉴스와 신문에서 ‘학습장애 고칠 수 있다’라고 보도된 것들을 보시고, ‘이제 우리 애 문제도 고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찾아오시는데 그럴 때 지능 평가를 해서 정신지체가 나오면 참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지능이 낮은 경우에는 어떻게 고쳐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습장애라고 할 경우에는 지능은 120정도로 높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읽기 장애, 쓰기 장애, 셈 장애 이렇게 세 가지 학습장애로 구분이 되는데, 그 영역에서 자신의 지능이나 자신의 학년에서 기대되는 것보다 한 2년 정도 못할 때 학습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정서적인 문제 때문에 학습에 문제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즉 여러 가지 경제적인 이유라든가 집안 환경적인 이유 등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아동이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하는 등 여러 가지 정서적인 문제를 보일 경우에 이러한 아동들은 공부에 별로 의욕이 없게 됩니다. 이런 경우 학교 성적이 낮을 수가 있는데 의욕이 없으므로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학습부진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니까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데 학습하는데 있어서 다른 요인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제일 빨리 학습의 문제를 고쳐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습장애의 경우 제가 만나는 부모님들이 제일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애가 나을 수 있느냐, 완치 될 수 있느냐, 완전히 나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학습장애는 실제적으로 뇌기능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완치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실망하게 되는데 거기에 맞는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면 적응할 수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지능은 정상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난 아동들을 보면 지능지수가 110, 120 또는 128 정도로 지능이 높은 아동들이 많은데, 어떤 아동은 읽기에만 문제가 있고, 어떤 아동은 산수, 셈하기에만 문제가 있으며, 어떤 아동은 쓰기에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읽기, 쓰기를 못하니까 대부분 학교성적이 나쁘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말하기, 듣기 이런 국어와 관련 된 것만 못하다가 고학년이 되면 사회, 도덕, 자연 등의 과목에서 이해력이 떨어지고 그러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게되면 다 못하게 됩니다. 학습장애는 주로 세 가지, 즉 읽기, 쓰기, 산수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이런 경우 중학생이 되면 거의 4,50등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능지수를 보면 지능은 좋은 편입니다. 우리 나라는 교육적인 면에서 그런 아동들에게 조금 불리한 여건이긴 하지만, 기술도입이라든가 그 아동이 잘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들에게 이 아이가 머리가 나쁘거나 노력을 안해서가 아니라는 사실과 학습장애에 대한 이해를 시켜 주시는 게 이들의 적응을 도와주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안가더라도 그럴 경우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컴퓨터도 잘하고 조립하는 것도 잘하고, 기계 만지는 것도 잘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습장애라는 것은 실제적으로 뇌기능하고 관련된 신경학적인 장애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완치할 수는 없고, 지능이 좋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그 장애를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학습부진이 정서적인 문제 때문인 경우에는, 상담을 통해서 정서적인 문제만 도와주시면 공부하는데 있어서 금방 자기능력을 발휘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이제 좋아질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시면 가족들이 도와주고 어머님이 따뜻하게 격려해주시면 많이 좋아진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습장애인 경우에는, 아동의 혹은 청소년이란 장점을 통해서 이런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그렇게 조언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우리 나라도 지금은 정신지체나 자폐증은 어린 아동들도 다 장애자 등록을 하게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수 학습장애는 장애자 등록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습부진과 학습지진을 구분하기 위해서 ‘특수` 자를 붙여서 특수 학습장애라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학습장애자들을 위한 장애자 사회복지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읽기, 쓰기에 문제가 있으면 아무래도 공부하는데 제한이 있고, 똑같은 아동들과 경쟁을 하게 되면 대학을 가기도 어려울 수 있으므로 여러 가지 사회적인 보장제도를 통해서 혜택을 받게 됩니다. 또 그런 청소년들만 갈 수 있는 전문 대학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그런 청소년들에게는 참 많은 것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뇌는, 왼쪽 뇌와 오른쪽 뇌, 좌뇌와 우뇌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부분 왼쪽 뇌는 언어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뇌는 공간 지각이라든가 음악이라든가 이러한 시각적인 구성 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습은 왼쪽 뇌에서 많이 이루어집니다. 