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치기는 사실 제 전문이기도 합니다만, 모든 요리가 그러하듯이 같은 제목의 요리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과 재료등이 제각각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고기밑간을 마늘과 청주, 후추로만 최소한도로 하고 신선한 야채를 많이 넣는 방법으로 만들지만, 고기를 양념에 재우거나 양념이 된 야채등을 넣고 볶는 방법으로도 많이 만들곤 하죠.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만드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제주는 돼지고기가 맛있기로 유명하죠. 그래서 돼지로 만드는 요리역시 맛있는데 그 중에서도 두루치기로 유명한 집이 서귀포에 있다 해서 찾아가보았습니다. 서귀포 로터리 부근의 용이식당을 소개합니다.
서귀포 시내 좁다란 골목을 들어서면 오랜 시간의 느낌이 드는 건물 모습의 식당이 보입니다. 문득 농약이름이 박힌 모자 쓴 할아버지가 막걸리 한 잔 걸치시고 좋은 얼굴로 문열고 나오실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메뉴는 단 하나 두루치기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정말 자신이 있다는 표현 그 자체이죠.^^ 주문도 그래서 아주 간단합니다. 자리 앉자마자 '몇인분이요~~'라고 말하기만 하면 됩니다.
재료와 영업에 대한 안내 참고하시구요.
물은 셀프입니다.
옛날식 가스버너와 불판에 고기가 먼저 올라갑니다. 양념이 되어 재워진 고기입니다. 얼려놓은 것이 조금 아쉽긴 해도 맛이 있다는데 뭘 더 바라겠습니까? ^^
'고기 타지 않게 잘 뒤집어주세요'라고 조언을 들으며 고기를 뒤집다 보면 이렇게 상이 나오죠. 처음엔 이게 반찬인 줄 알았어요.
고기가 거의 익어갈 때쯤에 콩나물과 무채를 넣고 비벼줍니다.
파채는 자기가 원하는 만큼.. 더 달라면 더 줍니다. 파채든 콩나물이든 무채든 달라는 대로 더 줍니다. 양껏 넣어 비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뒤집다보면 밥과 국이 나옵니다. 무 된장국에 하얀 쌀밥. 무된장국이 참 맛있었습니다.
밥을 더 먹고 싶으면 저기 보이는 밥솥에서 알아서 퍼가면 됩니다.
다 익었습니다. 역시 식당 두루치기는 양념이 눌러붙은 두꺼운 불판위에서 요리하는 맛이 있습니다. 불은 또 어떤가요. 옛날식 가스버너에서 나오는 화력 좋은 불 위에서 요리를 하면 물이 생길 틈이 없이 재료들이 익어 맛이 더욱 좋습니다. 살짝 탄 맛이 감돌면 이상하게 입이 더 당기게 되죠. 보기만해도 입안에 침이 돕니다.
귀하시다는 상추위에 고기와 야채를 올리고 쌈장을 살포시 올려 먹습니다. 풋고추와 상추 역시 달라면 더 주십니다. 밥을 올려도 좋고 한 손에 쌈장찍은 풋고추를 들고 먹는 맛도 좋죠.
그렇게 다 해치웠습니다. 4인분이었어요. 다먹고 난 저 불판위에 밥을 올려 비비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이미 밥도 먹고 난 후라 더이상의 시도는 금물..
개인적으로는 얼린고기라는 점과 간이 살짝 약한 감이 있어 조금 아쉽긴 했는데 전체적으로는 대만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두루치기는 이제 쉽게 맛볼 수 없다는 점에서도 적극 추천을 하고 싶구요. 식당두루치기의 절대맛집이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역시 요리는 센불에서 직접 비벼가며 익자마자 뜨거운 상태로 먹는 것이 최상입니다. 가끔 외식이 좋은 이유는, 집에서 다룰 수 없는 뜨거운 불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요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귀포에 가시면 해산물도 좋지만 이 집은 꼭 들러보시라 추천합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여기 소문만 듣고 못가봤는데 정보 감사합니다~
꼭 가보시길..
제가 좀... 고기의 누린내 같은 것에 거부반응이 있거든요. 두루치기의 색깔이 왜 이렇게 안 빨갛죠?
조금이라도 누린내가 날까 봐 살짝 걱정이 돼요.
한번 가보고 싶지만... 켁! 너무 머네요,^^ 안양이면 슬쩍 한번 가볼 텐데......ㅠㅠ
그게요.. 그 문제는 온전히 저의 사진실력때문이랍니다.^^ 누린내 안납니다.
안양이시면 어디보다도 가깝습니다. 비행기 한번이면 족해요..
켁! 민욱아빠님... 비행기 타러 가는 데 1 시간이에요,ㅠㅠ
우와~~!!! 맛있겠다~~~ 제가 가면 파채를 잔뜩 넣어 먹을 거예요!!
언제 가나......