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근대 철학을 대표하는 경험주의(경험론)와 합리주의(이성주의, 합리론)는 지식 체계를 확실하고 명확한 기초 위에 세우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인식하는 주체에서 그 기초를 찾았고(↑사상가와 사상 - 데카르트 참조), 주체의 자기 의식이 그 출발점이었다. 경험주의와 합리주의는 주체의 의식에서, 그리고 의식의 직접적 내용인 관념에서 인식의 확실성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경험주의와 합리주의는 관념과 인식의 기원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의견을 표명했다. 경험주의는 지식 체계의 기초를 경험에 두었다. 경험주의는 자연과학과 같이 실험과 관찰, 즉 경험에 기초한 확실한 지식 체계를 완성하는 데에 목표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주의자들은 지식은 이성의 사용을 통해 나온다고 주장한 합리주의자와 달리,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은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만 주어진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경험주의자들은 이성은 우리의 감각 경험을 평가하고 조직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식 자체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감각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합리주의는 경험주의와 반대로, 참된 지식은 경험이 아니라 오직 지성이나 이성의 생각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본다. 경험은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그 현상들을 지각하는 데 불과하다. 이 현상들은 곳(공간)과 때(시간)에 따라 늘 변화하며 지각 역시 그에 따라 변하므로, 우리는 같은 사물의 동일성과 통일성을 경험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각은 내적, 외적 원인으로 말미암아 흔히 사물을 잘못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이성주의자들은 사고의 순수한 원리로부터 현실의 구조를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험주의와 이성주의는 모두 아무런 비판 없이 지식의 근원을 독단적으로 다루었으나, 칸트는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루었다. 지식의 내용은 감성의 수용을 통해 주어지고, 또 지식의 형식은 지성의 자발성을 통해 주어진다. 칸트는 우리의 지식이 경험에서 시작하지만, 보편타당한 지식의 완성은 그것의 논리적 제약인 지성의 개념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여, 참된 지식은 지성의 자발성이 감성의 수용성을 지도, 통일하는 데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칸트의 비판적 인식론은 독일 관념론과 현대 철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