언어가 왼쪽 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습장애 아동들이나 청소년들을 만나 보면 간혹 왼손잡이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언어 중추가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오른손을 쓰는 사람들은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이 왼쪽 뇌입니다. 그런데 왼손잡이는 오른쪽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괜히 무리하게 오른손을 쓰도록 가르치시거나 이럴 경우 쓰기에 문제가 많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능한 손, 자기가 잘 쓸 수 있는 손으로 쓰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뇌는 기능적으로 분화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습장애는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왼쪽 뇌가 오른쪽 뇌에 비해 우세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라는 식의 이론이 많이 있습니다. 즉, 뇌기능에 있어서 그 기능적인 분화가 비대칭적이라는 겁니다. 한쪽은 언어, 한쪽은 공간적인 기능인데, 그, 기능이 제대로 우세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므로 완치 할 수 없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혹 왼손을 쓰는 아동은, 언어기능이 양뇌에 분산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어느 한 뇌가 우세한 기능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왼손을 썼다 오른손을 썼다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있게 됩니다. 그럴 때 어머니들이 사회적으로 통념상 오른손을 써야된다고 많이 야단치시게 되면 더 쓰기 어렵게 되곤 합니다. 대부분 이러한 학습장애 아동들을 보면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또 제가 뇌기능과 관련되어 있다라고 말씀드리니까 뇌에 어떤 큰 장애가 있는 건가 이렇게 궁금해하실 텐데 사실 그렇지는 않고, 실제 뇌파라든가 요즘 뇌 컴퓨터로 사진 찍는 게 많이 나와 있는데 그런데서 보면 크게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학습장애 아동들이 보편적으로 보이는 결함 영역이 대부분 읽기, 쓰기, 철자 등인데,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습 전반에 걸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보일 수가 있으며, 고학년으로 갈수록 정서적인 문제가 많이 나타납니다. 우울증도 보일 수 있고, 비행도 보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니까 비행쪽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또 집에서 야단만 맞다 보니까 그런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비행 쪽으로 표현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학습장애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보이는 문제 중에 주의집중 문제와 사회 정서적인 문제로 나누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주의집중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인데, 약 40%정도가 주의집중에 문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주의집중에 문제를 보이는 경우에도 주의력 검사를 해보면, 정상범위에 해당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 경우는 공부가 어려워지니까 산만해 지는 경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지각 운동적인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글자를 읽을려면, 예를 들어서 ‘ㅂ’하고 ‘ㅁ’하고를 구분할 줄 알아야 됩니다. ‘ㄱ’하고 ‘ㄴ’하고도 구분할 줄 알아야 되지요. 그런데 이런 지각운동적인 문제를 보이는 학습장애 아동들은 어려서부터 비슷한 글자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또 틀리게 발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글자를 거꾸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보이는 아동들은 학습장애를 보일 위험이 높은 아동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있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자녀분들을 키워보셔서 아시겠지만, 어린 아동들은 ‘이자를 써보라’ 그러면 ‘10자를 쓰기도 합니다. 네, 다섯 살 짜리 아동들이 그렇게 쓰면 그건 정상범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그런 문제는 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면 다 교정이 되는 게 정상적인데,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여전히 그런 문제를 보여서 ‘김’자를 써도 거울에 비친 것처럼 좌우가 거꾸로 되게 쓰게 됩니다. 이것을 지각 운동적인 문제라고 하는데, 바로 뇌기능과 관련되어서 이런 반전 오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제대로 글자를 읽거나 쓰는데 문제를 보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선생님들께서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면담하실 때, 어려서 발달이 정상적이었는지를 꼭 물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출생시 몸무게나 걸음마 시기, 목가누기, 걷기, 말하기를 시작한 시기 등등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들의 90%가 말하는 게 대부분 늦었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추를 끼운다거나 운동화 끈을 맨다거나 뭘 집어서 준다거나 할 때 다른 아동보다 손놀림이 대부분 어눌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머니들은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에 자꾸 포크만 주시거나 아예 해주거나 단추등을 끼워주거나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더 좋습니다. 그런 아동들의 경우에 시력운동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글씨 쓰는 게 어려워서 대부분 입학해서 알림장을 써오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느리게 쓰니까 남들이 쓸 동안 못쓰고 그러다 보니까 안 써옵니다. 그러다가 야단 맞으니까 더욱 안 써오는 게 습관적으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알림장 써준 것이 없다고 거짓말도 하게 되는 등, 이러한 문제가 점점 더 심화될 수가 있습니다.
제가 아까 왼쪽 뇌의 우세한 기능인 언어기능이 우세하지 못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런 경우에는 왼쪽 뇌와 관련된 언어적인 학습장애가 생깁니다. 그리고 글자간의 차이를 지각하는 일 등은 오른쪽 뇌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뇌 기능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양쪽 뇌가 하는 일이 조금씩 다릅니다. 학습장애아가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오른쪽 뇌와 왼쪽 뇌의 뒤쪽 부분이 기억력을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어떤 분들은 외우는 건 참 기가 막히게 잘 외우시는데, 사람 얼굴을 기억하거나 주차장에 차 세워 놓은 거 찾아가거나 길눈이 어둡거나 이런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반대로 한 번 본 건 다 기억하는데 들은 건 자꾸 까먹는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단어나 숫자 등을 기억하는 건 왼쪽 뇌의 전두엽이고, 길눈이라든가 이런 건 오른쪽 뇌의 시, 공간 지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기능이 다 분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을 잘 살펴보면서 그 결함을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학생이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가를 파악해야 그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어떤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을 경우 그냥 멍하니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 어떤 의미에 따라서 외워야되는지에 대하여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그걸 극복하도록, 그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서 도와 줄 수가 있습니다. 또는 자기가 아는 것을 어디에 적용해야 될지를 모르는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지난주에 지도한 아동이 있습니다. 학습장애 아동은 교육이 우선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지도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도록 그 다음에 정서적으로 지도를 하게 됩니다. ‘빨리’라는 글을 쓰게 했을 때 3학년 아동이 ‘빨리’를 못쓰고 ‘팔’이라고 썼습니다. 제가 그걸 틀렸다고 지적해 주고 ‘빨리는 어떻게 써야될까?’하고 물어보면 쓰지 못합니다. 그럴 경우에 우선 초성, 중성, 종성에서 처음의 ‘ㅃ’만 못쓴 것입니다. 그런데 ‘아빠’를 써보라고 하면 그것은 잘 씁니다. ‘빠’자랑 이게 똑같은 거라고 하면 이해를 합니다. 이렇게 자기가 아는 것도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학습장애 아동들을 보면 생각하기 전에 먼저 대답하는 충동적인 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언어적인 문제가 있는데, 대부분 학교에 입학할 때쯤 언어 발달이 모두 이루어지지만 언어 발달이 늦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들이 청소년이 되어서 찾아오면 도와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릴 때 그런 아동들을 빨리 파악하는 것입니다. 우선 그런 아동들의 학습장애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예방해야 합니다. 말이 늦다거나 손이 좀 어눌하거나 글자를 계속 거꾸로 쓴다거나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계속 틀린다거나 여러 가지 쉬운 단어나 숫자를 거꾸로 쓸 경우에는 그 아이가 학습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때부터 도와주면 많이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도록 조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에 이런 인지적인 결함 이외에 사회적이거나 동기적, 정서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 경우 이것이 원인은 아닙니다. 정서적인 문제가 원인일 경우에는 학습부진이라는 것을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나 원인은 아니지만 치료에서는 정서적이나 동기적인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 학습장애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해 연구해 본 결과, 사회적인 대처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학습장애 아동들은 사회적인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남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도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많은 학자들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청소년들이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서 상황에 맞지 않게 행동하기도 하는 것이지 반드시 그런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동기적이거나 정서적인 문제입니다. 실제로 또래들이나 선생님, 부모님들이 학습장애 아동들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의 경우 ‘너는 참 괜찮은 아이다’라는 자긍심이 자존심을 발달시키므로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칭찬과 인정이 매우 중요한 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학습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은 아동 때부터 많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자기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공부를 계속 못하니까 ‘나는 머리가 나쁘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노력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또 실패하게 되니까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제가 만난 청소년의 경우 지능검사를 했더니 120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동에게 지능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굉장히 머리가 나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평가를 해봤더니 참 좋다. 네 연령에서 네 또래 중에 우수한 수준에 속한다’고 했더니 ‘선생님, 저 위로하려고 그러시는 거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결과를 보여주면서 설명했더니 이번에는 ‘점수를 후하게 주신 거죠?’라면서 자기능력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부정적인 자아상이 형성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포자기하게 되고 우울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2차적으로 자신감과 동기가 조화된 우울감을 보이게 되는데, 이런 경우 청소년기에 비행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청소년들이 왜 우울할 때 비행을 보이게 되는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낙담하고 자주 울고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죽고 싶은 생각도 많이 하고, 의욕도 없고, 움직이기도 싫고, 얼굴 표정도 우는 것 같이 보이고, 매사에 즐거움도 없고, 불면증도 있고, 식욕도 떨어져 있는 등, 인지적이거나 정서적이거나 행동적인 측면에서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게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이런 우울증을 비행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문제 청소년이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우리 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범죄나 여러 가지 비행 때문에 경찰서나 가정법원에 오게 된 청소년들의 약 50%가 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동들은 또래관계,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학습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8명에서 10명 정도 같이 집단으로 교육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는 학습장애의 원인과 유형, 치료방법, 그리고 학습장애의 이해 부족에 의해 생겼던 부모 자녀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상담시간을 마련해서 부모님에게 자녀에 대해서 ‘이 아동은 문제가 무엇이고 집에서 어떻게 도와주셔야 한다’는 조언을 해드립니다. 어떤 경우에는 학습장애라고 실망하시는 부모님들도 참 많습니다. ‘그럼 이거 고쳐지나요?’ 그것부터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난 우리 애를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알았다’라고, 오히려 알게 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기뻐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에 비해서 어떤 아동은 학교에서 특별 반으로 가라고 하는데,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아이는 전혀 특별반으로 갈 아이가 아니다. 우리 애는 똑똑하다’ 라고 생각해서, 공부를 가르쳐보면 도저히 아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설명을 드리면 부모님들이 좀 실망하지 않으실까 하지만, 오히려 정확히 이해를 해서 알려드려, ‘우리 아이가 이렇구나’ 하고 정확하게 알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에 주의력 결핍장애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주의력 결핍 장애는 부주의하고 충동적이고 과잉 활동성을 주증상으로 보이는 아동들이 대표적으로 보이는 장애입니다. 학습장애는, 우리 나라에는 아직 정확한 수치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3%에서 8%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적지는 않은 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연구가 이루어진 바에 따르면, 주의력 결핍장애는 학교에 다니는 아동 중에 약 7%정도, 그러니까 한 반에 한 두 명 정도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청소년이 되어서도 계속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주의력 결핍장애는 신경학적인 것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아동들이 산만합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이나 활동할 때 집중을 못하고,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한 장소에서 지시에 따라 하던 일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며, 체계적이지 못하거나 정신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건 아예 안 하겠다고 회피합니다. 마치 뒤에 태엽을 감아서 탁 풀어놓으면 막 돌아 다니는 장난감처럼, 마치 모터가 달려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말을 많이 하고, 남이 말할 때 불쑥 불쑥 끼어 들어 말하고, 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하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해서 애들하고 싸움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간섭하고, 다른 사람 게임하고 노는데 불쑥 끼여들고 합니다. 이런 문제 중에 여섯 개 이상을 보이면 주의력 결핍장애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역시 주의력 결핍장애도 뇌기능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뇌에 주의력을 담당하는 중추가 있는데, 그 뇌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의 발달이 미숙하거나 기능적으로 좀 부족하거나 뇌기능 장애가 있거나, 그럴 경우에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수억 개의 세포가 있습니다. 그런 세포들 간에 연결된 신경회로가 끊임없는 정보 전달을 통해 많은 활동을 하는데, 대부분 신경 화학적인 활동입니다. 뇌에는 어떤 신경 전달 물질이 있는데 거기에 이상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뇌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 신경 전달 물질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뇌에서 주의력을 담당하는 중추가 정상지수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주의 집중에 문제를 보이는데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의력 결핍장애 아동들에게 약물치료로 쓰고 있는 게 중추신경 흥분제인데, 정상 수준보다 주의력을 담당하는 활동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약물로 흥분시키는 것입니다.
수면과 각성을 담당하는 중추가 있는데, 이것은 아침에 일어나면 각성 수준이 증가하게 되고. 잠자게 되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아동들은 정상 수준보다 이런 각성 수준이 낮습니다. 산만한 아동은 이것이 정상 수준보다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과잉 활동을 보임으로써 그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약으로 높여주면 과잉활동을 보일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90% 정도는 굉장히 반응을 잘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이 약물은 주의력 결핍 장애일 경우에만 쓰입니다. 겉으로는 주의 산만해 보여도 주의력 결핍 장애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주의 산만한 문제를 주된 증상으로 찾아오는 경우의 아동들 1백 명을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 5명이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진단을 내렸는데, 그 중에 48명만이 주의력 결핍장애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동들은 불안해도 산만해 보일 수 있고, 우울할 때 오히려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우도 산만하게 과잉 활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습장애 아동이나 경기가 있는 아동들도 산만해 보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진단한 다음에 확실히 주의력 결핍장애다 할 경우에만 중추신경 호르몬제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주의 산만의 문제에 동반되는 것은 학업 문제입니다. 주의가 산만하면 90%가 학업 부진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여러 가지 거짓말, 도벽, 비행, 공격적 행동, 이런 문제를 많이 보일 수가 있습니다. 또 산만한 아동들은 산만해서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많이 야단을 맞다 보니까 점점 반항적이거나 거부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한 번 말해서는 안 듣습니다. 또 귀찮은 것 정신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건 안 하려고 거짓말을 합니다 또래간에 공격적인 행동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동들은 어려서부터 많이 야단을 맞다 보니까 자존심이 많이 낮아져 있고, 자신감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주의력 결핍장애 아동들을 집단 치료할 때 발표를 시키면, 산만하던 아이들이 막 나와서 잘할 것 같지만 굉장히 쭈뼛거리고 어색해 합니다. 발달적인 경과를 말씀드리면 주의력 결핍장애는, 뇌 기능의 미성숙 특히 주의력을 담당하는 부분의 미발달로 인해서 생기므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지만, 뇌기능이 발달되면서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연스럽게 감소되는 면도 있습니다. 청소년이 되면 과잉 활동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려서 그렇게 부산하고 그렇게 산만했던 아동이 청소년이 되어서 중2, 중3 때 찾아오면 굉장히 얌전하고 과잉활동을 안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주의력 결핍 장애라는 것을 모르실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행동에 대한 조절 능력은 증가하므로 자연히 과잉 활동성은 감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두엽은 20세까지 발달하게 되는데, 행동을 조절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건 바로 이 전두엽에서 할당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발달되어지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청소년들을 자세히 보면, 조용히 집중을 못합니다. 그러니까 책상에 앉아서 집중을 못합니다. 그래서 검사를 해 보면, 자꾸 다시 물어보고 다시 불러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과잉활동은 안보이지만, 그런 청소년들이 책상에 앉아 있거나 학교에 있을 경우에 집중을 못하는 주의력 장애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그런 청소년들이 주의력 결핍이 있는지도 모르고 ‘공부를 안한다, 성적이 낮다’ 그런 걸로 많이 혼나게 됩니다. 약 25%가 과잉활동성이 감소되지만, 부차적으로 어려서부터 야단을 많이 맞고 부모님들이 형제간에 비교를 많이 해서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2차적으로 사회적인 문제나 학업적인 문제, 학습부진이라든가 비행, 친구관계 등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아무래도 순서를 못 지키고 방해하고 그러니까 또래들간에 거절을 당하게 됩니다. 오히려 주의력 문제보다는 이런 사회적인 문제, 학습문제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기에는 정서적인 문제가 증가되어서 우울증 같은 증상을 많이 보이게 됩니다.
특히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약물 남용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에 대해 빠져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전자오락에 몰두하는 이유는 그 성향과 맞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은 주의력 결핍장애 아이가 전자오락 할 때는 3시간도 앉아 있는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것은 재미있으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조금 지루해도 그 상황을 견디고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 주의집중을 하는 것입니다. 40, 50분씩 하는 학교공부는 누구나 지루한데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게 집중을 잘하는 경우이고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잘 할 수 있습니다. 비행 청소년들은 재미있는 것도 많이 합니다. 주의력 결핍 청소년의 경우에 새로운 것을 보면 가서 해보고 그래야 되는데, 비행 청소년들 집단의 그런 성향 때문에 어울리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보면, 성인기가 되면 약 1/2에서 1/3 정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려서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던 성인들을 보면 직장을 자주 바꾸거나 이사를 자주 간다거나 차 충돌 사고를 잘 낸다거나하는 사례가 있어, 이런 경우 어려서 좀 산만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성인도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다 해서 성인들에 대한 진단 기준도 나왔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조금 약을 쓰면 좋아집니다. 성인들 중에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동차를 자꾸 충돌하거나 충동적인 면이 있어서 도박에 빠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직장에 못 붙어있고. 지루한 것을 못 견디는 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약 50%는 성인기도 산만한 문제가 지속됩니다.
이런 아동들이나 청소년들을 지도해 주실 경우에, 앉아서 하는 직업은 적당하지 않다고 합니다. 진로상담 하실 때에는 활동적이니까 오히려 세일즈맨이라든가, 다니면서 일하는 직업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실수 없이 해야 하는 연구원이나 은행일 등은 지루해서 적응을 못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활동적인 일,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 이런 쪽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잘 적응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런 분야에서 잘 적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산만한 아동들이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얼마나 잘 적응할까요? 지금 50%는 정상적으로 잘 지낼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 결정하는 요인은 공격적인 면이 어느 정도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공격적인 면이 많을수록 비행이라든가 이런 데 빠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공격성이 적고 지능이 우수하면 안 듣는 거 같아도 다 듣기 때문에 그러니까 대충 들어도 다 합니다. 그래서 대학도 들어가고, 잘 적응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 환경이 열악할 경우에는 예후가 좀 나쁘다고 합니다. 또한 또래 관계가 좀 원만할 경우에는 더 잘 적응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문제가 없을 때 더 잘 적응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머리가 굉장히 좋고 약간 산만한 사람들은 발명을 잘한다고 합니다. 소심하거나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다른 쪽은 생각하지 못하므로 발명 같은 것을 잘 못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즉흥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머리가 아주 좋은 경우에는 천재적인 일도 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만한 문제가 좀 있더라도 청소년들이 머리도 좋고 아주 창조적인 면이 있을 때에는 그런 것을 잘 살릴 수 있는 쪽으로 지도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기보다는 장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주의력 결핍장애는 약물 치료가 굉장히 효과적이기 때문에 우선 정확히 감별진단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산만함을 보이는 아동들은 약물을 주지 않고 상담이나 부모 상담, 가족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주의력 결핍에 문제가 있다고 할 경우에만 약을 쓰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불안한 아동이나 우울한 아동과 같은 정서장애를 감별해야 합니다. 그런 아동일 경우에는 물리치료가 필요하고, 청소년일 경우에는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지능이 낮거나 언어발달이 늦은 경우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하게 되어서 여러 가지 과잉활동을 보일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는 특수교육이 필요합니다.
약물을 쓰게 되면 행동을 조절하게 되고, 과잉행동이 많이 줄어듭니다. 산만한 아동들이 약을 쓰면 학교 선생님들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떤 아동은 ‘선생님, 전 이제 선생님의 소리가 들려요. 그 전에는 안 들어왔는데 이제는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게 들려요’라고 합니다. 산만해서 전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약물을 사용하는 동안 교육이 이루어지니까 그 사이에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뇌 기능이 점점 더 발달하기 때문에 점점 통제력이 발달되므로 약물 없이도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주면, 나중에는 약물 없이도 적응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동의 문제에 따라 여러 가지 경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